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244837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3-05-04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4
1. 삶을 자작하는 숲에 들다 - 자작나무··10
2. 마음 어귀에 음나무를 심고 - 음나무··16
3. 왕릉을 지켜보는 왕버들나무 - 왕버들나무··23
4. 유년의 봄 - 자두나무··30
5. 먼 옛날의 아까시 길 - 아까시나무··37
6. 때죽나무 꽃그늘 아래 - 때죽나무··44
7. 소나무에 대한 경배 - 소나무··51
8. 노간주나무를 찾아서 - 노간주··58
9. 느티나무는 그늘 궁전을 만들고 - 느티나무··65
10. 모감주나무, 여름을 반짝이다 - 모감주나무··72
11. 기웃기웃, 누구를 기다리시는가 - 능소화··79
12. 감나무의 하안거 – 감나무··86
13. 어우렁더우렁 저 등나무 - 등나무··93
14. 영웅을 기억하는 은행나무 - 은행나무··100
15. 너도 나도 밤나무 - 밤나무··107
16. 플라타너스에 추억 걸렸네 - 플라타너스··114
17. 배롱나무, 너를 보며 붉은 차 한잔을 - 배롱나무··120
18. 붉음, 그 마지막 정열을 사르다 - 단풍나무··126
19. 나무를 안다는 것 - 꽝꽝나무··133
20. 회화나무의 힘을 느끼다 - 회화나무··139
21. 뽕나무에 청어가 사라졌다 - 뽕나무··145
22. 파락호 숨은 뜻을 품은 나무 - 주목나무··152
23. 그날은 달도 비밀을 지켰어 - 사과나무··15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준다. 그러면서 조금도 으스대지 않고 조용하다. 어느 집에서나 있는 나무라 있는지 없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하나 빠졌다는 허전함은 베어지거나 죽은 뒤에 문득 떠오른다. 아, 그 집 뒤란에 감나무가 있었지.
감꽃은 늦봄에 노랗게 핀다. 봄의 꽃들이 피고 지기를 할 때 감꽃은 조금 늦게 이어달리기에 참여한다. 감꽃은 나무의 커다란 잎에 묻혀 있어 잘 살펴야 초록을 품고 있는 꽃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잎에 숨어 수줍은 듯 삐죽이 고개를 내밀다가 금방 떨어진다. 감나무 아래에 감꽃이 떨어지면 노란 방석을 깔아 놓은 듯하다.
금방 떨어진 감꽃을 무명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한 겹 두 겹의 감꽃 목걸이를 걸고 땅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었다. 배고픈 시절, 먹을 게 없던 계절에 그만한 간식도 없었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씹으면 쌉싸래하고 떨떠름했지만 그래도 입안에서 무언가를 오물오물 군것질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