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5883102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2-04-10
책 소개
목차
서장 노량대첩 / 제1장 출생과 성장 / 제2장 북동풍 / 제3장 남서풍 / 제4장 전라좌수사 / 제5장 개전
제6장 한산대첩 / 제7장 고난행 / 제8장 삼도수군통제사 / 제9장 백의종군 / 제10장 명량대첩
후기 천추의 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침내 동쪽 하늘이 허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적함이 치열한 접근전에서 불타고 부서졌다. 그러나 적군은 우리보다 수적으로 거의 2배나 되는 500여 척의 대함대였다. 관음포에서 도망칠 물길이 막히자 적군은 최후의 발악을 했다.
선봉에 섰던 나와 진린의 전함이 번갈아가며 적선들에게 포위당했다. 그때마다 나와 진린은 포위망을 뚫고 서로를 구원하는 한편, 적선을 한 척 한 척 계속 격침시켰다. 나는 쉴 새 없이 북채를 들어 둥둥둥둥! 전고를 울리고 독전기를 휘두르며 전투를 지휘했다.
나는 적선 가운데 한 층각선(層閣船) 위에 적장 세 놈이 타고 지휘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적선에 접근하여 활을 들어 적장 한 놈을 쏘아 죽였다. 그러자 그때 진린의 배를 포위 공격하던 적선들이 층각선을 구출하기 위해 한꺼번에 이쪽으로 몰려왔다.
전투는 더욱 격렬하게 이어졌다. 단 한 놈의 왜적도 살려서 돌려보낼 수는 없다! 나는 더욱 힘껏 전고를 울리고 독전기를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순간, 홀연히 날아온 탄환 한 발이 나의 왼쪽 겨드랑이를 관통하여 심장 가까이에 박혔다.
치명상을 당한 나는 갑판에 쓰러지면서도 전투를 걱정했다. 맏아들 회(?)와 조카 완(莞), 몸종 금이(金伊)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방패로 내 앞을 가려라.”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다.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더라도 알리지 마라.”
그것이 나 이순신의 최후의 명령이요 유언이었다.
나는 대장선 지휘소 바닥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아, 모든 것이 이제 이렇게 끝나는구나! 나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지나온 54년의 일생이, 그 장면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 ‘서장 노량대첩’ 중에서
나 이순신은 을사년(인종 1년, 1545년) 3월 초여드레 자시(子時, 밤 11시에서 이튿날 오전 1시 사이)에 서울 건천동에서 덕수 이씨(德水李氏) 정(貞)과 초계 변씨(草溪卞氏) 부인 사이에서 4형제 중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나의 자는 여해(汝諧). 이름자의 신은 항렬이며, 순은 고대 중국의 전설상 인물인 순 임금을 가리키니 곧 ‘순 임금의 신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같은 의미에서 맏형은 희신(羲臣), 둘째 형은 요신(堯臣), 아우의 이름은 우신(禹臣)이니 모두가 중국의 복희씨(伏羲氏)와 요·순·우 등 이른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나의 자 여해도 『서경』에 나오는 순 임금의 말인 ‘왕재여해(往哉汝諧)’, 곧, ‘네가 가서 화평케 하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내가 태어난 자리에는 현재 보잘것없는 기념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목멱산 남쪽 기슭 건천동마르내골 이웃은 묵사동먹절골이고 그 동네에서는 뒷날 영의정을 지낸, 나보다 세 살 위의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살고 있었다.
― ‘제1장 출생과 성장’ 중에서
나는 왜란에 대비하여 거북선 연구에 침식을 잊다시피 했다. 다행히 부하 중에는 조선(造船)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나대용(羅大用)이란 군관이 있었다. 나대용은 나의 전적인 신임을 받고 오로지 거북선 건조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거북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거의 완공 단계에 있었다. 나는 그 모습과 성능에 대하여 당포해전(唐浦海戰)에서 승리한 뒤 장계를 통해 이렇게 보고했다.
“신은 일찍이 왜적의 침범을 염려하여 별도로 거북선을 건조하였습니다. 앞에는 용두(龍頭)를 만들어 달고, 그 아가리로 대포를 쏘며, 등에는 쇠못을 박았으며,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비록 적선 수백 척 속이라도 능히 뚫고 들어가 대포를 쏘게 되어 있습니다.”
거북선이 완공된 것은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거북선을 비롯한 전함 건조와 더불어 힘을 기울인 것은 해전에서 사용할 각종 화포와 화약의 제조와 비축이었다. 특히 당시까지는 해전에서 주병기로 사용하지 않던 천·지·현·황 등 각종 포와 거기에 사용할 대장군전·장군전·화전 및 철환 등과 화약 준비에 큰 힘을 기울였다.
― ‘제4장 전라좌수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