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이의 영어마법나라 여행기 2

“크아아아앙~”
붉은 용의 꼬리에 정통으로 맞은 푸른 용은 굉음을 내며 하늘에서 비틀거렸고 지환은 그 사이 데이비드가 푸른 용의 등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래, 데이비드 너의 상대는 나야! I am becoming… Kung Fu Panda!” (나는 쿵푸 판다가 될 것이야.)
지환은 이번엔 무엇으로 변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 만화영화에서 본 ‘쿵푸 팬더’를 크게 외치고는 호야와 함께 붉은 용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왜 하필 쿵푸 팬더라고 했는지 지환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헐크로 매번 변신하기 지루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붉은 용의 등에서 뛰어내린 지환은 어느새 안경을 쓴 털북숭이 팬더가 되어 데이비드를 향해 날아갔다. 지환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정신을 차린 데이비드가 큰소리로 마법주문을 외우며 공격했다.
“호잇~”
지환은 재빨리 방어마법을 외우며 데이비드의 목덜미를 낚아채 밑으로 던져버렸다. 데이비드가 빠르게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흑마법사들이 공중에서 동시에 지환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지환은 만화영화에서 본 쿵푸 팬더처럼 유연하게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는 필살기인 손가락 권법으로 그들을 하나씩 튕겨내 버렸다. 손가락 권법이란 만화영화 속에서 쿵푸 팬더가 깨달은 궁극의 권법으로 악당 타이렁을 단 한 번에 날려버렸던 강력한 권법이었다.
“쾅! 쾅! 쾅! 쾅!”
“꽥~”
“으악~”
지환의 손가락 권법에 맞은 흑마법사들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호야도 하늘에서 흑마법사들을 사뿐사뿐 밟고 다니며 그들을 공격했다.
“쿵!”
지상에 떨어진 데이비드는 힘들게 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름도 없는 보잘것없는 평범한 마법사에게 공격당했다고 생각하니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마법공격을 이렇게 가볍게 방어해 내고 더구나 공격까지 하다니!’
데이비드는 자신의 마법공격을 쉽게 받아낼 수 있는 마법사는 이 세상에서 마왕과 붉은 노을 성의 잔 다르크 여왕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네 이 녀석!”
데이비드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지환을 향해 이번에는 아주 복잡한 마법을 조합해서 외쳤다.
한편, 지환은 하늘을 충분히 날 수 있었지만 추락하는 스릴을 느껴보고 싶어서 일부러 주문을 외우지 않고 있었다. 튀어나온 배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데이비드가 떨어진 곳을 향해 다가가자 몸을 일으킨 데이비드가 무척 화난 목소리로 마법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우~ 이번에는 조금 복잡한 마법주문인데?”
지환의 귀에 의문문과 명령문, 그리고 부정사와 동명사, 현재완료 등이 복합된 마법주문들이 빠른 속도로 외워지는 것이 들렸다.
“쿵~ 윽! 쿵~ 악! 쿵~ 익!”
지환은 데이비드의 마법주문을 듣느라 착지해야 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그만 땅에 떨어져 버렸다. 지환은 튀어나온 배를 이용해 땅바닥에 몇 번을 튕겨진 다음 겨우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휴… 응? 저 녀석이 뭐라고 주문을 외웠더라?”
지환은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데이비드가 자신을 향해 마법주문을 외운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후면 데이비드의 마법이 효력을 발휘해 자신을 공격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환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뭐, 생각 안 나도 상관없지. If I don't remember what you just said, you must repeat that again.” (내가 만약 네가 방금 말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너는 그것을 다시 말해야 한다.)
지환은 큰소리로 마법주문을 외웠다.
데이비드는 멍청하게 생긴 안경잡이 팬더가 방금 자신이 건 마법주문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해 마음을 놓고 있다가 지환이 침착하게 마법주문을 외치자 매우 당황했다.
데이비드는 곧 정신을 차리고 지환이 외친 마법주문을 무마시키기 위해 다시 주문을 외우며 소리쳤다.
“Even if… you don't remember what I just said, I don't have to….”
(비록 네가 나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