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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59793426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등장인물 소개
1~11장
책속에서
“자, 이게 메뚜기야, 덩치는 산만한 놈들이 메뚜기를 모르다니, 그게 말이 돼?”
가장 왼쪽에 있던 얼굴 동그란 녀석이 “그건 풀무치인디유?”라고 건방지게 대든다.
“못된 놈 같으니, 풀무치든 메뚜기든 다 같아.”
내가 윽박지르자, “풀무치와 메뚜기는 다른디유.”라고 말한다.
“풀무치든 메뚜기든 어째서 내 이불 속에 들어 있는 거야. 내가 언제 메뚜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지?”
“아무도 넣지 않았는디유.”
“넣지도 않은 게 어떻게 이불 속에 있어?”
“풀무치가 따땃한 데를 좋아하니 아마 지 혼자서 들어간 게 아니것어유.”
“바보 같은 소리. 메뚜기가 제 발로 들어갔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어서 왜 이런 장난을 친 건지 말해.”
“말하라고 혀도 넣지 않은 것을 설명할 수는 없구먼유.”
쩨쩨한 놈들, 지들이 한 짓을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면 애초 하지 말았어야지. 증거만 나오지 않는다면 시치미를 뗄 속셈이다.나 역시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조금 장난을 쳤다. 그러나 누가 한 짓이냐고 물으면 꽁무니를 빼는 비겁한 짓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 것은 한 것이고,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아무리 장난을 쳤어도 결백하다. 거짓말을 해서 벌을 피할 정도라면 아예 장난치지 말았어야지. 장난만 치고 벌은 면제받고 싶다는 비열한 근성이 세상천지 어디서 통용된단 말인가. 돈은 빌리지만 돌려주기는 싫다고 말하는 놈들은 모두 이런 녀석들이 졸업해서 하는 짓거리가 분명하다.
“학교 직원이나 학생에게 과실이 있는 것은 모두 나의 부덕의 소치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내가 이렇게 교장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불행히도 이번에 또다시 소동일 일어난 데 대하여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그러나 일단 일어난 이상에는 어쩔 수 없이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아 선후책에 대하여 기탄없이 말씀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교장의 말을 듣고 ‘과연 교장이구나. 참으로 훌륭하다’고 감탄했다. 이렇게 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자신의 허물이요 부덕이라 말한다면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그만두고 먼저 자신부터 물러나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면 이렇게 성가시게 회의 같은 것을 할 필요도 없다.
먼저, 상식적으로 봐도 안다. 나는 얌전히 숙직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난동을 부렸다. 나쁜 것은 교장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학생들이 나쁘다. 만일 산미치광이가 선동했다면 학생과 산미치광이를 퇴치하면 그만이다. 남의 잘못을 제 탓이라며 요란을 떠는 사람이 대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나? 너구리이기에 가능한 짓거리다. 그는 이런 당치도 않은 말을 하고 의기양양하게 주의를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