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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동유럽여행 > 동유럽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9892877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우리를 소개합니다
프롤로그
러시아 친화도 테스트
Part 1 돌아올 곳이 있어 떠난 여행
01 설국을 달리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02 출발, 도착, 그리고 다시 출발
03 러시아, 무섭지 않아
04 부서지는 선입견
Part 2 팜므파탈의 도시, 모스크바
05 붉은 광장은 왜 붉지 않을까?
06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을 저녁까지 미루지 마라
07 아르바트 거리의 몽상가
08 차이콥스키가 놀랄 러시아 최신 가요
09 KGB 요원과 마주칠지 몰라
10 천재 코 박사의 스페이스 판타지
Part 3 떠나고 나서도, 또 떠나고 싶은 여행
11 모스크바 강 유람기
12 모스크비치들은 이렇게 놀지
13 폭주족의 놀이터, 참새언덕
14 서커스장에서 대동단결
15 모스크바를 떠나며
Part 4 숨겨진 보물 같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16 대안이 있어?
17 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18 백야를 물들이는 버스킹
19 오로라호를 찾아서
20 노을마저 약동하는 도시 산책
Part 5 나만 그릴 수 있는 여행 지도
21 여름궁전에서 만난 상트 유학생
22 같이 걸어요, 미녀 삼총사
23 이 길에서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24 마린스키 극장 순례기
25 불타는 상트의 나이트 라이프
26 마른 하늘의 날벼락, 여권 분실 사건
Part 6 기약 없는 이별, 여행의 옷을 입다
27 크루즈를 타고 가세
28 북유럽 맛보기
29 여행한 곳에 대해 말하는 법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수스키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한 객실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 우정을 지켜온 우리들. 좀 더 나이를 먹고 각자의 생활에 더욱 바빠지게 되면, 우리가 다 함께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는 어쩌면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일.
“좋아, 가자!”
이렇게 외치는 순간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대체로 옳았으니까. 행복은 셀프 서비스다! 상상조차 못했던 러시아 여행이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아니, 레닌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있단 말야?”
준스키는 당장 달려가 보고 싶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스키의 말에 따르면 그의 시신은 막 잠이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난 어쩐지 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러시아를 있게 한 정신적 지주이자 역사적인 지도자. 그를 그냥 보내기는 싫어서일까. 러시아는 그를 ‘방부’라는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었다. 바로 러시아의 중심이라고 하는 붉은 광장에서 말이다. 그가 만약 어느 날 번쩍 눈을 떠 오늘의 붉은 광장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샤넬 백을 메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붉은 광장을 걸어다니는 사람들, 한때 피 튀기는 전쟁을 치렀던 독일의 BMW와 벤츠가 도로를 질주하고, 시내 곳곳에서 맥도날드가 성업 중인 모습을 본다면?
모스크바의 청춘이 강처럼 흘러 다니는 아르바트 거리를 걷다 보면, 빅토르 최를 만날 수 있다. 1980년대에 록으로 러시아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설이 된 한국계 3세. 그의 메시지는 변화의 바람이 일던 소비에트 사회에 스며들었고, 자유의 아이콘이 되었다. “오늘 나는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고 했던 그는 ‘어머니 나는 건달입니다’, ‘운명은 다른 법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더 사랑한다’, ‘문에 열쇠가 맞지 않으면 어깨로 문을 부숴라’ 같은 노랫말을 지었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20대 아까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는 추모의 벽이 있다. 아르바트의 생동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공업도시의 뒷골목같이 허름한 담벼락에는 담배를 문 그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그 주위로 어지러운 낙서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