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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3548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8-02-05
책 소개
목차
제1부
그날 13
오래된 책 14
두고 온 방 15
육식주의자 16
청소를 하며 17
나머지 시간 18
골다공증 19
사탕 20
나이 듦에 대하여 21
분실물 22
낯선 흔적 24
이사 26
사진, 찍힌다는 것 28
발자국 30
무너진다는 것 32
모호한 나무 34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36
강낭콩 38
제2부
달팽이 41
한 걸음 42
모든 슬픔은 현재다 44
단원고 김초원, 이지혜 교사를 생각한다 47
비디오 보는 아이들 49
시를 가르치며 51
마들아파트 54
집에 물이 새다 56
가난을 위하여 58
용서 60
진보당 해산 소식을 접하고 62
즐거운 감옥 63
정원 스님 64
대통령의 귀가 66
통일에 대하여 68
어느 오폭誤爆 69
김성윤 씨가 두 번이나 경찰서에 가게 된 까닭은 70
평화의 규칙 75
제3부
그 여자의 따분한 생애 79
추억 1 80
추억 2 82
부양가족 84
일하는 자 85
시 쓰는 일의 어려움 86
신혼 일기 87
이유식 일기 88
아내의 자리 90
쉬는 날 92
유리병 속의 여자 93
어머니, 여자의 것이 아닌 94
아이를 키우며 98
시인의 밥상 101
마흔 무렵에 102
순서 놀음 104
천지에 눈발 흩날리는 소리를 들으며 106
제4부
병病 111
분노는 나의 힘 112
십 년만 젊어진다면 114
가여운 어머니 116
슬픔에는 힘이 있다 120
손과 혀 122
꿈 123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124
어머니의 허리 125
간병인 126
뿌리를 거두다 128
가족사家族史 130
카레가 놓인 식탁 132
살면서 가장 한스러운 일 134
슬픈 바리데기 136
어떤 인사 139
추억을 갖지 못한 자의 슬픔 140
해설
최현식 삶의 난장, 시의 길목 142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적막과 적막 사이에 돌을 놓고
한 소리가 걸어왔다
너 어디에서 왔느냐
침묵이 발끝을 적시는 귀와 귀 사이
너 어디에서 왔길래
이렇게 서슴없이 들어서느냐
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지만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뇌성마비 장애인의 소리를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뒤틀린 언어가 내 속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세계의 소리는
마음이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것인가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나는 듣지 못했다
짐승처럼 모든 소리를 삼키는
침묵의 나무가 마음 가운데 자라고 있었다
귀와 귀 사이를 떠도는 소리는
어떻게 마음에 다다르는가
문득 마음속에서 징검돌 하나가 떠올라
내 밖으로 멀어져 갔다
파문처럼 파문을 딛고 말들이 건너오는 소리
그렇다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소리는 오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이다
오래전에 내 우물에 잠든 음성
철사줄로 묶인 연민과 분노와 눈물
목마르고 허기진 마음의 돌들이 단단히 들어차 넘치는 것이다
깊숙한 내부에서 어린 음성이 깨어
절뚝거리며 마음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마음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들 사이를 딛고 온 마음
사람들 사이를 딛고 걸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