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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3777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8-07-0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우리들의 표정 13
두 가지 시선 14
나의 적敵 16
‘아름다운’ 서울 18
폭설 20
제주 관광 23
제주 정방폭포 26
젊을 적 내 중국 여행 28
마치 고난의 인생행로 같았던 31
꽃 어질머리 34
유유상종 36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38
부러운 삶 40
제주 「다랑쉬오름」 그림 42
제주 토종 홑수선화 45
쇠비름 48
제2부
무더운 여름 한낮 51
안타까운 일 52
진짜 시인 54
자화상 56
강화도 갈매기 57
무명산악회 58
북한산을 오르며 60
민초民草 62
숲속 세 개의 길 64
슬픔의 힘 66
죽음과 이혼 67
부부 사이 68
목욕탕에서 69
갱년기 70
제3부
연꽃 75
신神의 한 수數 76
마치 생전 처음 만난 듯 78
큰개불알풀꽃 80
코딱지나물 82
가장 크고 멋진 꽃 84
자귀나무 87
「민들레」 88
제4부
제주 막내 동서 93
정신 잃은 그 경황 중에도 96
시어머님 장지葬地에서 98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100
어느 상상의 밤 102
죽부인 105
인연 106
행복을 주는 말 108
삶의 진짜 맛 110
천당 112
야생의 풀꽃 다발 114
제5부
단지 조금 어리석은 사람일 뿐 119
내 마음의 풍경화 120
상주사심常住死心 122
친구 124
진땀과 단꿀 126
세월호 침몰과 함께 128
촛불들의 혁명 130
해설
심선옥 ‘살아있음의 생생한 감각’과 세계의 열림 133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神의 한 수數
―은방울 수선화
제주도 친구 집 정원에서 언젠가 이른 봄 알뿌리를 캐다 심은 그 꽃
분당 우리 집 아파트 화분에 심어놨더니 금방 죽어버려
화분째 베란다 한구석에 처박아 둔 채 거의 일 년
그다음 해 추운 겨울 2월 어느 날 어쩌다 보니
그 좁은 화분 속에서 물도 주지 않았는데 어느 틈에
우북이 솟아오른 잎새들 사이, 서너 송이 맺힌 흰 꽃망울까지
새파랗게 윤기 흐르는, 난초잎보다 훨씬 더 낭창낭창한
길쭉하고 통통한 생생한 이파리들
수줍은 듯 고개 살짝 숙인, 여리디여린 작은 꽃에 숨겨진
천둥 치듯, 정신 나게 번쩍 나를 일깨운
그 놀라운 끈질긴 생명력, 기적 같은 생의 의지!
쌀쌀한 초봄 아직 검불뿐인 친구 집 꽃밭 한 귀퉁이에서
새파란 잎 속 줄기에 매달린, 눈꽃처럼
하얗게 반짝반짝 빛났던 그 작은 은방울 수선화라는 꽃
그때 꽃에 무심했던 내 눈길을 이토록 은밀히 유혹한 것은 무엇보다
그 꽃을 이루는 여섯 장의 흰 꽃잎 끝마다 박힌 고 작은 초록색 점들 때문이었다면
(꽃 주인 내 친구는 그 초록색 점들을 신의 한 수라고 불렀다)
다른 꽃들과는 다른 신비스런 고 앙증맞은 작은 초록색 점들은
자신을 멀리 퍼트리기 위한
이 꽃의 충분히 성공적인 전략 아니었던가
이 신기한 꽃으로 인해 꽃을 싫어하기조차 했던 나 같은 한 사람이 이후
그 꽃은 물론 모든 꽃들에 대한 흥미와 관심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면
그리하여 우울함에서 점차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삶의 기쁨과 행복까지도 조금씩 깨우쳐가게 되었다면
이 또한 이 꽃의 얼마나 굉장한 전략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