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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0302440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0-07-19
책 소개
목차
1. 여행가방을 싸다
2. 나의 완벽한 클레멘타인 오렌지색 샌들
3. 간단한 짐과 휴가 여행
4. 루크가 말하지 않은 것
5. 또 다른 청구서들
6. 톰의 결혼식
7. 내가 뉴욕으로 간다!
8. 여기야말로 나한테 딱 맞는 곳이야
9. 소호에서의 끝내주는 쇼핑
10. 셔먼 부인과의 만남
11. 쇼핑하러 갈 수밖에 없네, 뭐
12. 내가 모든 걸 망쳐버렸어
13. 두고 봐, 본때를 보여줄 테니
14. 브랜던 커뮤니케이션의 위기를 알아내다
15. 마이클의 새로운 제의
16. 제게는 빚이 한 푼도 없습니다!
17. 뉴욕 최고의 쇼퍼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내 물건들을 챙기려고 애쓰며 주위를 돌아본다. 옷걸이가 줄줄이 늘어서 있고 테이블에는 가방과 구두와 스카프가 널려 있고 여자들이 그것들을 뒤지고 있다. 랄프 로렌 니트웨어…… 한 줄 가득 걸린 멋진 외투들…… 그득 쌓인 프라다 가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꼭 꿈만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명에 가까운 흥분된 대화가 오간다. 그 대화의 단편들이 언뜻언뜻 들려온다.
“내가 가질 거야!” 어떤 여자가 코트를 틀어쥐고 말을 한다. “꼭 가져야 한단 말이야.”
“좋아, 난 말이야, 오늘 내가 쓴 450달러를 모기지론에 추가시킬 거야.” 또 다른 여자가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걸어 나가면서 친구에게 말을 한다. “30년 동안 나눠갚으면 450달러가 뭐 대수겠어?”
“100퍼센트 캐시미어야!” 또 다른 누군가가 소리를 친다. “이거 봤어? 겨우 50달러야! 세 개 주세요.”
나는 환하고 분주한 실내를 멍하니 둘러본다. 여자들이 번지르르한 새 물건을 손에 들고, 목에 두르고, 팔에 척척 걸친 채 오락가락하는 걸 바라본다. 갑작스레 몸이 달아오른다. 나를 압도하는 깨달음. 나하고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여기야말로 나한테 딱 맞는 곳이다. 드디어 내가 놀 물을 찾았다!
음악이 쿵쾅쿵쾅 울려 나오고, 여자들이 밝은 조명 아래서 여기저기 오락가락하고 검은 폴로 네크 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잘 빠진 남자들이 사은품 가방을 나눠주고 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화장품은 처음 본다. 숱하게 늘어선 립스틱들. 숱하게 늘어선 매니큐어들. 온갖 무지개 색이 다 있다. 그리고, 어머, 저건! 앉아서 시험 삼아 발라볼 수 있게 작은 의자도 있다. 면봉까지 다 갖춰져 있다. 이곳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천국이다!
그 베라 왕 드레스는 잉크처럼 짙은 자줏빛에 등이 깊이 파이고 반짝이는 끈이 달린 것이다. 그걸 입은 순간 꼭 영화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보려고 모여들었고 내가 커튼 뒤에서 모습을 나타낸 순간 모두들 헉하고 놀라고 말았다.
나는 넋을 잃고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나도 이렇게 예뻐질 수 있구나, 나도 이런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꼭 가져야만 했다. 꼭 그 옷을 가져야만 했다. 신용카드 영수증에 사인을 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레이스 켈리였다. 나는 기네스 팰트로였다. 그 순간 나는 점원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또 호호 웃으며 이 정도는 돈도 아니라는 듯 수천 달러짜리 신용카드 영수증에 별 생각 없이 사인을 할 수 있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