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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6129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6-05-20
책 소개
목차
제2장 31
제3장 46
제4장 74
제5장 86
제6장 100
제7장 126
제8장 163
제9장 184
제10장 197
작가에 대하여 206
리뷰
책속에서
“네 집 열쇠는 가지고 있어.” 데인은 나를 안심시키며 하품을 하고 계단을 올라 위층으로 향했다. “손님 침실 준비해 놓을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데인이 마치 이 모든 게 일상인 양 행동하고 있는 게 충격적이었다. 하긴 이상할 것도 없다. 내 새로운 신분은 그의 결정이었으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테지. 반면 정신 차려보니 다른 차원에서 깨어난 건 내 쪽이었다. 그 와중에 휴대전화가 울리자 번호를 확인할 생각도 못 하고 받았다.
“죠리.”
“안녕.” 한숨이 나왔다. “괜찮아, 샘?”
“어딘지 말해.”
나는 가죽 소파에 걸터앉았다. “걱정 마.”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난―.”
“샘,”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우리들 말인데 잠깐 한숨 돌린 다음에 헤어지는 패턴이 있다는 거 깨달았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 말은 잠깐은 좋겠지만 곧 끔찍해질 거란 소리야.” 나는 지쳐 있었고, 목소리에서도 그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 지치잖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돌려서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말 그대로야. 넌 나와 사귈 준비가 안 됐어.”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네가 그 여자랑 있는 거 봤어, 샘. 네 눈빛을 봤다고. 이제 와서 관심 없다고 거짓말해 봤자 소용없어. 계속 널 지켜봤다니까. 넌 매기 딕슨에게 관심 있어.”
“그래서?”
부정 대신 자기변호적인 반박만 있었다.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만나 봐. 어떻게 되나 보라고.”
“건방진 자식, 그게 네가 허락하고 말고 할 일 같아?”
“네가 그날 밤 차에서 한 말은 다 사실이었다고 생각해. 넌 부모님이 가진 것을 원하지만 동시에 나와 자고도 싶은 거지. 둘 다 가질 순 없어.”
“네가 뭔데 내가 뭘 가질 수 있고 없는지를 정해?”
“무슨 말인지 아는데, 계속 이 짓을 반복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우리 관계는 망가지잖아.”
“망가지는 게 아니야, 네가 도망치는 거지. 넌 언제나 도망치잖아.”
“나는 네 삶에 맞지 않아, 샘. 오늘 파티에서 날 버려둔 이유도 계속 데리고 다니면 이상해 보일까 봐서 그랬잖아. 하지만 매기는 딱 맞지. 나는 그렇지 않고.”
“넌 아무것도 몰라.”
“그럼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
“죠리, 돔 생일이잖아. 돔이 주인공이지, 네가 아니라고.”
“그래서 내 곁에 있어 주거나 나와 함께하길 바란 게 이기적이었다는 말이군.”
“왜 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어?”
“왜 나와 같이 있어주지 않았어?”
“뭐야, 밤새 네 손이나 쥐고 있으라고?”
“그런 말이 아니야… 그냥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길 원했어.”
“너는 네 생각밖에 못 하지.”
“그래?”
“그래.”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했기에 중간 타협점도, 이해의 여지도 없었다.
“돔에게 나에 대해 말할 거야, 샘?”
“기다려 주겠다고 했잖―.”
“솔직하게 말해 봐. 넌 그럴 수 없고, 너도 그걸 잘 알아. 네 삶은 동성 파트너가 아닌 아내가 있어야 돌아가. 왜 부정하는 거야?” 나는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네 가족들은 매기를 진짜 좋아할 거야.”
“죠리,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나한테 뭐가 최선인지 안다고 나대니 웃기네. 자기 자신도 못 돌보면서 내 일 가지고 아는 척을 해?”
“그럼 내가 한 말, 하나라도 부정해 봐.”
“어쩌면 네가 이렇게 떠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 넌 힘들 때 함께 이겨낸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 조금만 문제 생기면 도망치잖아. 이건 알아둬, 넌 쉽게 포기하는 타입이라고.”
“이길 방법이 전혀 없을 때만 포기하지.” 나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눈앞의 사실이 명백한데 잘 풀릴 거라고 자신을 속일 순 없어.”
“너 진짜 멍청하다.”
“그래.”
“이번엔 진짜 끝이다? 계속 네 뒤꽁무니나 쫓아다닐 순 없어.”
“그래.” 눈물이 차올랐다. “알아.”
“네가 신경이나 써?”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썼다. 다른 누구를 이렇게 사랑한 적은 없었다. 샘 케이지는 내가 꿈꾸던 이상형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같이 있으면 늘 악몽이 되어버리는 꿈이었지만.
“몸 조심해.” 샘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소파에 옆으로 쓰러졌다. 우리 관계를 슬퍼하는 건 아침 식사할 때로 미뤄야 했다. 그 순간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으니까. 침대로 간 기억도 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