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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0851207
· 쪽수 : 223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가 어제 본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다는 거 잘 알아. 알지, 하제 아저씨 일? 그래도 말조심해. 리타는 네가 독일인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에바가 걸음을 멈추고 코리나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떨리고 속눈썹 위로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맺혔다.
“알겠지만…….”
에바가 느리게 말했다.
“난 내 감정은 못 숨겨. 나도 너희들처럼 독일이 부강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가끔씩,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 의심이 가.”
“에바!”
코리나가 목소리를 낮추고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았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누가 들으면 곧바로 신고할 거야!”
“너밖에 안 들었잖아, 코리나. 설마 신고하는 건 아니겠지?”
코리나는 에바를 바라보았다. 친구이자 동지이며, 소녀단의 일원이다.
하지만 진정한 독일인은 반역자를 신고하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종교를 따를 권리가 있단다, 코리나!”
엄마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유대인 좋으라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엄마, 솔직히 그렇게 따뜻한 저녁을 정식으로 차려 주는 이유가 뭔데요? 우리가 먹던 빵이나 치즈같이 남는 걸 주면 안 되나요?”
“날씨가 하도 추워서 추운 밤 보내기 전에 따뜻한 음식으로 몸 좀 녹이라고 그런 거야.”
“하지만 그 사람들은 유대인들이에요!”
코리나가 반대했다.
“그래도 사람이야.”
엄마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적이에요.”
코리나가 단호하게 반격했다.
“우리 집에 있는 것도 안 돼요. 엄마처럼 시중을 들어서도 안 되고요.”
엄마가 나무 숟가락을 휘둘렀다.
“코리나, 저 사람들은 가진 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신앙의 자유까지 뺏어야겠니? 이렇게 요리하는 게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러면 안 되는데?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주면 안 되는 이유는 또 뭐지?”
코리나는 의자에 앉아서 입을 꼭 죄었다. 엄마에게는 무슨 말을 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