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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956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08-3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몽유(夢遊) 11
별의 주문(呪文) 12
노동당사 13
어두운 서랍 속 14
흔들리는 색(色) 15
햇빛 속에서 졸고 있는 한낮은 거대한 공갈빵이다 16
어둠 속에서 17
고기 굽는 냄새 18
환한 소란들 19
단풍여자들 20
늪 21
헐거운 거죽 22
나는 희미하다 23
꽃송이들 24
끈 26
제2부
길고양이 29
고물 실은 수레 30
피다 31
DMZ 32
책은 34
폭풍우 그 후 36
푸른 그늘 37
실루엣 38
상처 40
스킨다부스들 41
밑줄 42
맨발 44
동백 지다 45
햇것들 46
매실주를 뜨며 48
제3부
소리를 앓다 53
늦봄 54
느지막한 풍경 56
잔설 58
내 몸이 어둠이었으니 59
낯익은 아이 60
나비잠 62
나를 미행한다 63
메니에르 2 64
푸른 달빛 66
말이 돋다 67
말을 피우다 68
붉은 방 70
꽃 몸살 71
꽃 72
제4부
기도 77
환한 밤 78
싯푸른 하늘 80
행간에는 뜨거운 혀들이 있다 82
유월이 84
지금 바깥엔 산수유 피고 86
천수천안관자재보살 87
벽화 88
마스크 89
3병동의 밤 90
드잡이 91
도깨비바늘이 바짓가랑이에 붙어 따라오다 92
늦여름 단상 93
밤의 얼굴 94
낯선 곳에서 하룻밤 96
▨ 노현수의 시세계 | 오민석 99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희미하다
부옇게 일어서는 문장들이 풀풀 공중을 떠다니고, 흐릿하게 도시가 파묻히고 누군가 배가 고픈 듯 자꾸 눈앞에서 알짱거린다 감은 눈은 밤처럼 어두워 먹먹한 별이 많다 눈부시지 않은 이름들이 많아서 좋다 마음 놓고 부를 수 있어 더 좋다 목이 늘어난 셔츠가 헐렁하고 서정의 시간이 멈췄다 지금부터 나는 희미하다 수많은 나를 버리고 불콰한 허기의 행간을 걸어가야 한다 유리창 성에가 흘러내리고 문 앞에는 희미하고 탁한 것들이 어딜 헤매다 왔는지 떼로 몰려와 있다
문을 열어야 하나? 나는 끝없이 서성거린다
싯푸른 하늘
자욱이 새가 나는
끝없는 길
초라한 낮달
연기처럼 중천에 떠 있다
오늘은 꼭 말하리라
명치 끝 아래 감춰둔
찐득한 고약 같은 그것
등 뒤에 기댄 오래 묵은 그것
할 말 지천인데
하염없어라
나를 미행한다
― 자폐의 밤
갉아 먹혀 문드러진 내 몸속에 내가 웅크려 앓고 있다 높은 나뭇가지엔 붉은 입들이 팔랑거리고, 검은 눈알은 허공에 박혀 있다 귀를 자르고, 헐어버린 혓바닥을 땅속 깊이 묻어버린다 누군가 캄캄한 내 배 속에 말뚝을 박고 사라진다 아무나 들락거리고 아무나 들락거리지 못하는 묶인 발목들, 나는 나를 속이고 위험한 나를 미행한다 답답하다고 밤새 울부짖는 내 몸속이 몽상하기 좋은 내 꿈속 나의 무덤이었다 결핍의 긴 밤은 내 몸이 되어 더 깊게 비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