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사각형 그리기

시인의 말

1 둥근 사각형 그리기

꽃멀미
세한도
내게 사십 분의 생존 시간밖에 없다면
우정이 놓여질 자리
독도여
다분이와 강아지
맛있는 봄
둥근 사각형 그리기
뼈에 대한 고찰
산은 지금
시화호의 경계
Bruckner의 Sympony No.4
술이 술술 익으면
가장 큰 파도 소리로
소리없는 바람의 절규
봄을 보내며

2 이 새벽녘에

세상의 바다는
금강소나무
하늘밥
이 새벽녘에
원시의 하늘, 그 깊은
울어매의 호미
풍경들
빛이 찾아간 이상한 동굴
사는 일은 늘
생을 깨달았을 땐
이름표 없는 이정표가 되어
남이섬 소묘
영원한 은유
초록 보리 시절
억새의 집
시의 창가에서

3 그대 바람 소리로

담을 수 없는 풍경
별이 된 풀꽃
그믐달같이
덧나기 쉬운 사랑
독한 소주 한잔
님이 오신다기에
만장대에 올라
내 몸의 피와 땀과 눈물은
섬놈
우리들의 지하 무덤에서
그대 바람 소리로
아름다운 손
시를 사랑하는 법
상여
구릿한 사기 냄새
불륜

4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삶의 외교
너의 꽃말
어떤 교육자
푸르른 것들에게
앙코르와트의 미궁에서
아이들 옆에서
비 오는 강가에서
줄기세포 그대는
물고기들의 성찬식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육체에 관한 소고
어머니의 고향
동물, 그들이
풍경 뒤의 굳센 유리벽
길 위의 고향
다섯 손가락만큼만 남았다는데
우리 모두가 연이며 연줄이라면

작품해설 언어의 광맥을 찾기 위한 끝없는 여정 / 허만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