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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3451231
· 쪽수 : 503쪽
책 소개
목차
-양준호 편-
시간표 속의 램프
뱀딸기의 비
너는 가
노한 앵무새
제7부두
마라도
푸른 유방
몇 마디 파도
제3촉각
정오의 자리돔
바람의 구애
모노레일
초벌구이
집고양이
바다의 이단자
그 시의 주제
갈색 눈발
구름국화의 추억
우단애기아나니스
스케일
파사석탑
그래 그 기도
물 속의 달
그 촉
맨드라미의 내면
-김학산 편 -
각과 빛
소금 꽃
클라이머
돌확에 하얀 달은 뜨고
진화의 방식
재개발지의 꿈
어머니의 태양
거미줄 위의 반 고흐
그녀의 경전
화산 목
페르소나
방자 소 공화국
가위가 자른 푸른 달빛
바람의 눈시울
레테의 강
아버지의 타동사
지하 풍경
조약돌
집행관과 거미
길 위에서 길을 잃다
맛있는 봄
둥근 사각형 그리기
소리의 화석
소리의 연금술
-류기봉편-
오일장에서 -각覺∙1
역사공원 -각覺∙2
눈밭 -각覺∙3
벌레 -각覺∙4
스멀스멀 -각覺∙5
봄 -각覺∙6
유기향 -각覺∙7
포도폐원 -각覺∙8
수확 -각覺∙9
한 묶음 -각覺∙10
살갗 -각覺∙11
되물음 -각覺∙12
뼈다귀 -각覺∙13
바다에게 -각覺∙14
달빛 -각覺∙15
하눌타리 꽃 그 최초의 바다 -각覺∙16
발발이 꽃 -각覺∙17
난감하다 -각覺∙18
자두 -각覺∙19
커피예찬 -각覺∙20
분홍 들판 -각覺∙21
귀 -각覺∙22
손금 -각覺∙23
석간신문인터뷰 -각覺∙24
나이 –처용단장 풍으로
책속에서
-양준호 편-
시간표 속의 램프
오늘도 열차는 시간표時間表 속으로 사라졌다
멀리 귀 기울이면
색시 색시
붉은새배매 울고 있는 몸짓
오늘도 식도食道 속을 헤엄쳐간 기름가자미 우짖는데
아이야 아이야
청산靑山에서 꿈틀대는 추사秋史의 먹물빛 새들
자 함께하실까요
가자미과 검은 문장을 훔쳐보고 가는데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누드의 가시내를 버리고 가는 천둥소리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오늘도 캡 램프 속 당나귀는 사색에 잠겨 있었다
뱀딸기의 비
시클라멘 분홍빛 풍선을 타고 온다
아직도
게걸음 가시나의 고운 가슴에서
시인은 육박전肉薄戰을 벌이는데
저 찬란한 수호천사의 오디빛 눈동자
여보세요
남도의 장마전선은 북상했나요
그 비는 풋풋한 가시내의 눈빛
장마 장마전선일까
글쎄, 가시내의 눈빛 보라 빛깔 비를 몰아오는데
혁명 혁명 부스러기랄까
그 수줍던 이십대의 연모戀慕
오늘도
그 소문 제2송도의 바닷가
내가 놓친 계집인가 누액淚液의 비
뱀딸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류기봉 편-
오일장에서
- 각覺ㆍ1
2와 7일에 서는 장현장, 건고사리나물이 한국산 이라고 외치는 장터할머니 옆에 “중국산입니다. 저는 중국산입니다!” 중국산며느리가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역사공원
- 각覺ㆍ2
후쿠오카 역사를 걸어 나가는 개목련 부류의 개들, 성인 마사지방의 간판을 뒤로한 한국의 시금치농부는 발가락의 역사공원에서 졸고 있습니다
-김학산 편-
각(角)과 빛
배냇적 모음으로 중얼중얼
아파트 문을 나서는 가장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아직도 잠의 덧니에 물린
너덧 피조물들이 중력 밖으로 심장을 내어단 체
흔들린다
찰라, 어린 날 무심히 지나던 참외밭
참외 하나를 깨물다 들켰던
늙은 주인의 짓눌린 눈빛을 닮은 사내
거친 야성의 들판을 숨 가쁘게 달려온 당신은
세상의 미늘에 걸려 파닥거리는 불가사의한 어족
황금분할에 서툴렀던 당신은
생의 정각과 사각 사이에 숨어 우는 마파람
한때 의지의 방향으로 깊은 구멍을 파고
진리의 화두 위 사각의 극한점을 적분하였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바람의 어금니 부딪치는 소리뿐
저 파란의 지문을 보라
빛의 성감대 위 쏟아지는 빛의 예각들
출렁이는 게놈지도 속으로 오늘도
긴 꿈속 잠행이 시작된다
소금 꽃
지난날 내 젊음은 바람 잘 날 없는 성난 바다였다
천둥 빛 먹구름 그 무딘 펜촉이 수시로 물안개를 그릴 즈음
보리밭에 한가운데 동그마니 앉아 한 땀 한 땀
초록의 수를 놓는 울어매
바람이 풋살 벗기는 소리 사각사각 들릴 때쯤이던가
황금빛 보리 사이사이 켜며 한 지층에 쌓인
향긋한 어머니의 땀 내음은 기록할 수 없는 신화였네
그해 아버지의 배는 귀향하지 않았고
헐거운 날개 밑 열 자식마저 뭍으로 뿔뿔이
헤어진 뒤
그 어떤 질량도 갖지 못한 깃털처럼 가벼운 울어매는
한낮 마늘쪽 같은 초승달로 둥둥 떠
묵정밭만 일구시고
더는 음계를 읽을 수 없는 늙은 고래의 음성으로
먼바다로 바다로만 향하여 우우하시던
나는 당신의 뼛속 깊은 이명의 바람 소리
당신은 내 삶의 지분 위에 쌓인 영한 미개인이자
한숨 속에서 피는
하얀 소금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