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귀 기울이면

작은 인영(人影)이 그의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하마터면 부딪칠 뻔한 상황에서 상대가 비틀거리자 익현은 본능적으로 붙잡아 주게 됐다. 놀랍게도 지난번의 그녀였다.
“조심해야죠.”
나무라는 그의 말투에 그녀가 사과의 뜻으로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달빛에 비친 뽀얀 뒷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엄청 가는 목이었는데, 바라보노라니 침이 고였다. 이제 보니 흡혈귀가 왜 목을 물어뜯는지 이해할 것도 같고…….
홀린 듯 바라보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인 여자가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저 조그만 여잔 눈만 예쁜 줄 알았는데 코도 예뻤고 입술도 예뻤다. 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닫자 익현은 흠칫 고개를 저었다.
“웅아.”
“네, 형님.”
“건강검진 예약 잡아라.”
“어디 불편하십니까?”
“심장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