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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6203001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08-05-26
책 소개
목차
김성동 | 굿모닝, 오륀쥐
공선옥 | 영감님이 뿔났다
한창훈 | 다시, 구멍에 대하여
이남희 | 천국행 KTX
안재성 | 나 돌아갈래
임영태 | 영호 씨의 코드는 저질 국민이다
김상영 | 뼈대 있는 집안
이시백 | 몰입(沒入)
김곰치 | 악몽
윤동수 | 내 말을 믿지 마라!
조헌용 | 금이 나왔다
유응오 | 유 기자의 ‘특종’
최용탁 | 뭘 잃어버렸다고?
유영갑 | 은평리 이장 선거
김현영 | 기쁘다 구주 오셨네!
유시연 | 미국놈 만세다
박구홍 | 세상에서 펄벅과 박경리님을 가장 사랑하는 어느 귀부인의 경우
정용국 | 여민락(與民樂)
박숙희 | 양아치, 큰형님을 만나다
김종성 | 낯선 손님
강기희 | 저거, 홍식이 아녀?
박선욱 | 달인
책속에서
“국민성공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국민의 ‘격’을 높여야 합니다!”
시제품 사리를 어금니로 씹은 국민식생활부 장관은 갑자기 외쳤다. 아침마다 동료 국무위원들의 눈총을 받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가시방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했다. 국무회의니만큼 국민을 팔아먹는 게 최고였다. 국민을 위한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나. 짐작대로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눈길이 그에게 쏠렸다.
“그래요, 그것 땜에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잖아요.”
“성공시켜주겠다는 데 싫어할 놈……아니, 국민이 있겠어요? 한 방에 꼴까닥 넘어갔잖아요.”
“모든 국민이 성공하는 나라 얼마나 삼삼합니까!”
국무위원들은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리고 얼씨구나 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맛대가리 없는 설렁탕에서 벗어나게 해줘 고맙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 좋은 수가 있습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국민의 격을 높여야 합니다! 아니, 온 나라의 격을 높여야 합니다!” -윤동수 「나그네」중에서-
“우리 외식 할까. 영양 보충 좀 하자.”
화장실에서 나온 이 기자는 아내가 성이 났건 말건 모른 체하고 겉옷을 챙겨 입는다.
“아빠, 돼지갈비.”
“한우 잘하는 집에 가서 등심 먹자.”
이 기자는 아내를 돌아보며 말하고는 한쪽 눈을 감았다 뜬다. 작은아이가 눈치 빠르게 이 기자 옷소매를 붙잡는다. 아내는 마지못한 듯 따라 나온다. 가까이에서 장구와 꽹과리 소리가 들려온다. 큰길에 나가보니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는 가운데 머리에 띠를 두른 학생들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수막이 너덜거리고 걸개그림에는 성난 황소가 콧김을 뿜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 광우병이 웬 말이냐, 국민건강 무너진다
― 한우 농가 다 죽으면 식량자주 무너진다
현수막에 쓰인 글귀가 선명하다. 이 기자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어딘가 통화를 한다.
“일 터졌어, 김 기자, 카메라 갖고 나와.”
“접수했어, 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이 기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행렬을 따라간다. 그때 성조기를 본 작은 아이가 손뼉을 치며 소리친다.
“미국놈 만세.”
아내가 급하게 작은아이 입을 틀어막는 것을 뒤돌아보며 이 기자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미국놈 만세다.’ -유시연 「미국놈 만세다」중에서-
소설가 김씨가 급하게 화학주 담긴 잔만 뒤집고 있는데, 아는 보살이 왔다.
“오렌지라고 발음하면 오렌지를 안 판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오륀쥐라고 해야 된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오륀쥐 발음이 나게 혀를 끊어내는 수술을 한다고 난리여요, 시방.”
“농담이 심하시네요. 썰렁하게.”
“정말이라니까요. 오륀쥐라고 하지 않으면 오렌지를 팔지 말라는 대통령 특별명령이란 게 떨어졌다니까요, 시방.”
하도 어이가 없어 김씨가 잔만 뒤집는데, 보살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김씨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소설도 영어로만 써야 된다는데…… 어떡하지요?”- 김성동 「굿모닝, 오륀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