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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2531176
· 쪽수 : 174쪽
목차
유리꽃
아빠와 물섬나무
오색 굴렁쇠의 비밀
수수께끼 의자
목련나무가 있는 집
눈꽃마을의 별
잊혀진 향기
헬로우 김태식
마술에 걸린 비둘기
소라와 게임기
골목시장 삼총사
후박나무 그릇가게
책속에서
알록달록한 단풍 빛깔. 쪽빛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 얇은 꽃잎 사이로 아른거리는 맑고 투명한 가을 햇살. 팽그르르 떨어지는 낙엽. 톡톡 걸어다니는 까치. 천 송이나 되는 유리꽃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원근 조절을 하면서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도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유리에 비치는 자연이 무늬가 되었어.”
“저 유리꽃의 섬세한 선 좀 봐. 어머머! 까치가 보이네.”
“자연을 담은 유리꽃은 정말 새로운 생각이야.”
“참! 돌탑에 꾸며진 유리꽃탑도 보러 가자.”
‘돌탑이라고?’
나는 주먹으로 머리를 뻥 맞은 듯했다.
‘아버지가 어떻게 아셨을까?’
나는 한번 숨을 크게 내쉬고 사람들의 뒤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이게 웬일인가. 나의 비밀 장소인 너른바위 옆 돌탑 주변도 모두 유리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돌탑마다 쌍둥이처럼 서 있는 유리꽃탑. 돌의 섬세한 결이 투명한 유리꽃탑에 비치어 묘한 신비감을 주었다.
나는 어찔함에 휘청거렸다.
‘아버지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셨구나.’
일 외에는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나의 비밀 장소를 알고 계셨다.
‘어떻게 이곳까지 올라오셨을까? 다리도 편찮으신데. 그럼?’
엄마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밤 한 톨, 가을 빛깔로 익은 밤 한 톨이 머리 위로 톡 떨어졌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 아버지!’
나는 급하게 산을 뛰어 내려갔다. 돌에 미끄러지면서도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하였다.
‘아버지! 아버지!’
헉헉거리며 산을 내려왔을 때 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아버지! 아버지~”
내 목소리는 댕그렁 유리꽃을 울리며 숲으로 퍼져 나갔다.
- '유리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