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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못

황금 연못

어니스트 톰슨 (지은이), 최현 (옮긴이)
  |  
종합출판범우
2014-09-05
  |  
9,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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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못

책 정보

· 제목 : 황금 연못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63651170
· 쪽수 : 173쪽

책 소개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대표작.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은퇴한 노교수이자 독설가 노만과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부인 에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유분방한 딸 첼시, 그녀의 새 남편 빌과 그의 아들 빌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목차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 작품론/윤석진(연극평론가)
노년에 맞이한 ‘세월과의 화해’

저자소개

어니스트 톰슨 (지은이)    정보 더보기
<황금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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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시인, 번역문학가.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저서로 《문》, 《현대시 10강》, 《한국현대시 해부》 외에, 역서로 《채근담》, 《빙점》, 《쇼펜하우어 인생론》, 《황금연못》, 《명상록》, 《마하트마 간디》, 《삼국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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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노만 (잠시 침묵한 후) 진짜 이유를 말할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빨리 돌아왔는지? 딸기 밭 옆까지 갔지만 옛길이 어디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어. 숲속에 들어가 봤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나무 한 그루도 옛날의 모습을 한 게 없어. 어찌나 무서운지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뛰어서 돌아온 거야, 당신한테. 당신의 예쁘장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말이야. 난 아직도 내가 건재해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오고 싶었다구. (안경을 벗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에셀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간다. 노만을 품듯이 하고 등을 문지른다.

에셀 걱정할 것 없어요.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당신은 언제나처럼 건재해요. 찰리를 그처럼 잘 놀려주지 않았어요? 점심때 딸기를 따 먹고 나서 함께 옛길까지 가 봐요. 곧 생각날 거예요. 모든 게. 수천 번이나 걸었으니까요. 함께 딸기를 따요. 몸을 굽히고 따는 건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좋아하는 독설로 모기나 쫓아요.

에셀은 노만의 등을 계속 문지른다. 그리고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본다.


첼시 나 빌과 결혼했어요, 브뤼셀에서
에셀 브뤼셀에서 뭘 했다구?
첼시 나 빌과 결혼했어요.
에셀 그 결혼, 미국에서도 효력 있는 거야?
첼시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에셀 (첼시에게 다가가서 키스한다) 아무튼 축하한다. 기쁘다.
첼시 고마워요.
에셀 그런 좋은 뉴스가 있었는데도, 서두가 너무 길었구나.
첼시 하긴 그렇군요.
에셀 빌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첼시 좋은 사람만이 아녜요. 어른이에요. 이번엔 어른끼리 결혼했어요. 기본 계약은 5년이고, 연장이 가능해요. 만일 연장하지 못하게 되어도 서로 벌금은 없기로 하구요.


에셀 그래요? 저쪽에서 보았을 땐 당신이 정말로 죽은 것 같았어요. 푸른 슈트에 흰 셔츠 차림으로 브래스소 가(街)의 토마스 장의사에 안치된 당신이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약간 웃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어요.
노만 멋있는 얼굴이었어?
에셀 아니, 조금도.
노만 어떤 넥타이를 매고 있었어?
에셀 몰라요.
노만 이건 어때, 낚시질을 하고 있는 사나이 무늬의 넥타이. 벌써 짐 속에 넣어 버렸나?
에셀 그만해요, 노만. (잠시 침묵) 당신은 언제나 죽는 얘기만 해왔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맘에 드는 화제였나 보죠? 나도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녜요. 우리들의 부모, 여동생과 남동생, 당신의 형, 그 아내들, 사이좋게 지낸 친구들. 이 황금 연못의 추억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요. 난 죽음을 보고, 손으로 만지고, 두려워했어요. 그렇지만 정말로 피부로 느낀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노만 정말?
에셀 뭐라 할까 ……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싸늘하다고 할까. 그렇지만 그다지 싫지는 않았어요. 마음이 진정되는 듯한, 그다지 징그럽지도 않고 나쁠 것도 없을 듯해요. 잘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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