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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3720548
· 쪽수 : 122쪽
책 소개
목차
빅뉴스 / 아니, 이럴 수가! / 눈이 보이지 않는 요정 / 비어 있는 옆자리 / 내 별명은 ‘물’ / 몰려오는 비구름 / 거울아, 거울아 / 손끝으로 읽는 책 / 책벌레 덴코짱 / 신기한 능력 / 국어 시간 / 그래, 결심했어! / 무서운 할아버지 / 치한 소동 / 이상한 가족 / 떡방아 소리 / 떡 100개 / 나만 아는 사실 / 파도 소리가 들려 / 여름방학 수련회 / 나 걱정이 있어 / 유령은 누가 해? / 유령은 내 친구 / 물의 신 부적 / 담력 테스트 /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세상 / 엄마의 목소리 / 진짜 무서운 이야기 / 영원한 짝꿍
책속에서
덴코짱은 점심시간 동안 계속 두꺼운 책만 읽고 있다. 아마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새하얗고 깨알 같은 점들이 두꺼운 종이 위에 가득 튀어나와 있다. 덴코짱은 고개를 약간 쳐들고 자랑스러운 듯 엄청 빠르게 두 검지로 점들을 짚어 나간다. 가끔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눈물을 닦을 때도 있다. 아마도 그렇게 문장을 읽는 것 같다.
“그거 뭐야?”
“점자책. 눈이 안 보여도 뭐든지 읽을 수 있어.”
그때 상쾌한 바람이 마루를 스치고 지나갔다.
“곧 여름이 오려나 봐.”
덴코짱이 이렇게 말했다.
“바람한테서 여름 냄새라도 나?”
“그럼! 바람도 나무도 흙도. 그리고 파도 소리에서도 나는 걸.”
“말도 안 돼! 파도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바다가 여기에서 얼마나 멀다고.”
가끔은 덴코짱도 틀릴 때가 있구나.
“그런데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 들리는걸.”
덴코짱은 상냥하게 웃으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먼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 모양이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어둠이 무섭겠지. 근데 내 앞에 있는 건……, 뭐랄까?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그냥 내가 있는 세계일뿐이야. 그리고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지. 빗소리, 바람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목소리도 들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 보이지는 않지만 옆에 사람이 있으면 느낄 수 있어. 개나 고양이가 걸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꽃도 필 때부터 질 때까지 냄새로 알아. 이 모든 게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풍요로운 세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