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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722740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 _황금성
민희가 보여 준 희망 _이주영
아기를 업고 공부한 정임이 _윤태규
포도 두 송이 _김현숙
재진이의 눈물 _서정오
비 오는 미장원 놀이를 하는 유경이 _김은주
함께 걷다
민지와 오빠 _이데레사
늘 형범이가 곁에 있어요 _김숙미
“괜찮다, 용훈아” _이정호
미영아, 꿋꿋하게 살고 있제? _박선미
스승의 날 선물 _이상석
벽 앞에서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_김은주
부끄러운 이야기 _김상기
자꾸만 마음이 굳어집니다 _김광견
나도 불편한 벽이었다 _신경혜
몹쓸 짓 _양정아
미안해 미안해
너무 늦어 버린 것일까 _김제식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_김구민
선생님, 인사! _공정현
“다른 애들 방해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_임기연
우리 반 민경이 _이무완
아니야, 그게 아니야. 미안해 _탁동철
천천히, 천천히
수민아! 이제 친구들하고 놀아 _김숙미
“선생님, 나 오늘 진짜 시 잘 썼죠” _김은주
우리는 함께 배우고 있는 중이다 _김숙미
선생님, 우리 세희랑 같이 밥 먹었어요 _김경해
달팽이 _이승희
네 옆에서
일용아…… _김경해
유진이 엄마 되기 _양정아
“서, 선새니 제, 제소해오” _이정석
친구 없는 미영이와 그림책 《알도》 _강승숙
“건형아, 너네 집에는 누가 살아?” _강삼영
괜히 한번
콘돔 사건 _구자행
특별 상담 _구자행
아이들과 함께 한 봉사 활동 _구자행
이 새끼 불량품이야 _김명길
고3 학생은 사람도 아니다 _김명길
학교에서 쓰면 안 될 말 _김명길
아침 교문에서 _원종찬
제 길을 가다
시 가지고 놀기 _구자행
무서워하고 있었다 _정유철
가정방문 간 이야기 _정유철
부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느끼는 _이상석
책을 펴내며 | 아이들은 제힘으로 자란다 _구자행
저자소개
책속에서
썰렁한 집 분위기를 느끼겠다. 남수가 학교 가고 할아버지가 일 나가면 늘 비어 있는 집이다. 방에 들어가 봤다. 낮인데도 전등을 켜 놓았는데, 희미해서 어두침침하다. 언젠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 오죽 힘들면 어머니가 가셨겠어요. 어디 계시든 잘 지내시면 좋겠어요. 가끔 어머니가 생각나는 밤이면 뒷산에 올라 서울 쪽에 떠 있는 별을 봐요.”
그날 남수는 내가 가지고 간 라면을 보더니, 한 상자를 문철이네 갖다준다고 했다. 참 착하고 장하다.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을 마음에 담고 사는 것 같았다. 세상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라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추석을 얼마 앞두고 남수는 여러 날 조퇴를 했다. 첫날,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뒷산 상수리를 따서 팔아 그 돈으로 이번 추석 날 할아버지에게 내복 한 벌 사 드리고 싶어서요.”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에 올라가 따고 저녁에는 해가 짧아 조퇴하고 가서 땄다. 여러 날 걸려 두 자루 가득 땄다고 했다. 드디어 장날, 그걸 팔아 할아버지 내복 산다고 일찍 집으로 갔다. 다음 날 아침 만나자마자 할아버지께 내복 잘 사서 드렸냐고 물으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왜?”
“어제 집에 가 보니 항아리에 넣어 둔 상수리 자루가 없어졌어요.”
아니, 그걸 누가 가져갔을까. 사정이 이랬다. 오늘 학교 와서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자기와 한동네에 사는 아이가 장날 학교에 안 오고 몰래 자기 집에 가서 상수리를 훔쳐 갔다는 거다. 그걸 팔아 돈 마련해서 서울로 떴다고 했다. 내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었다. 하도 딱해 “그럼 내가 내복 한 벌 사 줄 테니 그걸 드려라” 하니 싫다고 했다. 결국 남수는 다시 며칠 동안 상수리를 따서 할아버지께 내복을 사 드렸다.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에서)
“와 씨발년아, 나는 위아래도 없다. 나는 찌질이라서 위아래도 없어서 그렇다. 와 씨발, 진짜 재수 없다.”
어제 할머니 왔다 간 뒤로 마무리 잘해서 어째 좀 잘해 보려다 더 망치고 있다. 아 손발에 힘이 빠진다. 호민이는 씩씩거리며 나를 째려본다. 콧구멍도 벌름벌름하고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다. 기가 차니 헛웃음이 나온다.
“와 쪼개노?”
“왜, 나도 내 마음이다. 벌써 주먹에 힘 빠지냐? 주먹을 더 꽉 쥐지. 힘도 없냐. 날마다 늦잠 잔다고 아침도 안 먹는데 힘이나 있겠냐.”
“내 힘 안 뺐다. 니가 내 마음 다 아나.”
목에 핏발 세워 가며 호민이가 소리를 지른다.
“니 마음 다 알지.”
“말해 봐라. 내 마음 다 안대매. 말해 봐라. 내 마음이 뭔지.”
“알지. 니는 내 좋아한다.”
“지랄하네. 솔직히 말해 주까. 니 진짜 재수 없다. 3월에 처음 볼 때부터 니 싫더라. 니 얼굴 볼 때부터 토할라 하더라.”
나를 째려보며 욕을 해 대지만 호민이는 울고 있었다. 독하기로 유명한 호민이가 내게 욕을 퍼부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지만 주먹이 슬그머니 풀린 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내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호민이를 보고 있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호민아, 이제 좀 시원하나.”
함께 고함 빽빽 지르며 똑같이 싸워 대다가 내가 목소리를 낮춰 부드럽게 물었다.
“나 같은 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