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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지구과학 > 해양과학
· ISBN : 978896462195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3-12-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왜 하필 오징어인가?
제1장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들의 세계
제2장 제국의 발흥
제3장 헤엄 혁명
제4장 변화무쌍한 껍데기
제5장 껍데기 에워싸기
제6장 제국의 몰락
제7장 재침략
제8장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맺음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후주
찾아보기
책속에서
‘coleoid’(초형류)라는 단어는 ‘칼집’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칼집은 칼을 감싸고, 초형류의 몸통은 자기 껍데기를(혹은 껍데기가 퇴화되고 남은 흔적을) 감싼다. 초형류에는 현생 두족류 중 앵무조개가 아닌 모든 동물―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등―과 수많은 화석종이 포함된다. 문어는 워낙 물렁해서 껍데기의 흔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둘 다 그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한다. 오징어는 몸속의 ‘글래디어스gladius’(펜, 오징어뼈)라는 가느다란 막대가 몸통을 빳빳하게 지탱하며 근육 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준다. 갑오징어는 겉모습만 보면 오징어와 흡사하지만, 몸속에 더 복잡한 ‘커틀본’(갑오징어뼈)이란 석회질 구조물이 있다. 커틀본을 새장에 매달아놓은 모습을 본 사람도 많을 텐데, 거기 함유된 칼슘 성분은 반려 조류에게 영양제가 된다.
2과학자들은 껍데기에 방이 여럿 생기는 과정이 다음과 같이 간단한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으리라고 본다. 첫째, 일부 단판류가 바닷물보다 염분 농도가 낮은 액체를 껍데기 속에 분비하기 시작했다. 열기구 속의 공기가 가열되면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지듯이, 껍데기 속의 물도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주변 물보다 가벼워진다. 그 덕분에 해저에서 해당 동물이 계속해서 무거운 껍데기를 짊어지고 기어다니기가 한결 수월해졌을 것이다. 둘째, 그렇게 처음으로 껍데기를 가볍게 만든 동물들의 후손 가운데 일부는 액체 분비와 석회질(껍데기 성분) 추가 분비를 번갈아 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주기적으로 석회질을 분비했으면 껍데기 속의 방들이 봉해져서 유체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셋째, 그런 후손들의 후손들은 껍데기 속 모든 방을 관통하며 뻗어 있는 가느다란 육질 관을 이용해 액체를 빼내고 그 대신 기체를 넣었다. 이로써 부력이 더 커지자 동물의 껍데기와 연질부가 함께 중층수로 떠올랐다.
원시 두족류의 껍데기는 곧고 길게 뻗은 모양이었는데, 대체로 길이가 30센티미터에서 2미터 사이였다. 하지만 엔도케라스 기간테움이란 적절한 이름이 붙은 한 종은 약 3.5미터까지 자랐다. 농구 골대의 림보다도 높았고, 어떤 아노말로카리스보다도 훨씬 컸다. 사실상 당시까지 등장했던 어떤 생물보다도 컸다. 그 껍데기는 부력이 하도 커져서 엔도케라스가 뾰족한 쪽의 몇몇 방을 무거운 무기질로 되메워야 했을 정도였다. 무기질을 주입할 때는 아마 연실세관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 덕분에 반대쪽 끄트머리의 연질부 무게가 상쇄되어서 엔도케라스는 꼴사나운 느낌표 모양으로 깐닥거리지 않고 자기보다 작은 친척들처럼 수평으로 헤엄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