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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1004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1. 관심.
2. 우연일까?
3. 비밀 아닌 비밀.
4. 만찬.
5. 비밀.
6. 입 싼 봄이.
7. 결심.
8. 언약식.
9. 강적.
10. 초청장.
11. 파티.
12. 하나 +하나.
13. 결단.
14. 가례.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Prologue.
소년은 굵은 장대비의 폭우 속을 뚫고 달렸다. 빗속을 달리는 아이의 눈에는 슬픔으로 가득 찼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빗줄기가 쏟아 흘렀다. 주먹을 불끈 쥔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노트가 빗물에 흠뻑 젖어도 소년은 한 줌의 기억으로 인해 자신이 비를 맞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난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욧. 알았어요!’
‘조용히 해!’
소년이 말귀를 알아듣던 시절부터 부모님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럴 때 아버지는 목에서 심하게 잠겨 버린 음성을 쥐어짜듯 엄마를 꾸짖었다.
‘알아! 나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모르죠? 내가 당신을 유혹했지만 사랑해서가 아니란 걸.’
엄마는 아버지의 피를 솟구치게 자극하는 언어들을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곧은 시선 안에 격한 분노가 스치고 지났다.
‘알아. 알면서도 유혹 당했으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처음부터 나와의 결혼을 원치 않았어요. 죽을상으로 날 안았어요. 난 그날을 똑똑히 기억해요.’
‘무슨 소리야?’
‘모른단 말이네요. 이제야 얘기지만 당신 가슴속엔 늘 딴 여자가 있었어요.’
아내에게 제 마음을 읽혀버린 당혹스러움도 잠시 아버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식히며 빛이 굴절된 듯한 음산한 눈빛으로 엄마를 질리게 만들었다.
‘시끄러! 아이가 있는 집으로 남자를 끌어들인 건 잘한 거야!’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이혼은 안하는데요? 차라리 이혼해요. 이혼하자고욧!’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한지 보지.’
‘뭐라고욧! 이혼하자는데 왜 딴 소리예요.’
‘이혼하기엔 아이가 어려. 아이가 어른들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해.’
‘훗! 그게 이유라고요? 억지 그만 부려요.’
‘무슨 말이야?’
‘당신의 가식. 이젠 넌더리가 난다고요. 여전히 아이를 핑계 삼는 당신. 웃겨요.’
‘무슨 말이야!’
‘그만하죠. 아이도 우리를 이해할 나이에요.’
‘안 돼! 아직 아니야!’
‘아들은 무서운가보죠?’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놔주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엄마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남편의 음습한 눈빛을 마주대하던 엄마도 점차 감정을 차갑고 냉소적으로 뱉었다.
아내의 꺾일 줄 모르는 이혼타령에 아버지는 기운을 쭉 빼며 고통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이젠 지치지도 않아? 그만하지.’
소년은 부모님의 아귀다툼을 생각할수록 외로웠다. 아버지는 다른 이들에겐 언제나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정작 사랑 없는 결혼을 했기에 아내에게는 무덤덤하게 형식적인 말씀만 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던 엄마도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언제나 두 분 사이의 대화에선 고함이 오고 갔다. 고함이 오고 간 후 소년의 집은 적막으로 가득해 그렇게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