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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1028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3-01-0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작가후기
책속에서
뜨거운 물줄기가 어깨에 쏟아지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신나게 머리를 감고 향이 좋은 비누로 막 몸을 닦고 있을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린 순간 데이몬과 정통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뭔가 말을 해야 했다. 영화 속 장면을 보면 나신으로 샤워 중인 여자 주인공이 멍하니 서 있으면 남자 주인공이 알아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고 번쩍 안아서 침대로 데리고 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발바닥에 강력 접착제라도 붙여 놓은 사람처럼 팔짱을 낀 채 지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지만 여전히 이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된 순간을 느슨하게 할 단어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희는 알몸을 가려야 했지만 그녀 역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샤워기가 뜨거운 물을 마구 뿜어 대는 바람에 수증기가 그나마 그녀의 몸을 일부 가려 주고 있었지만 남자 앞에서 알몸을 다 보여 준 적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손을 뻗어 샤워 커튼을 닫으려는 순간 데이몬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가 잡지 않았다면 욕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거나 혹은 머리를 세면대에 정통으로 부딪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였다.
그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지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지희의 이마 위로 그의 입술이 살짝 내려앉았다. 금방 데이몬의 입술이 그녀에게서 멀어졌지만 닿았던 이마는 재로 변할 것처럼 불타올랐다.
온몸이 화끈거렸다. 그 날이 떠올랐다. 파티에서 그녀를 구해 준 남자는 지희를 데리고 휴게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근 다음 그녀가 안전한지 확인한 후 다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잡았다. 그 날, 가면 속의 남자와 정사를 가진 이후 지희는 그를 잊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몬이라면 그를 잊게 만들 것 같았다.
지희의 양팔을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 머리 위로 올린 데이몬은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샤워기에서는 여전히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습기로 가득 찬 욕실은 끈적거렸다. 데이몬에게서 나는 땀 냄새가 지희를 더욱 흥분시켰다.
천천히 그의 얼굴이 지희의 얼굴 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희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믹스가 욕실 밖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들리지 않았다.
지희의 입술 위로 데이몬의 입술이 닿았다. 뜨거운 열기가 두 사람 사이로 피어올랐다. 그의 혀가 불쑥 지희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혀는 탐색이라도 하듯이 그녀의 입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핥아 내려갔다. 아래에 닿은 그의 것이 그녀를 마구 찔러 대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미친 듯이 원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지희의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갔다. 그가 누군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자신을 도와주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이런 식으로 끌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희는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니 온몸으로 그를 원하고 있었다. 그 파티가 있던 날 밤을 제외하고는 남자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지희가 갑자기 그에게서 얼굴을 떼었다.
“당신은 누구죠?”
“당신을 지켜본 사람.”
그의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들렸다. 습기 때문에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데이몬은 지희의 팔을 자신의 목에 감게 했다. 그리고 번쩍 안아 올려 침실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