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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사
· ISBN : 978896564317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6-03-31
책 소개
누락된 기록과 주변화된 실천을 복원해
한국 현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우다
지워진 이름들을 다시 부르는 전시의 역사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 중 하나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가 아직도 충분히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개별 여성 작가 몇 명을 발굴하는 수준을 넘어, ‘전시’라는 장을 통해 당대의 집단적 실천과 관계망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전시야말로 당시 어떤 작가들이 함께 모였고,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며, 어떤 사회적 발언을 하려 했는지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지금은 잊힌 작가들과 그룹, 그리고 기록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전시의 구체적 정황을 아카이브와 인터뷰를 통해 다시 불러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전시는 단순한 발표의 장이 아니라, 누락된 역사를 복원하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된다. 특히 전시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미술사에서 지워졌거나 주변화된 작가들을 아카이브와 인터뷰를 통해 복원하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다. 이는 승자 중심의 미술사나 몇몇 스타 작가 중심의 서술을 넘어, 사라진 이름과 지워진 실천을 다시 공적 기억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훨씬 실감 나게 따라갈 수 있고, 미술사를 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은 바로 그 점에서 단순한 미술사 연구도 아니고,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를 단지 ‘여성 작가의 역사’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누락되고 배제된 이름들을 되살리며 한국 현대미술사를 다시 쓰려는 대항서사의 시도이자 기억의 정치학이자 대안적 역사 쓰기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 속에서 피어난 페미니즘 미술
이 책은 한국의 초기 페미니즘 미술을 서구 이론의 수용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1980년대 군부독재,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이라는 격동의 현실에서 페미니즘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자라났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시월모임, 터 그룹, 여성미술연구회 같은 집단은 민중미술과 일정 부분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안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발전시켰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계급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 가사노동, 일상적 성차별, 가부장제의 구조 같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삶에 내재된 억압의 경험이었다. 또한 이 책은 미술계 안의 움직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평우회, 여성민우회, 또 하나의 문화 같은 여성운동 및 여성문화운동과의 교류를 통해 당시 페미니즘 미술이 어떻게 사회운동 및 문화운동과 연결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 결과 독자는 1980년대 페미니즘 미술이 단지 미술 내부의 양식적 변화가 아니라, 당대 여성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말하고자 조직한 집단적 문화운동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이 대목은 오늘날 페미니즘 미술을 생각할 때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페미니즘 미술의 출발점이 ‘이론’보다 먼저 ‘현실’과 ‘연대’에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다원화, 그리고 중심에서 밀려난 지역과 집단을 다시 보다
이 책은 1980년대의 집단적 태동만이 아니라, 1990년대에 페미니즘 미술이 어떻게 더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확장되었는지도 치밀하게 추적한다. 민주화 이후의 정치적 변화, 글로벌리즘의 확산, 포스트모더니즘 담론, 소비문화의 팽창은 미술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고, 페미니즘 미술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저자는 30캐럿, 《여성, 그 다름과 힘》, 부산 지역의 전시들, 《’99 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 등을 통해 1990년대 페미니즘 미술이 더는 하나의 단일한 목소리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서울 중심의 미술사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부산의 전시들을 비중 있게 다루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지방이라는 이유로 이중으로 소외된 미술 실천을 복원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를 단지 ‘여성 작가의 증가’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여기서 페미니즘은 단순한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중심과 주변, 기록되는 자와 누락되는 자의 구조를 다시 묻는 시선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0년대의 전시들을 통해, 페미니즘 미술이 하나의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논쟁하며 확장되는 장이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목차
프롤로그
1부 1980년대 페미니즘 전시
1장 민주화운동 속 페미니즘 미술 다시 보기
2장 시월모임의 《시월모임》, 《반에서 하나로》
3장 터 그룹의 《터》
4장 여성미술연구회의 《여성과 현실》
5장 그림패 둥지, 만화패 미얄
6장 《우리 봇물을 트자: 여성해방시와 그림의 만남》
2부 1990년대 페미니즘 전시
7장 1990년대 사회, 미술 현장, 그리고 여성운동
8장 30캐럿의 《30캐럿》
9장 《여성, 그 다름과 힘》
10장 부산의 전시: 《페미니즘 아트, 세계 해석의 독자성》, 《여성·역사: 새롭게 보기 혹은 넘어서기》
11장 《’99 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
에필로그
감사의 말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은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같은 한국 근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포스트메모리(post-memory)’ 세대인 필자가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주름을 펼치고자 하는 일종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즉 한국의 역사적, 사회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페미니즘 미술에 관한 다층적인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수집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역사의 가능성을 모색한 시도이다.
한국 미술에서 페미니즘은 여전히 중심 담론의 주변부 혹은 보충적 위치에서 다뤄지고 있다. 필자는 그 한계를 목도하면서, 파편화되고 분절된 페미니즘 미술 연구를 통사적인 관점에서 연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사회와 미술계의 관계를 함께 살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1980-90년대를 연속적으로 바라보며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흐름을 읽어내고자 했다.
이 책은 아카이브 프로젝트 형식을 빌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을 복기하려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200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주요한 담론이자 대항기억(counter-memory)으로서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아카이브적 전환(archival turn)’의 사유를 실천하고자 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