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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8377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9-08-13
책 소개
목차
[스케치북 넘기는 순서]
프롤로그_ 나는 오늘 그림을 그리러 간다
[첫 번째 장]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마음이 반짝이던 순간을 찾아서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을 하던 시절이 있다)
마음속에서 연 첫 전시회
(모든 것이 서툴 때가 가장 설렐 때)
인생이라는 작품은 함께 그려가는 것
(밝음 속에서 더 큰 밝음을, 어둠 속에서 더 짙은 어둠을 찾으며)
유리병 속의 몽당연필이 해준 이야기
(“나도 당신처럼 잘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림을 그릴 때 느껴지는 우리만의 온도에 대하여)
나를 지켜주는 하루 2시즌제
(늘 같은 자리에서 지친 나를 기다려주는 스케치북)
[두 번째 장] 잘 그린 그림보다 소중한 것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만 안다
(용기 내서 거절한 후에 얻은 것들)
잡념에서 벗어나는 확실한 방법
(그렇게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에 길들여진다)
보이는 그대로에 집착하지 않는 연습
(사연 있는 마릴린 먼로와 모네의 보트들)
잘 그리기보다 아름답게 그리기
(르누아르가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해준 말)
수채화 유희
(한없이 투명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나날들)
조색(調色)의 기쁨에 관하여
(사랑할 때도 원하는 빛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엄마에게 선물한 제주의 하늘과 해바라기)
[세 번째 장] 서툰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
일요일 아침의 발견
(잠들어 있던 시간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는 마법)
서툰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응원
(우리는 화실에서 서로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더 이상 어른이 불편하지 않다
(때로 누군가는 영원한 20대로 살아간다)
“좋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해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는 순간)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싶은 보상의 말들)
천천히 그려요
(모든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려면)
왜 그녀는 에펠탑을 슬프게 그렸을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림의 힘)
[네 번째 장]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이야기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파란만장하지 않아도 썩 괜찮은 삶에 대하여)
그날의 가장 잘한 일
(마음이 가장 편안히 머무르는 곳)
나는 내가 가장 반갑다
(캔버스에 비친 나의 모습과 대화하다 문득)
시간을 대하는 태도
(뭔가를 하기에 부족한 시간은 없다)
내 그림의 주인 되기
(사인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럼에도 취미는 사랑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나의 이야기, 나다운 이야기
(나를 보여주는 것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
[다섯 번째 장] 마음이 간절히 원한다면
단지 좋아하는 것을 그릴 뿐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내가 계속 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
(달콤한 순간들이 모여 또 다른 꿈이 되고)
마음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처럼 평범한 내 모습에도 가슴이 뛴다)
나에게도 화풍이 생길까?
(함께한 사람들의 흔적이 깃든 나의 그림들)
자기만의 방
(고독이 밀려오기 전에 한껏 기지개를 켜며)
취미 예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을 위하여)
에필로그_ 한 걸음 물러나서 보니 모든 일상이 예술이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림은 적당히 즐거웠다. 누군가는 적당한 즐거움이야말로 2배의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소소한 기쁨과 확실한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달성해야 하는 수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나는 숫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전공이나 먹고사는 일과는 무관한 것을 하니 해방감이 들었다. 일만 아니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잠시 현실을 망각하게 했다. 선과 색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어 진정한 자유를 누렸다. 가끔씩 텅 빈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림은 살면서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나다움’의 발견이었다.
직장인의 삶을 제법 능숙하게 살고 있다. ‘워라밸’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했다. 직장을 선택할 때도 야근 문화를 따졌다. 필요한 야근은 괜찮지만, 야근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면 사절이었다. 연봉보다는 정시 퇴근이 중요했다. 물론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원룸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한때는 하루, 아니 모든 일상이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출근도 하기 전에 퇴근을 하고 싶었다. 정작 퇴근을 해서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렇게 몇 년간 회사에 다니다 보니 직장이 아닌, 생활 자체에 회의가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지도 못하고, 서울을 당장 떠날 수도 없는 상황….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마음을 바꿔야 한다. 그때부터 나를 위한 직장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하루 2시즌제다.
요즘 나의 하루는 퇴근 전과 후, 2회로 나뉜다. 직장인으로서 8시간의 삶을 살고 난 후 ‘온전한 나’로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를 두 번 살려면, 퇴근 전까지 딴생각할 틈이 없다. 정시 퇴근을 하려면 집중력과 추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다. 업무에 파이팅 넘치는 사원으로 보이는 건 덤이었다.
직장 생활 10년차가 되고 나서 뒤늦게 내린 결론이 있다.
‘회사는 내 것이 아니며, 내가 없어도 망하지 않더라.’
그림을 배우기 전에는 이런 약속을 위해 일을 미루고 대기하거나 하던 일을 멈추고 나가기도 했었다. 사람을 좋아한 탓에 나의 시간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간을 정할 때 확실한 시간 단위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부터 시간이 괜찮아.” 그건 내 시간에 대한 존중이었다. 약속한 시간에는 철저히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기꺼이 시간을 내준 상대에 대한 예의였다.
본 지 오래됐다거나 거절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을 잡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놀라울 정도로 내게 많은 시간을 벌어주었고, 그 시간을 그림 그리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
그림을 배우기 전에는 한두 시간이 남았다고 하면 뭔가를 하기에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고 책이라도 읽자니 먼저 청소를 해야 했다. 그것이 귀찮아 카페에 가려니 옷을 입고 눈썹을 그려야 했다. 책을 읽기 전에 준비할 게 많았다.
그렇게 한두 시간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보내는 게으른 시간일 뿐이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이 그랬다. 하지만 그림을 배우면서 그 시간은 꽃 한 송이를 피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