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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1

일식 1

신해영 (지은이)
  |  
가하
2012-01-25
  |  
9,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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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1

책 정보

· 제목 : 일식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1713
· 쪽수 : 424쪽

책 소개

신해영의 로맨스 소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늘 같은 태양처럼, 결코 바뀌지 않을 운명. 마주쳐서도, 마주해서도, 마음을 나누어서도 안 되는 상대. 서인에게는 태주가, 태주에게는 서인이 그런 존재였다. 사랑하게 되었지만 적(敵)이라는 걸 알고 돌아선 그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꿈꾸려 하는데….

목차

1권
01. 초대받지 않은 손님
02. 흔들리며 피는 꽃 1
03. 흔들리며 피는 꽃 2
04. 태양을 피하는 법 1
05. 태양을 피하는 법 2
06. Undeniable
07. 교착(交錯) 1
08. 교착(交錯) 2
09. When music is over 1
10. When music is over 2
11. 각자의 선택 1
12. 각자의 선택 2
13. 각자의 선택 3
14. 짧은 행복
15. 혼류

2권
16. 공허
17. Return
18. 슬픈 꿈
19. 악연 1
20. 악연 2
21. Revelation
22. 비가(悲歌)
23. 깊은 밤
24. 겨울의 끝 1
25. 겨울의 끝 2
26. 겨울의 끝 3
27. Following your heart
28. Last
29. 일식(日蝕)
Epilogue 1
Epilogue 2
작가 후기

저자소개

신해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처서에 태어난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 출간작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매결혼≫ ≪시에스타≫ ≪에테시아 그 바람이≫ ≪나라를 구했다≫ ≪열일곱 번째 계절≫ ≪절반의 연애≫ ≪스완 레이크≫ ≪일식≫ ≪개도 사랑을 한다≫ ≪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 ≪골든 베이비≫
펼치기

책속에서

인정할 수 있어? 강서인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 네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
무슨 가당치 않은 소리를 하는 거야? 처음부터 강서인은 네가 지켜야 할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어. 잠깐의 일탈이 있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아. 네가 지켜야 할 사람들은 너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야. 네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네 곁을 지켰던 사람들이야.
거짓말. 너는 지금 강서인을 지키고 싶잖아? 아니, 강서인‘만’ 지키고 싶잖아? 다른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잖아?
아니야! 이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
하지만 지금은 생생한 감정이지. 너를 좀먹고, 너를 피 말리고, 너를 죽게 할 진심이지.
진심?
진심.
가슴속에 불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해 태주가 벌떡 일어났다. 테이블이 덜컹거리는 바람에 한쪽에서는 벌써 취했냐며 타박이 날아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한 태주는 테이블을 벗어났다.
로트바르트의 어둠에, 희미한 술기운에, 가슴을 치는 감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 어둠을 피해, 술기운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를 덮치는 감정에서 도망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땡, 엘리베이터 버튼 소리가 났다. 로비였다.
천장이 높은 로비의 샹들리에가 뿜어내는 빛이 흔들렸다. 검은 자개 위에 수놓아진 화려한 무늬의 엘리베이터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강서인을 토해냈다.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단정했던 서인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이마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클러치 백을 꼭 쥔 손은 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질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뛰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은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했다. 가장 맑은 얼음을 가장 진한 먹에 담가 박아 넣은 것 같은 눈빛이 태주를 응시했다. 그녀는 약간 어색한 것 같기도 했고 당황한 것 같기도 했다. 콧잔등에 엷게 주름이 잡혀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태주가 먼저 물었다.

“난…….”

입을 열었던 서인이 말을 멈췄다. 조그마한 입술을 하얀 이가 난감하게 깨물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정말 짜증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이맛살에 주름을 잡았다.

“젠장!”

세상에서 이렇게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은 처음이라는 듯 서인은 태주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성큼성큼 순식간에 로비를 가로지른 태주가 서인의 손목을 잡아채 품에 안았다. 입술이 입술을 찾았다. 작은 몸이 그의 몸 안에서 바르르 경련했다. 가는 허리가 몰아붙이는 힘을 이기지 못해 휘어졌다. 희미한 향수 냄새,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서인의 향기 속에서 그는 그녀를 찾았다. 그녀의 호흡이 아니면 숨을 쉴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호흡을 들이마시고, 작은 혀를 찾아 필사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대로 죽어도 좋다는 달콤한 절망.

서인은 저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태주의 손이 단단하게 그녀의 몸을 받쳤다. 가쁜 호흡이 그의 손 위로 쏟아졌다.

“나는 정말이지, 당신을 안 만날, 생각이었어.”

호흡 때문에 말은 딱딱 끊어졌다. 무슨 말을 한 건지 태주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잠깐 태주의 손이 멈췄다. 그의 손이 서인의 팔을 잡고 빙글 돌려세웠다. 그의 시선을 똑바로 보도록, 손이 그녀의 턱을 고정시킨다. 시선이 아프게 부딪쳤다.

“알아.”

짧은 대답,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그 어떤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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