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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0463
· 쪽수 : 12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제1부
모과 | 13
이마트 미니슈퍼 아줌마 | 14
황해 물을 다 마시고 간 사내 | 16
살 | 17
동거인 신원 | 18
조선총독부로 가는 열차 | 20
이 편한 세상 | 22
벽을 드나드는 사람 | 24
강아지풀 | 26
잠꼬대 | 28
오디나무에는 뽕이 열리지 않는다 | 30
동행 | 31
제2부
개심사 애기똥풀 | 35
은행잎 하나가 쌓아 올리는 성 | 36
불혹의 중산아파트 | 38
아이리스안경원은 세일 중 | 39
붉은 첫눈 | 40
에베레스트 오르다 | 42
서더리탕 | 44
김 씨의 자전거 | 45
콜 니드라이 | 46
짧은 혀를 위하여 | 48
날품팔이 | 50
도피안사 | 51
제3부
분꽃 | 55
서후리 정씨 종갓집 장맛 | 56
쑥부쟁이 | 58
봄 봄 봄 | 60
춘장대 모래톱은 날고 싶다 | 62
이장님의 부부싸움 | 64
서리 | 66
새살새살 | 68
집문서를 들추다 | 70
벌초 | 72
빈 곳간 | 74
토산불알 | 76
제4부
만장 | 81
희락(喜樂) | 82
큰눈 | 84
덩샤오핑중화요리 | 85
마량포구 | 86
고속도로 위의 풍뎅이 | 88
배봉산 아까시꽃 | 90
시력검사표 | 92
복날, 복제 어머니와 식사를 하다 | 94
나쁜 사람 | 96
이중초점렌즈 | 98
여름 난로 | 100
옹이진 의자 | 102
해설__ ‘잘 본다’라는 말의 의미 | 강형철 |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비도 떠난 고향 빈집에
하룻밤을 묵고 나서 안방마루에 눕는다.
몇 해째 비어 있던 제비집에 낯선 새가
새끼를 키우고 있다.
집주인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고
부부가 번갈아가며 먹이를 물어 나르고 있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들고 나는 녀석들과 눈을 맞추려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새끼들 하고만 입맞춤이다.
이 집에서 어미 밥을 받아먹고 자란 세월이
십수 년, 그 힘으로
날개 달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나는 객이 되고 자기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육십갑자가 되면 이 집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생각을 하다 이내 접고
윗방아기 눈치 보듯 슬금슬금 일어나
토방 끝에 쪼그려 앉는다.
구들장에 온기는 고사하고
허물어져 내리는 집에서
구렁이도 살 곳 찾아 떠나는 처마 밑.
무게를 못 이겨 주춧돌 위에서 자꾸만 어긋나는
기둥처럼 온몸이 저리다.
―「집문서를 들추다」
아 아 동포부락 주민 여러분, 오늘도 농사일에 을매나 고상들 많었슈. 해가 갯바닥으로 떨어진 지가 온젠디 밤늦은 시간에 왜 그러냐구유? 아, 우리 마누라가 집을 나갔슈. 낮이 민소에 들렸더니 마량 이장놈이 즌어 축제가 성공을 혔네 오쩌네 혔싸서 승질이 나잖유, 아 그려서 집이 오다가 칠성바위 지점집이서 풋고추 배 갈러 자하젓 늫구 막걸리 한 사발 허구 왔더니, 갈 일이 바뻐서 죽을래두 죽을 새가 옶넌디 술만 먹구 댕긴다구 지껄였쌓길래, 소가지 좀 냈더니 오디루 내뺐는지 이때까정 안 들오구 자빠졌네유. 아 빨리 겨 들오잖구 뭐혀. 자우당간 우리 마누라럴 본 사람은 보넌 즉시 신고혀야유. 간첩 신고는 112구 우리 마누라쟁이 신고는 즈이 집 즌화번호덜 알구 기시쥬? 만약시 혹여라도 숨겨주거나 보고도 신고럴 안 헌 주민은 지가 보기엔 빨갱이보다 더 나뿐 사람잉게 그리덜 아셔야겄습니다요. 아 그러구 이번 정부시책으로 주는, 그러니께 무상으로 주는 비료허구 농약을 받는디 상당헌 불이익얼 감수허셔야 될 것입니다유. 아 동포부락 이장인 지가 헐 일 옶어서 민소나 지웃대넌 줄 알믄 큰코 다쳐유. 다 우리 부락을 위해서 나댕기는 거유. 그걸 마누라나 주민 여러분이 알어주셔야 혀유. 아 이렇게 방송에 대구 왕왕대두 안 들오구 뭐허구 자빠졌댜. 재뜸 사부인 이번이두 숨겨주믄 재미 옶슈. 어 끄윽, 이렇게 지껄이다봉게 술이 좀 깨네유. 뫼재 큰아들눔아 너만 네 지집 끌어안고 자빠졌지 말고 임마 네 엄니 좀 찾아봐 네 애비 혼자 자긴 싫어 이눔아.
―「이장님의 부부싸움」
의정부에서
김극기 할아버지는
남대문에서는 삼만 원이면
하나의 안경으로 먼 곳, 가까운 곳 다 보이는
안경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다.
난시가 있어서
렌즈만 해도 오륙만 원은 줘야 하는데
폐지 주워 팔아 모은 돈
삼만 원을 쥐고 나온 할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다.
난시를 교정하면
시력이 1.0 이상은 나오고
선명도도 좋은데
오늘은 맞춰놓고
돈을 더 가져와서 찾아가라면
분명 비싸다고 옆집으로 갈 텐데
양안 교정시력 0.6
이중초점렌즈 안경 조제 끝.
오늘부터
세상을 삼만 원어치는 보면서
서울판 생활정보지를 둬 부씩 빼어 들고
경로우대증을 내밀고
흔들리는 전철을 타고 집에 간다.
―「이중초점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