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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551064
· 쪽수 : 263쪽
· 출판일 : 2018-11-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5
오버 더 레인보우 / 7
랩의 제왕 / 31
틈 / 61
올드 하바나 / 83
구두 / 109
고요한 이웃 / 135
요나 / 165
물집 / 189
아웃 오브 아프리카 / 217
해설
잔혹한 세계와 환대의 불가능성(이정현) / 24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악 하악. 의식을 잃은 리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떨어진다. 마치 잠이 든 사람처럼 의식을 잃은 리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인다. 그때까지도 침대에 웅크려 있는 아이를 일으켜 옷을 입힌다. 불빛에 비친 아이의 몸에 피멍이 길게 나 있다. 주로 젖가슴과 엉덩이 부근에 반점처럼 돋아 있는 멍들을 보자 울컥 눈물이 솟는다. 덜덜덜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손으로 아이에게 옷을 입힌다. 이곳을 나가야만 한다. 손의 떨림이 등을 타고 뒷머리까지 올라간다. 좀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작정 밖으로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아이의 손이 내 손을 찾아 꼭 쥔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눈물과 바람에 엉클어진 머리칼이 손끝에 걸린다. 그 엉겨버린 타래를 손으로 빗어 내린다.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 아이가 원래 있었던 자리를 찾아서….
―「오버 더 레인보우」 중
나는 고양이처럼 강해지고 싶다. 옷을 벗기려 내미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내 손으로 옷을 벗는다. 규태와 같은 모습이 되어 그의 무릎에 앉는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그는 고양이 소리를 낸다. 규태의 등이 휘어지면서 규태와 나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숨을 몰아쉬는 내 눈앞에 고양이가 나타난다. 돌 틈에서 머리만 내밀어 나타난 고양이의 눈이 빛난다. 나는 손을 내민다. 고양이의 팔을 잡고 싶다. 하지만, 고양이가 들어가 있는 틈은 내 손이 닿기에는 멀다.
날 버리지 말아줘. 강하게 만들어줘.
고양이는 머리를 수그려 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틈」 중
나는 원장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멀어지는 그의 등을 노려보며 N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쇼핑백에서 새로 산 구두를 꺼냈다. 새 신발을 뒤집어 굽을 살폈다. 끝이 유난
히 뾰족한 구두 굽이 눈을 찌를 듯 노려보았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향해 가던 원장이 등을 돌린다. 나는 오른손으로 구두 뒤축을 쥐고 허공을 내리친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두 번. 손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 소리가 커
진다. 나는 원장의 미간에 박힌 붉은 점을 표적으로 삼는다. 퍼억, 퍽. 잘 벼려진 굽이 단번에 붉은 점을 산산조각 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굽이 완전히 박혀 빠져 나오지 않을 때까지 휘두른다. 놀라 동그래진 원장의 눈에서 검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구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