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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8189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4-07-25
책 소개
목차
1~1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디 갔다 와?”
“애가 밤이 되도록 안 들어 오길래 찾아왔어요.”
지희가 대답했을 때 이웃들의 미간이 일제히 들쭉날쭉 찌푸려졌다.
“그래서 찾았어?”
“야산 밑에 있는 폐가에서 놀고 있더라고요.”
“….”
이웃들은 조심스럽고 재빠르게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거기 위험한데, 요즘 애들이 놀 데가 없긴 없나 봐요.”
“그래서 영분이는 찾았냐고?”
“무슨 소리예요? 여기 있잖아요.”
지희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시선이 떨어진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뭐가?”
“사람이 나올 거라는 거 말이에요. 전 전혀 못 느꼈는데.”
“그게 말이야….”
지희가 골목을 벗어날 때쯤 고개를 틀어 진선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있어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양쪽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했다. 진선은 찌푸려진 눈썹 아래 자리한 지희의 시선을 똑똑히 응시했다. 회피하고픈 마음이 꿈틀댔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냥.”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중 지희가 나타난 것이라고 대답하려다 삼켰다.
“다른 집도 한번 들러볼까요?”
“….”
진선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모르긴 해도 이 골목 사람들은 애환이라는 게 없을 거요.”
“무슨 말씀이신지?”
“영 모르는 것 같지는 않던데…?”
경우 아버지가 흘리듯 넌지시 물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는지?”
반만 문 미끼 같은 되물음이 나갔다.
“영분이네 자주 들락거리지 않았소?”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걸 보니 예사롭지 않았던 첫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또한 지금처럼 먼저 물어와 주는 바라면 오히려 진선으로서는 원하는 것에 다가가기가 쉬워진 격이었다.
무엇을 듣고 말하고 싶어 하는지 서로의 패를 확인한 경우 아버지와 진선은 눈빛으로 서로의 의사에 동의를 표했다. 반면, 경우 어머니는 살짝 당황한 눈매를 해서는 진선을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뭔가 알고 계시는군요?”
“여기 사람들, 특히 이 골목 사람들은 애환이란 게 없소. 한(恨)만 남았지.”
이번에도 응답이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경우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