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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제국, 젠더 그리고 미학

조이스, 제국, 젠더 그리고 미학

민태운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4-10-20
  |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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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제국, 젠더 그리고 미학

책 정보

· 제목 : 조이스, 제국, 젠더 그리고 미학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영어영문학 > 영미문학
· ISBN : 9788968491511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에서 제국, 젠더, 미학의 문제가 어떻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나타나는지 살펴보기 위해, 그의 주요 작품인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를 분석한 연구서이다.

목차

책 머리에 / 5
1. 탈식민적 남성학적 관점에서 『더블린 사람들』 읽기 / 13
2. 가면으로서의 남성성 ― 『율리시스』에서 블룸의 경우 / 41
3. 부활절 봉기와 조이스 ― 「키클롭스」장을 중심으로 / 65
4. 「태양신의 황소」에서 제국의 위대한 전통 허물기 / 87
5. 조이스에게 있어서 민족/민족어와 영어 / 111
6. 조이스의 파넬주의와 사회주의:
「파넬 추모일의 선거사무실」을 중심으로 / 137
7. 「경주가 끝난 뒤」에서의 피식민지인의 가면의 삶 / 165
8. 『더블린 사람들』에서 보이는 일상 속의 전쟁 / 187
9. 『더블린 사람들』에서의 함정과 폐소공포증 / 211
10.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와일드의 미학 찾기 / 233
참고문헌 / 258
작품색인 / 276
약어 / 279

저자소개

민태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미국 남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 회장(2011-2013)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2001), 『조이스의 더블린』(2005)이 있고, 공저로 『조이스 문학의 길잡이: 더블린 사람들』(2005), 『조이스 문학의 강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2009) 등이 있으며, 주석본으로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2010), The Picture of Dorian Gray(201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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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 탈식민적 남성학적 관점에서 『더블린 사람들』 읽기

주지하다시피 프로이트Freud는 남아가 어머니로부터 완전히 분리됨으로써 비로소 어엿한 남성이 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성은 이미 완성된 존재라기보다는 되고 있는 ‘과정’의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남성은, 키멜Kimmel의 주장대로, 평생에 걸쳐 어머니의 특성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안간힘을 쓴다(127). 이처럼 남성성은 “지속적인 불안정성”constant insecurity으로 경험된다고 할 수 있다(Flannigan-Saint-Aubin 245). 이러한 현상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등장인물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들에게 남성성은 모순이고 문제가 된다. 그들이 남성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남성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피지배자라는 점에 기인한다. 그들은 제국의 피식민지인으로서 “항상 이미” ‘여성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에 르낭Ernest Renan과 아놀드Matthew Arnold는 각각 아일랜드 사람들에 대해 “본질적으로 여성적인 인종”essentially feminine race이라느니(Renan 8) “여성적인 데”something feminine가 있다느니(Arnold 86) 하면서, ‘남성적인’(그리고 가부장격인) 앵글로 섹슨족과 대조시켜 켈트족―문맥에서는 아일랜드 민족을 가리킴―을 여성적인 존재로 특징지었다. 더욱이, 아일랜드가 고대로부터 항상 ‘여성’으로 상징되어 왔고, ‘불쌍한 노파’Poor Old Woman(아일랜드어로는 Shan Van Vocht)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일랜드의 민간설화에 나오는 여성은 자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왔다는 것도 아일랜드 남성들의 정체성에 혼돈을 주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남성적 원리에 토대를 두고 있는 서구의 가부장 사회의 관점과 정반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일랜드 남성은 끊임없이 자신의 남성성을 다시 말해서 자신이 여성적이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은 이처럼 제국주의 지배 하에서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아일랜드의 남성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서 여성적 요소들, 예컨대 동정심이라든지 부드러움 같은 것을 제거하려고 애쓴다. 대신에 남성들 사이에서 “남성성의 중요한 시니피앙” 이라 간주되는 술과 폭력(Canaan 114), 그리고 여성의 비하 등을 통해 남성성을 과시해 보이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다른 남성들에 의해서 남성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탈)식민주의적 남성학의 관점에서 조이스를 연구한 논문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최근에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논문들의 지배적인 경향이 있다면 『더블린 사람들』이나 『율리시스』Ulysses 각 작품을 전체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한편의 이야기라든지 한 장chapter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추어 다룬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더블린 사람들』 전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더블린의 남성들이 어떻게 식민주의에 의해서 여성화되어 가는지(혹은 되었는지), 어떻게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과시하려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노력이 항상 좌절로 끝나는 지를 (탈)식민적 남성학의 관점을 통해, 그리고 당시 아일랜드의 역사적 상황 등에 비추어 분석하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일랜드의 민담에서 자주 아일랜드는 집단적 자아상을 여성, 특히 ‘노파’로 상정想定해 왔다. 그것은 예이츠W. B. Yeats의 희곡 『캐슬린 니 훌리한』Cathleen ni Houlihan에까지 이어져, 노파로 등장하는 캐슬린이 아일랜드의 젊은 남성들에게 자신 즉 아일랜드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영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아일랜드인들의 여성성을 지적하며 아일랜드를 여성화해왔고 그것은 19세기에 더욱 심했다(Lamos &Van Boheemen-Saaf 9). 또한 16세기 초 이래로 영국 작가들은 대부분의 식민담론이 그렇듯이 아일랜드를 “남성적인 탐험가의 침투를 고대하는(혹은 탐험가를 유혹하는) 처녀”로 비유해 왔다(Jones 164). 아일랜드인들에 대한 영국의 여성화가 영국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익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제국주의와 가부장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아일랜드는 여성적인 성품을, 영국은 남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부장제의 관점에서 남성이 여성을, 즉 영국이 아일랜드를 식민지로 통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커티스Curtis는 이 둘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여성의 참정권 요구가 압도적인 다수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고, 여성해방론이 남성들에게 깊은 두려움을 자아내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 인종과 민족을 남성 여성으로 나누는 경향은 . . . 아일랜드인들과 같은 민족에게 여성적인 특징을 부여하는 경향은 아일랜드 자치Home Rule에 내재되어 있는 정치적 해방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 . . 스스로 의식하기에 성숙하고 남성적인 앵글로 색슨 족은 자신의 복잡한 제도를 유아적이고 여성적인 아일랜드 켈트족에게 넘겨줄 의도가 없었다. 그것은 여성들이나 어린이들에게 그것을 넘겨줄 의도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61-62)

여기서 커티스는 여성해방을 두려워하는 남성들과 아일랜드의 정치적 해방을 허용하지 않는 영국을 교묘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영국은 감상적인 여성 혹은 미성숙한 유아가 남성적 덕목을 필요로 하듯이 아일랜드가 앵글로 색슨의 통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너스Innes의 표현을 빌어보면, 여성 아일랜드는 영국이라는 남편과 결혼하여 자애로운 가부장적 통치를 받아야 자신의 본질적인 자아를 완성할 수 있고 계속 여성적이고 켈트적인 본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15).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의 식민화는 근대화의 과정과 맞물려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일랜드인 노동자는 영국계 지배계층에 의해 소외되고 그의 남성성은 억압받지 않을 수 없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근대의 회사나 공장은 근무 중 음주를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규정들을 통해 고용인을 통제하였다. 「대응」Counterparts의 패링턴Farrington은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일랜드의 남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사장은 얼스터 사람Ulsterman 혹은 북아일랜드인으로 영국계라 할 수 있는 알레인씨Mr Alleyne이다. 그가 더블린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 하에서 주로 영국 출신들이 살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와 더블린 간의 경제적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나를 말해줄 뿐만 아니라 더블린이 벨파스트의 경제에 의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영국 제국주의의 권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알레인의 위세는 이야기의 서두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벨이 사납게 울렸고, 파커양이 인터콤으로 갔을 때 격노한 목소리가 째는 듯한 북아일랜드의 억양으로 외쳤다.
“패링턴을 올려 보내!”
파커양이 타자기 앞으로 돌아가서 앉으며 책상 앞에서 필경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알레인씨가 위로 올라오래요.”
그 남자는 “빌어먹을”이라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다. 일어서니 그는 키가 크고 등치가 매우 큰 사람이었다. 그는 진한 포도주색의 늘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금발의 눈썹과 콧수염을 지니고 있었다. 약간 퉁방울인 그의 눈 흰자위는 지저분했다. 그는 카운터를 들어 올리고 손님들 곁을 지나 무거운 걸음으로 사무실에서 나갔다. (D 86)

한 쪽은 “격노한” 목소리로 명령하는 지위에 있고 다른 한쪽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불평하면서도 복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들의 상하관계는 위아래에서 각자 일하고 있는 장소만큼이나 분명해 보인다. 알레인의 목소리를 묘사하는 “piercing”이라는 단어는 “꿰찌르다”라는 의미로 침략적인 제국주의의 확장, 근대화의 침범, 혹은 남성의 공격성 등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는 이질적인 외부세력으로서 더블린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말끔하게 면도한 얼굴에 금테 안경을 두른 자그마한 사람”으로 효율적인 시간사용을 강조하는 근대화 혹은 자본주의의 화신처럼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가 패링턴의 안전에서 주먹을 휘두를 때 그는 마치 “전자 기계”electric machine(D 91)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패링턴은 “키가 크고 등치가 매우 큰 사람”으로 말끔하지 않은 시골사람의 인상을 주며 “무거운 걸음”으로 걷는다. “약간 진한 포도주색의 늘어진 얼굴”이라든지 지저분한 흰자위는 근대화되지 않은, 진보가 뒤쳐진 인종을 암시한다. 진한 얼굴색은 음주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열등한 유색인종을 가리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 영국인들은 반복적으로 아일랜드인들을 인종적으로 낮은 서열에 자리매김 되었던 흑인과 동일하게 취급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Cheng 26). 영국인들에 의하면, 패디Paddy, 즉 정형화된 아일랜드 남자는 “어린애 같고,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무지하고, 게으르고, 미신적이고, 원시적이거나 개화가 덜되었고semi-civilized, 지저분하고, 복수심이 있고, 난폭한” 반면, 앵글로 색슨 족은 “아일랜드인들로 하여금 자치를 감당하지 못하게 하는 성질과 정확하게 정반대되는 성질”들을 소유하고 있었다(Curtis 53). 물론 이러한 정형화는 제국주의자의 인종차별적 시선에서 나온 것이지만 패링턴은 이 전형적인 아일랜드 남자의 특징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우선, 제 시간 안에 맡겨진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근무 중에도 술집을 찾는 그는 게으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그는 근무 중 실수를 하자 “밖으로 뛰쳐나가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D 90) 욕망을 품을 정도로 난폭한 모습을 보인다. 더욱이 그는 하루 동안 경험한 분노와 좌절로 인해 “복수심”을 품으며 마침내 어린 아들에게 그것을 발산하게 된다. 그가 무지하다는 것은 구경꾼들이 그가 영국인 웨더스Weathers와 겨루는 팔씨름을 “민족적 명예”(D 95)를 건 경기로 보는 반면 그는 이러한 역사적 의식을 결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Potts 70).
그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큰 신체이고 힘이기 때문에 알레인을 “난쟁이”(D 91)로 멸시하고 웨더스를 “애송이” (D 97)로 평가 절하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패링턴이 정치경제적 억압구조 하에서 여성화의 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그의 남성성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육체적 힘과 신체적인 우람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장대한 신체는 『율리시스』의 「키클롭스」Cyclops 장에 나오는 시민the citizen을 상기시킨다. 시민은 신화 속의 영웅들의 특징을 합성해 놓은, 순수한 아일랜드 혈통의 남성성을 이상화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은 “넓은 어깨의, 두툼한 가슴의, 강한 팔다리의, 솔직한 시선의, 붉은 머리털의, 주근깨가 많은, 텁수룩한 수염의, 큰 입의, 큰 코의, 긴 두상의, 깊은 목소리의. . . 영웅”(U12.152-56)이다. 물론 이는 문예부흥 당시 문화민족주의자들이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영웅들을 이상화한 것에 대한 작가의 풍자의 일환으로, 이상적인 아일랜드 남자의 허구성을 노정하기 위한 것이다. 어쨌든 패링턴의 체격은 최소한 기골이 장대한 이상적인 아일랜드의 남성의 기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다만 그에게는 시민에게 있는 국수주의적인 민족관 같은 것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시민이 등장하는 무대가 전적으로 바니 커넌 주점Barney Kiernan’s인데 반해 패링턴의 경우 사무실에서 주점, 그리고 가정으로 이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시민은 게일 운동 경기 협회Gaelic Athletic Association를 세운 민족주의 운동가 마이클 쿠색Michael Cusack을 모델로 해서 창조된 인물이므로 드러내놓고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반영의 기치를 든 국수주의적 인물이라면, 패링턴은 피식민지인으로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좀 더 평범한 더블린의 남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패링턴은 여러 면에서 식민지 아일랜드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는 남성이다. 그런 그가 제국주의적 패권을 대표하는 알레인(Cheng 120)의 사무실 공간에서 회사의 규율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이름 없는 부속품으로 전락하였다. 그는 사무실에 머무르는 내내 개체로서의 존재를 나타내는 이름을 부여받지 못하고 익명의 “그 남자”the man로 남아 있다. 그의 굼뜬 움직임과 기죽은 목소리 등은 그가 ‘거세’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알레인과 함께 있던, 유대인의 외모를 지닌 중년의 여인, 델라코어 양Miss Delacour이 일시적으로 그의 억눌러진 남성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알레인씨가 그녀 앞에서 없어진 편지 2개와 관련하여 패링턴에게 심한 욕을 퍼붓자 패링턴은 알레인에게 잠시 대들 듯 대꾸한다. 하지만 그는 사과하지 않을 경우 해고당할 거라는 협박을 받는다. 이러한 위협은 피지배자를 향한 지배자의 강력한 ‘거세’의 수단,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여성화의 방책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은 억압 구조에서 그가 자신의 남성성을 일시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근력을 보여주는 것뿐인데 웨더스와의 팔씨름에서 두 번이나 패배함으로써 이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웨더스는 영국식 이름을 지닌 영국인이라는 점에서 패링턴이 그에게 졌다는 것은 아일랜드가 힘의 대결에서 영국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름의 어원이 “거세된 숫양”으로 거세된 남자를 가리킨다는 점(Jackson 82)에서 그가 거세된 남자도 당하지 못하는 여성화된 남자임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인에 대한 패배는 「경주가 끝난 뒤」After the Race의 지미Jimmy Doyle가 카드 게임에서 영국인 라우쓰Routh에게 진 것을 상기시킨다. 한편, 패링턴을 분노하게 하는 또 다른 사람은 “런던 억양”을 쓰는 영국 여인으로 그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 낭만적인 이성애적 관계를 꿈꾸지만 그녀는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떠나버린다. 나갈 때 그의 의자에 가볍게 부딪치자 “실례합니다!”(D 95)라는 의례적인 말을 던질 뿐이다. 그것은 「애러비」Araby의 주인공 소년이 낭만적 생각을 품고 애러비에 갔지만 영국식 억양을 쓰는 여자 상인의 의례적인 말을 들었을 때 느꼈을 절망적인 현실과 비슷할 것이다. 소년이 짝사랑하는 연상의 여인과의 관계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패링턴은 자신이 그 여인의 관심을 끌만한 ‘남성’이 아님을 절망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애러비라는 바자가 영국 상인들의 지배를 받는 것, 패링턴이 영국계 사장의 지배하에 있는 것 모두 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영국에 종속되어 있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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