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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예체능계열 > 음악
· ISBN : 9788968492945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정현수의 시음악(Poem Music) Rhyme Beats / 7
1. 한국시에 의한 가곡
날개 / 25
사무침 / 29
다반사(茶飯事) / 34
숨쉬기 / 39
레스또랑에서 / 41
상사화 / 46
홍어 / 52
2. 음악극 속에서 피운 합창
하이얀 박꽃 / 59
까치와 다람쥐 / 67
꽁닷주닷 쏭 / 91
쥐 쏭 / 105
시끄러워 살 수 없네 / 110
약속은 언제나 지켜야 해요 / 115
3. 영문시에 의한 인성과 실내악을 위한 음악
The Government of Day / 123
Spirit / 128
A Deed / 131
Brave Bobolink / 122
Happiness / 133
Nobody / 136
4. 의미없는 소리로 구성한 텍스트에 붙인 인성음악
청울림_이야기짓기 / 143
5. 한국 전통음악 소리에 입힌 시음악
임평우화(臨平藕花) / 155
공양 / 157
5월, 카니발 / 158
저자소개
책속에서
1. 한국시에 의한 가곡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쑥스러워서, 통속적이라서 혹은 너무 신파적이라 대놓고 읊지 못한다. 이제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혀야 할 때라고 말하는 철학자이자 작가 이호영(李昊映, 1964~)의 시는 환상 속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하고(날개), 세월 속에 느낀 안타까움과 그리운 기다림으로 의분하기도 한다(사무침). 태반에서 비롯된 모자의 한 호흡으로 지르는 숨소리였다가(숨쉬기), 탐미적 포만감을 다중적 감각으로 흠뻑 섭취하기도 하고(레스또랑에서), 한 몸이나 만나지 못하는 영원한 이별에 서러워하기도 한다(상사화). 그에 반해 사람을 사랑으로 만나 삶을 채워가는 기꺼움을 그리기도 하고(다반사), 톡 쏘는 황당함으로 회오리치듯 지나가버리는 역사를 기록해간다(홍어).
시의 상징적 의미를 음향층으로 심어 피아노 파트에 할당하고 시의 맥박치는 운율을 노래에 담았다.
날 개
태양이 지친
저 하늘 노을 너머
어여쁜 여인을 보네
푸르른 남색 기운 두르고
여우랑 고라니랑
구름을 헤치는 나비의
날개 짓
달빛 속에 미소 짖는
여인을 보네
은모래 바람을 타고
쪽배를 저어 날 오라하네
세상이 다하고
마음 타버릴 때
꽃 바침 속에서 여인이
발그레 웃으며
서늘한 바람으로 날 쓰다듬네
푸르른 날개 짓에
쪽배타고
노을 빛깔 구름을 넘어
어디로
희미한
내 작은 날개여
사무침
외로우면 외로움에 숨고
아무도 없을 때는 도망치는
헛된 자존심이 우리요
그리움이 사무쳐야
사랑을 알고
추위에 흔들려야
따스함이 와 닿아요
여기 이렇게 무릎 꿇어요
외로우면 내게 와 숨고
아무도 없으면 내게 도망치소
그대
그리움이 사무치니
내 그대 그리운 것이 되고
그대
치 떨리는 추위에
내 그대를 위한 온기가 되나니
다반사(茶飯事)
너를 만지니 내 만져지고
따스함이 더움 켯켯이 모아 띄어 올리네
맞닿은 가슴에 고동은 맥놀이
그 놀이 모다 맥 만드네
마주 손잡은 꼬옥으로
아침을 짓고
마주친 눈빛의 빙그레는
간식
푸짐한 저녁상에 반찬은
포만한 한없는 조잘
훅 끼치는 살내임에
차를 마시네
오늘 밤 마신 사랑에 나는
나는
취했다
숨쉬기
눈 길 그치는
곳에 너는
맘 괴는 길
아는 듯
손길 닿는
네게
가슴 결 바람이 든다
나, 이제
네 내음에 닿아
너를 숨쉬누나
레스또랑에서
천천히 메뉴판을
핥아, 핥타아 -
내려간다
오늘의 식단은
금빛 내음에 라벤더 바이올렛 소리를 데치고
약간은 따끔하면서 간지런 맛을 가미한
라지아니아
여기에 곁들어 뿌려진
엘라의 초코릿한 G#의 쫀득함은
황혼녘 철길 따라 걷는 냥
노랗게 산들하다
후식은 세 번은 길고
세 번은 짧게 끄덕이는 가로등같이
찌직~거리며 나를 감싸고
지나치는 자동차들이 불어 주는 베이지는
촉수를 바래게 하는 엽서
길가 모퉁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그대의 송과선에 부친다
상사화
어두운 땅
꽃망울 속을
서성이오
그대에게 이르는 길
희미하기만 하오
봄이 데려온 흙 내음
푸르게 담아
여름 물 머금은
초롱한 꽃을 내오
이제
내 마음 그대에게 심으니
그대 안을 서성이려오
짓궂은 봄바람
사나운 태풍
혹독한 서리를
이기도록
살뜰히 가꿔주오
언제나
마음은 어리고
사랑은 외로우니
그리워도 만날 수 없어
어리고 외롭도록,
그렇게 외롭고 어려서
지친
그리움만
무성할터이오
홍어
신문지사이에서
소식을 묻고
지푸라기 속에서
희망을 찾아도
세월은 맘속을 덮었네
그 세월 건너온
홍어 한 점
찌릿하고 알싸히
돋아나는 사무침
오고가는 흥정속에
길을 잃고
눈가리는 아웅 속에
넋이 나가도
바람은 머리를 적시네
그 세월 건너온
홍어 한 점
욱대기듯 시릿한
상처를 저미네
덮으려 묻으려
두엄속을 구르다
온 몸을 저민 구린내
마비된 행복
그 세월 건너온
홍어 한 점
막힌 코를 뚫는
외침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