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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68850448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6-03-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양반의 딸
운명
아버지와 아들
귀신의 시간
동굴
생존자
나태
예언
살인자
미궁
이별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자 내외분은 사실 자주 얼굴을 보지 않습니다. 궁의 행사가 있을 때만 만나는 것으로 압니다.”
“부부긴 하나 남보다 못 하단 말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세자빈마마는 속을 알 수 없는 분이에요. 그 안에 구렁이 스무 마리는 키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는 슬며시 웃었다.
“보시면 압니다. 그러니 휘둘리지 마시라고요. 마마가 중전이시고 내명부의 최고 어른이십니다.”
“그럼 세자는요? 그분도 속을 알 수 없나요?”
세자를 떠올리는 현상궁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내란 말이죠.”
한 번도 사내를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궁이 짐짓 아는 척을 하는 게 웃겼다.
“사내란 아침 세숫물보다 속이 더 훤히 보이는 존재들입니다. 깊이도 얕고 속도 없죠.”
“향이를 이용할 것입니다.”
“무슨 소리냐?”
“왕과 세자 사이에 향이만 던져놓을 겁니다. 향이를 보는 왕의 눈빛을 봤어요. 또한 세자의 눈빛도요. 사내들이란 세숫물보다 얄팍한 존재들 아닙니까? 마음을 쉽게 읽히지요.”
최문호가 목을 젖히며 웃어댔다.
“그다음은?”
“아비와 아들이 한 여자를 탐하고 있어요. 그러나 차지하는 사람은 결국 한 명이겠죠. 그 사람은 세자여야 합니다. 그래야 왕이 더욱 세자를 미워하죠.”
최문호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도포를 뒤로 펼치며 앉았다.
“내 궁금한 게 있다. 넌 향이를 정말 세자에게 줄 수 있느냐?”
나는 최문호의 시선에 맞섰다.
죽은 중전은 자신의 어여머리를 매만졌다. 무거운 가체가 목을 누르고 있었다.
“이 무게가 죽은 후에도 벗겨지지 않아요.”
죽은 중전은 무거운 가체를 벗으려다 그만 왈칵, 눈물을 쏟았다.
“살아 있는 중전이시여, 내 한을 풀어주세요. 날 죽인 사람을 찾아주세요.”
나는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들었다. 내 생각을 읽은 듯 죽은 중전은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었다.
“날 죽인 사람을 죽여주세요.”
“누가 당신을 죽였나요?”
죽은 중전의 귀신은 얇은 입술을 천천히 뗐다.
“당신을 죽이려는 사람. 그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면, 당신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죽은 중전은 갑자기 천장으로 치솟아 올랐다. 나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았다.
“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천장에 올라간 중전이 나를 내려다봤다.
“살기 위해서 죽이세요.”
그녀는 연기가 되어 모든 창과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어둠 속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구 없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