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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0511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9-1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외전1
외전2
외전3
저자소개
책속에서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 수호가 어두침침한 공간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 있었다.
“아! 깜짝이야.”
“무슨 샤워를 이렇게 오래 해? 나 모르게 집에 사우나 시설이라도 들여놨나 했어.”
“아직 안 주무셨어요?”
말하고 보니 우스운 인사였다. 잠 못 자는 남자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책 읽어 드릴게요.”
“침대가 아주 좋아. 스프링이 탄탄하고 누워 보니까 척추가 편해. 잘 산 거 같아.”
수호가 침대에 앉아서 매트리스를 팡팡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네……. 잘 쓸게요. 나가 계시면 아니, 원장님 방에 가 계시면 책 읽어 드릴게요. 머리 좀 말리고. 아, 벌써 말렸네.”
안은 의미 없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이 말 저 말 주저리 떠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수호가 침대에서 일어나 안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까이 들여다본 안의 얼굴이 부어 있었다. 특히 눈은 나 펑펑 울고 왔어요, 라고 솔직히 고하고 있었다.
“안아.”
그에게 처음으로 불리는 이름이었다. 항상 유 비서, 그쪽, 유안 씨로 불렸던 기억만 있었다.
“왜 화를 안 내. 나한테 따져야지. 나한테 소리 지르고 화내야지. 울어도 나한테 와서 티 내면서 울어야지.”
“화 안 났어요.”
“울었잖아. 이렇게 눈이 부을 정도로 울어 놓고 왜 나한테 아무렇지 않은 척해?”
안의 얼굴에 힘없는 미소가 피었다.
“뭘 따져야 할지 몰라서요. 원장님이 내 흉을 본 것도 아닌데 원장님께 화를 낼 수도 없고, 추하영 씨가 저를 보고 그렇게 느낀 것을 누굴 탓하겠어요. 이제와서 그분을 찾아갈 수도 없잖아요.”
“유안은 바보구나.”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어요. 립글로스라도 덧바르고 나올 걸 그랬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조금은 나아 보였을까요?”
“아니.”
서글픈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이미 유안은 예뻤어. 더 예쁘면 내가 감당 못 해.”
“와, 느끼해. 그런 말 처음 들어 봐요.”
설사 거짓말이라도 좋았다. 안은 기꺼이 속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버렸다.
“다행이다. 많이 듣고 살았으면 안 먹혔을 거 아니야.”
수호는 풀 죽은 안의 어깨를 끌어와 품에 안았다. 그녀가 좋다고 한 대로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말을 해, 바보야. 일단 밖으로 꺼내. 그러고 나서 지지고 볶든지 하자. 나하고 연애하는 유안은 대단한 여자야. 위대하다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목소리를 갖고 있고 그보다 더 예쁜 글을 쓰지.”
수호의 단단한 가슴은 넓고 따뜻했다. 안은 그의 가슴에 귀를 꼭 붙이고 수호의 말소리와 심장 소리를 들으며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미안해. 첫 데이트를 말아먹어서.”
“괜…….”
“괜찮지 않아. 오늘은 데이트 아닌 거로 해. 무효야, 무효.”
안은 대답 대신 수호의 허리를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그의 품에 기댄 머리를 더 밀어붙이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 몸짓에 화답해 안을 세게 끌어안아 주던 수호가 그녀의 턱 끝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온기 가득한 시선을 주고받던 것도 잠시 이내 서로의 입술을 찾으며 눈을 감았다. 부드럽게 부딪친 입술이 열리고 서로의 달콤하고 여린 점막을 매끄럽게 훑었다. 입술이 위치를 바꿀 때마다 타액에 젖은 촉촉한 소리와 깊이 내쉬는 숨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떨어지는 것이 아쉬워 안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지분거리던 수호의 입술이 그녀의 귓불을 지나 목덜미를 데우며 아래로 떨어졌다. 안이 입고 있는 티셔츠 아래로 침입한 수호의 손이 그녀의 허리와 등을 가만히 쓸며 보드라운 살결을 더듬었다.
“너는 말랑말랑해.”
“아, 뭐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