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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선배님 1

얄궂은 선배님 1

메리J (지은이)
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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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선배님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얄궂은 선배님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0597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0-03-10

책 소개

메리J 장편소설. 지난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남자 vs 지난 시간을 끊어 버리고 싶은 여자. 이름과 달리 잔물결조차 일지 않는 메마른 그녀, 이호수. 그런 그녀에게 빠져 순정을 다하는 대학 최고 인기남 진연석. "너, 나를 몰라? 모른다고?" "네, 모릅니다."

목차

1. 꽤 괜찮은 재회
2. 호수에 빠지다
3. 캠퍼스 연인
4. Time Reset
5. 너의 외로움이 사무쳐
6. 여전히 사랑

저자소개

메리J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세상이 사랑으로 아름답길 원해서 로맨스를 쓰는 사람입니다. [출간작 (종이책)] 재워주세요, 얄궂은 선배님 [출간작 (e-book)] 도련님 길들이기, 신데렐라 재혼 대작전, 한번 더 반해영, 시월愛 몽희 얄궂은 선배님, 내가 더 잘할게, 에로스의 정석, 질투로 타는 밤, 깊이 스며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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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혀끝으로 입술을 축이던 호수는 주머니에 넣어둔 립밤을 꺼내 입술에 듬뿍 발랐다. 남아 있는 결재 건이 급했다. 최 과장의 배려로 잠시 짬을 냈지만, 바로 위 사수인 미원의 히스테리를 생각하자 숨이 턱 막혔다. 동료들 말로는 잘생긴 남자 지원자가 떨어지고 자신이 붙은 게 그녀의 미움을 받는 이유였다. 백번 양보해서 심정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점점 심해지는 미원의 짜증을 견디기 힘들었다. 불만스러운 한숨을 쉬며 몸을 돌이켰다.
턱! 툭!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벽처럼 단단한 무언가에 얼굴을 세게 부딪치면서 손에 들린 도록을 떨어트렸다. 코가 찡하게 울려 머리까지 통증이 퍼졌다. 코를 움켜잡고 뒤로 물러서던 호수가 눈을 홉뜨며 비명을 삼켰다. 갓 내린 함박눈보다 더 뽀얀 와이셔츠 위에 립밤의 체리빛이 선명했다. 마치 일부러 그려 넣은 것처럼 호수의 입술 모양도 또렷했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남자의 가슴에 대고 사죄를 했다. 닦아 줘 봤자 흉하게 번지겠지. 호수는 두 손을 어쩌지 못하고 허둥지둥 헤맸다. 세탁비를 물어 줘야 하나 점심시간에 백화점에 다녀와야 하나 갖은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뭘 하든 돈이 나간다는 사실에 골치가 지끈거렸다. 이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돈 걱정이 떠오르는 자신이 처량했다.
허리를 깊숙이 굽혀 사과하는데도 상대방은 미동 없이 침묵했다. 굉장히 까칠한 사람이겠구나 생각하며 호수는 천천히 눈을 들었다. 어디까지 눈을 들어야 할까 싶을 때쯤 남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
“립스틱? 이 정도면 괜찮네.”
하얀 셔츠에 남은 붉은 자국을 가리키며 피식 웃는 남자의 입꼬리가 매력적인 얄미움을 뽐냈다. 기억 속에 잠긴, 사계절 입술이 트던 남자의 도톰한 그것과 똑같았다. 호수는 마른침을 삼키고 상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얄팍한 속쌍꺼풀이 진 긴 눈매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는 어때?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세련된 마주침 아니야?”
연석은 여전히 말이 없는 호수가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왜 말이 없어? 너…… 나 몰라?”
“네.”
예전처럼 호수의 말투는 건조했다. 이른 나이에 혈압인가. 연석은 뻣뻣해지는 뒷골을 문지르며 눈앞의 호수를 노려보았다.
“뭐?”
“실례했습니다. 옷은 세탁비를…….”
예의 바르고, 재미없는 태도도 그대로였다.
“필요 없어. 그딴 거. 너! 나 몰라?”
“……네.”
“허!”
연석은 어이가 없고, 속이 쓰라렸다. 구 남친이란 겨우 그런 존재인가. 현타가 왔다.
“참 나! 나를 몰라? 또, 모른단 말이지?”
연석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호수의 눈을 빤히 굽어봤다. 말똥말똥 억척스러운 눈동자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호수는 고집스럽게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연석은 몸을 구부리고 호수가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을 유심히 눈에 익혔다. 그사이 호수는 그의 가슴께에서 달랑거리는 방문증을 눈여겨보았다.
“좋아. 세탁비 따위 신경 쓰지 마. 잘 가라.”
비릿한 코웃음을 남기고 연석이 먼저 돌아섰다. 호수의 입술에서 연약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언젠가 살면서 한 번은 마주칠까 기대 아닌 기대를 했지만,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미련 없이 멀어지는 연석을 바라보는 호수의 깊은 눈빛이 흐릿하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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