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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041325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6-03-03
책 소개
원서동과 안국동부터, 삼청동, 가회동 그리고 계동까지…
근현대의 시간을 간직한 동네의 매혹적인 공간 19곳을 따라
시간 너머의 서울을 거닐다
흔히들 북촌 하면 한옥마을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지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청계천 북쪽 일대를 의미하는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악산 기슭에 있는 동네를 일컫는다. 서쪽으로는 여러 갤러리가 자리한 경복궁 건너편의 소격동부터 정독도서관과 한옥이 밀집한 가회동, 헌법재판소부터 재동초등학교, 중앙고등학교로 쭉 이어지는 계동길, 창덕궁 담장을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서순라길에 이르기까지 꽤 방대한 지역을 아우른다.
≪북촌 건축 기행≫의 저자는 처음에 북촌에도, 한옥에도 별 관심이 없었으나 우연히 계동 끝자락의 작은 한옥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후 북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북촌 일대의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는 동안 얻은 지식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북촌의 건물을 주제로 건축가의 철학과 설계 의도, 구조, 디자인 등은 물론, 건물이 북촌과 어울리기 위해 어떤 형태를 취하는지, 건물의 생김새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건축가로서 새롭게 발견한 매력은 무엇인지 등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담았다. 북촌을 크게 둘러 곳곳의 건물을 답사하는 기행문 형식으로, 여행 코스 중 하나는 창덕궁 근처에서 시작해 건축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공간사옥, 북촌의 역사와 한옥마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북촌문화센터와 북촌한옥역사관을 거쳐 거주와 관광의 풍경이 어우러진 계동길을 둘러보는 경로고, 다른 하나는 경복궁 옆 금호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관 탐방을 시작으로 정독도서관 앞을 지나 뛰어난 건축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한옥 설화수의 집과 계동길을 거치는 여행이다. 건축학적 기행서이자 인문학적 기행서인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바람대로 건축과 장소, 삶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주는 감각이 깨어날 것이다.
“건축은 인간이 시대를 사유하고
삶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건축물 너머로 들여다본 사람과 시간이 쌓아 올린 이야기
여러 건물이 어울려 좋은 장소를 만드는 북촌의 풍경
안국역 인근에는 한국 현대 건축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공간사옥이 있다. 이 공간사옥 초입에 서면 제일 먼저 특징적인 외벽의 벽돌이 눈에 들어온다. 찬찬히 둘러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외벽 왼쪽과 오른쪽의 창문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별한 의도로 설계한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수년의 시간차를 두고 지은 서로 다른 건물을 하나로 이으면서 생긴 우연한 결과물이다. 공간사옥은 이처럼 얼핏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구조와 내부 공간이 다른 두 건물을 연결한 곳으로, 내외부 곳곳에 해프닝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건물을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든다.
북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래된 한옥이 전부가 아니라 갤러리, 학교, 인기 있는 카페와 소점, 관공서, 다가구 주택 등 성격과 기능이 다른 다양한 건물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관광지와 거주지, 문화 공간과 상업지가 혼재한 풍경이 얼핏 불협화음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건물이 동네에 녹아들어 절묘하게 어울리는 광경이 북촌의 매력을 완성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한 발견을 얻는 도시 답사
북촌 한편에서 조그맣게 둥지를 틀고 출퇴근하던 저자는 몇 달이 지나도 매일 다니는 길이 왜 지루해지지 않는지, 그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주변 동네에는 어떤 건물이 늘어서 있는지를 궁리한다. 또한 한옥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그간 한옥에 갖고 있던 편견도 깨트리고 한옥의 매력도 새롭게 발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가 알아보고 깨달은 것들은 건축 여행 전문사에서 일종의 건축 도슨트로서 일하면서 다듬어져 ≪북촌 건축 기행≫에 담겼다.
이 책은 마치 저자와 함께 탐방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살린 책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옮겨다니다 친근한 말투로 하나씩 짚어 가며 설명하는 건축 요소를 관찰하는 식이다. 두 개의 코스로 구성된 북촌 건축 여행 중 첫 번째 여행은 북촌의 동쪽 끝, 창덕궁 근처에서 시작하고 두 번째 여행은 북촌의 서쪽 끝, 경복궁 근처에서 시작한다. 두 여행 모두, 계동길을 따라 올라가 원서고개에 자리 잡은 저자의 건축 사무소를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공간이 증언하는 시간, 시간이 새긴 삶의 무늬를 알아 가는 여행
소개하는 곳들은 북촌의 좋은 건물 중 여러 사람이 구경하기에 편하고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건축가의 설명이 필요한 곳 위주로 선택했다. 그중엔 누구나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 곳, 건축가가 아니면 쉽게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 과거의 영광이 생각나는 안타까운 곳, 역사를 알면 달리 보이는 곳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고정된 자리에서 말 없이 서 있는 평면적인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항공뷰로 보는 듯한, 현미경으로 살피는 듯한 건축가의 시선을 통하면 소란스럽고도 입체적인 건물의 모습이 그려진다.
투어의 출발점으로 삼은 창덕궁 종합관람지원센터는 화려하거나 유명한 장소가 아니다. 창덕궁의 기와, 굵직한 나무 기둥, 화강석의 영원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철판, 유리, 가는 기둥을 사용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곳은 심지어 행인들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창덕궁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다. 건축가 김수근이 아늑하고 편안한 한옥의 공간 감각을 내부에 적용하고 외부를 벽돌로 마감하는 등 한국적인 건축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공간사옥에서는 뛰어난 건축 미학을 접해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옛 기무사 건물과 미술관 건물, 넓은 마당으로 이루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은 시설의 거대함을 감안하면 주변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인상적인 곳이다. 언덕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큰 건물을 위압적이지 않게 배치했고, 작은 계단은 주변 골목과 부드럽게 이어진다. 기울어진 모서리 땅에 위치한 송원아트센터는 철판이라는 재료와 삼각뿔이라는 형태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연출한 건물로, 현대적이고 경쾌한 모습은 북촌의 거리 풍경을 한결 풍성하게 만든다. 여러 채의 한옥과 양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설화수의 집과 오설록 티하우스는 재료와 요소를 잘 조합해 만든 공예품 같은 건물이다. 곳곳에 펼쳐진 정교한 건축 요소와 디자인 수법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며 상업 시설임에도 북촌이라는 지역성을 살린 장소이자 오히려 북촌의 가치를 브랜드에 활용한 곳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투어의 후반부에 방문하는 계동길은 건축물 자체보다는 거리 풍경에 시선이 쏠린다. 얕은 언덕길을 오르면서 오래된 동네 기름집, 공중목욕탕에서 사진관을 거쳐 현재는 팝업 스토어로 바뀐 건물, 가판대가 있는 작은 공방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종착지인 저자의 사무실에 다다른다.
저자는 때로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동네에 거주하는 생활인의 감각으로 건물과 사람, 풍경을 연결한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건물을 만든 사람들,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북촌은 단절된 작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일어나는 무대다.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하고 고쳐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몸집을 불리거나 일부를 허문 건물 이야기와 더불어 건물을 드나들거나 옆에서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심히 지나치는 건물과 동네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자기 안의 감각을 새롭게 깨우는 여정
북촌 여행 지도
CHAPTER 1 창덕궁과 공간사옥을 지나 북촌 초입까지
창덕궁 돌담 옆 작은 숲: 창덕궁 종합관람지원센터
시간과 공간의 합작품: 공간사옥
김수근과 공간사옥, 공간사옥과 김수근 | 아늑함 속에 깃든 뜻밖의 도전 정신 | 맞춤 설계실이 독특한 미술관으로 | 투명성이라는 보편적 주제 의식 | 마당이 완성된 순간 | 하얀 간판은 여전히 당당하게
한옥의 안팎 경계를 규정하는 몇 가지 방법들: 어니언
북촌 한옥마을과 한옥, 알면 보인다: 북촌문화센터
온돌과 보편적 한옥이라는 과제 | 문지방을 넘나들며 살아간다는 생활 감각
CHAPTER 2 건축 여행자의 눈으로, 북촌 미술관 탐방
존중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 금호미술관과 갤러리현대
비움, 공명, 파격을 위한 건축: 국립현대미술관
첫인상은 기무사와 마당으로 | 마당과 기무사와 서울박스의 삼중주 | 미술관은 주변 동네로 녹아들어
붉은 벽돌 작은 마을: 홍현북촌마을안내소와 서울교육박물관
묵직하고도 경쾌한, 파격의 쐐기: 송원아트센터
공예와 건축의 만남: 설화수의 집과 오설록 티하우스
한옥 쇼룸으로 이루어진 골목 | 북촌이라는 브랜드와 프리미엄 매장의 행복한 만남
CHAPTER 3 느긋하게, 계동길 골목 산책
길의 모양 그리고 길이, 너비, 깊이: 계동길 풍경 1
올망졸망 골목 속 문득 펼쳐지는 넉넉한 여유: 뮤지움헤드
생활의 풍경과 관광의 풍경: 계동길 풍경 2
하늘색 타일과 흑백 사진에 담긴 계동길의 역사: 물나무 사진관
숍과 스토어: 계동길 풍경 3
동네의 역사를 품은 작은 집: 북촌한옥역사관
다양한 관점으로 느슨하게 바라보면: 계동길 풍경 4
고독한 건축가의 은신처: 깊은풍경한뼘마당집
부록 | 로버트 파우저와의 대담: 시간 너머의 거리를 걷다, 북촌 풍경 독해
저자소개
책속에서

좁고 길게 찢어진 창이 평범치 않아 보입니다. 같은 간격으로 배열된 창 사이 벽면이 옴폭하게 들어가 있고 거기에 맞는 크기의 그림을 걸어 놓았습니다. 갤러리로 바뀌기 전에는 이곳이 건축설계실이었습니다. 창과 창 사이의 간격, 창들이 늘어선 패턴은 제도대의 크기와 제도대의 배열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지금은 칸마다 그림이 들어가 있지만, 원래는 칸마다 제도대와 설계 사무소 직원이 들어가 있던 것이죠. 옴폭한 벽면에는 선반이 놓여 있었는데, 도면 따위를 돌돌 말아 얹어 놓기 위한 곳이었지요. 보통 미술관에서의, 맥락 없는 깨끗한 배경으로서의 하얀 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철거 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배경에는 건물의 지난 사연이 담겨 있는데, 전시되는 작품이 그 위에 겹쳐집니다. 그렇게 해서 배경과 전시품이 함께 작품이 되는 것이죠.
‘시간과 공간의 합작품, 공간사옥’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로비는 삼청로에서 옛 기무사 부분을 거쳐 들어올 수도 있고, 방금 우리가 걸어왔던 것처럼 마당에서 곧바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당을 향해 낮고 길게 열린 창이 인상적입니다. 마당과의 긴밀한 관계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로비에 머무르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당으로 향하는데, 창이 낮게 가라앉아 있어서 마당의 바닥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마당 바닥을 바라보면, 문득 마당과 로비가 서로 뒤섞이며 넘나드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개관 이후 지금까지 마당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전시를 꾸준히 담아 왔는데, 무더운 여름철에는 굳이 마당에 나가지 않고 시원한 로비에서 편하게 전시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비움, 공명, 파격을 위한 건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