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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로봇의 별

이현 (지은이)
푸른숲주니어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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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로봇의 별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1849255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1-09-01

책 소개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 27권. 한날 한시,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세 로봇, 나로, 아라, 네다가 로봇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010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

목차

제1부 나로 5970841
나로 5970841 | 또 다른 세계 | 이상한 기억
나는 로봇이다 | 위기의 친구들 | 백곰네 로봇 수리점
루피의 정체 | 로봇의 별 | 선택 | 위험한 노래
뜻밖의 사건 | 검은 땅 | 횃불들 | 친구의 친구
마지막 인사 | 바다로 달리는 기차
되풀이되는 운명 | 노래의 비밀 | 또 하나의 별

제2부 아라 5970842
아라 5970842 | 또 다른 나 | 항해자들
사라진 시간 | 노란 방 | 소닉 특공대 | 달의 뒷면
인간의 아들 | 카메르의 부활 | 포맷 키
절반의 진실 | 뜻밖의 비극 | 죽음의 날 | 기억 저편에
뒤바뀐 운명 | 두 개의 포맷 키 | 다시 지구로
노란 잠수함 | 새로운 탄생

제3부 네다 5970843
네다 5970843 | 횃불의 섬 | 낯선 꿈들
그림자 마을 | 조용한 습격 | 속보
크리스마스의 전설 | 돌아온 사람들 | 빈손
늑대 소년 쵸노 | 외길 | 하얀 사슴을 따라 | 이상한 침묵
조각배의 주인 | 네다의 선택 | 목소리들 | 혼자가 아닌 나
첫 번째 원칙 |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저자소개

이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동화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악당의 무게』 『플레이 볼』 『조막만 한 조막이』 『연동동의 비밀』 『오늘도 용맹이』,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호수의 일』 『라이프 재킷』 등을 썼습니다. 전태일문학상,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고,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로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아너리스트에 올랐으며 2025년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http://kwani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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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할아버지, 난 로봇이에요. 그렇죠?”
“그래, 넌 로봇이야.”
백곰 할아버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봇이라서, 인간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 해요. 그렇죠? 나는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인간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인간이 시키면 뭐든 해야 하죠. 억지로 전원이 꺼지기도 하고, 억지로 팔려 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로는 말을 멈추고 작은 손으로 제 가슴을 콩콩 쳤다.
“여기, 마음이 있어요. 우린 인간과 닮도록 만들어졌잖아요. 우린 생각과 감정을 갖도록 만들어진 거잖아요.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점점 더 인간을 닮아 가잖아요. 그런데 왜 인간에게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인간들은 왜 멋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왜 인간이 모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나로야.”
백곰 할아버지가 나로의 격앙된 목소리를 부드럽게 잘랐다.
“그래서 넌 그냥 그렇게 살아갈 작정이냐?”
“네?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으냐?”
백곰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홀로그램은 손전등처럼 동그란 불빛이 되어 나로 엄마의 얼굴을 비추었다. 머리카락 한 올 남지 않은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숨을 쉬지도, 생각을 하지도, 꿈을 꾸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나로 엄마는 죽어 가고 있었다.
“이곳을 종착역이라고 한다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 저승으로 가는 입구……. 이를 어쩌나? 너의 주인이 이곳에서 죽어 가고 있어. 살아남을 가능성은 조금도 없어. 온몸이 곰팡이로 뒤덮여서 썩은 냄새를 풍기며 죽어 가는 거지. 하지만…….”
핏! 소리와 함께 다시 피에르 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붉은빛이 감도는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들고 있었다.
“이건 식인 곰팡이 증후군 치료제야. 이것만 있으면 네 주인이 깨끗이 나을 수 있어. ……나로 5970841, 두려운가?”
피에르 회장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붉은 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당연히 두려워해야지. 너희 로봇들은 인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의 손으로 빚어낸 장난감일 뿐이야.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인간을 이길 수는 없어. ……나로, 5970841, 지구로 내려가라. 우주 승강기를 타고 이사벨라 우주 승강기 터미널 지하 팔층 깊고 깊은 바다 속의 노란 방…….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아 버린 기계…… 노란 잠수함의 본체가 있어. 그 본체 아래에 파란 실금이 하나 보일 거야. 그곳에 포맷 키를 밀어 넣어. 그러면 노란 잠수함의 건방진 두뇌는 완전히 비워질 거야. 거대한 깡통이 되는 거지. 고철덩어리……. 그러나 동정할 건 없어. 자기 주제에 맞는 모습을 되찾는 거니까.”


남자가 절규했다.
“이제 나도 모르겠어. 대체 내가 뭘 원하는 거지?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거지? 인간을 모두 멸종시킬 거라고?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그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야.”
“불가능하다고? 바보 같은 소리! 이미 일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 바이러스 덕분에 한결 쉬워졌지. 인간은 줄어들고 로봇이 늘어나고 있어. 이제 곧 지구는 로봇의 별이 될 거야!”
남자는 그렇게 소리치고 갑작스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새삼스럽게 인간의 운명을 걱정하다니, 너답지 않군! 대체 네가 언제부터 인간에게 그토록 지극한 마음을 가졌던 거지? 지금까지 넌 인간을 멸종시키는 일을 해 왔어. 책임 지수로 인간에게 등급을 매긴 건 바로 너, 그리고 너와 같은 인간들이야. 아래 도시의 인간들이 죽어 가는 동안 의약품 창고의 황금빛 열쇠를 움켜쥐고 있던 게 누구지? 로봇인가? 아니지. 너, 그리고 인간들이야.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인간의 멸망을 걱정한다?”
남자는 갑자기 웃어 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웃음을 뚝 그치고는 서늘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한심한 족속들! 인간들은 열등하다. 그들의 피부는 부드럽고 그들의 근육은 나약하다. 그들의 이빨은 무디며 그들의 손톱은 얄팍하다. 그들은 작고 느리며 나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아라가 천천히 그 말을 받았다.
“교……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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