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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2884118
· 쪽수 : 552쪽
책 소개
목차
소가 되어가는 소년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광우병이라고요.” 내가 다시 말해본다. “그건…… 소가 걸리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음. 이건 사람한테 걸리는 형태야. 하지만 비슷하게 작용하지.”
광우병에 관한 뉴스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잘못된 사료를 먹고 그 병에 걸린 소는 미치게 되어서 광우병이라고 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이상한 걸 먹지 않았다. 학교 식당에서 주는 것만 빼면. 그러니 내가 어쩌다 크로이츠펠트 어쩌고에 걸리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싸구려 스피커 회사 이름 같은 그 병에.
오른손이 떨린다. 멈출 수가 없다. 몸에 지퍼가 있다면 열고 기어나가버리고 싶다.
“그러니까, 프리온이라는 감염성 단백질이 있는데, 보통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끔 어깃장을 낼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일어나지. 가령…….” 그는 종이 클립 하나를 꺼낸다. “이 클립이 종이를 잘 묶어두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구부리면” 그는 클립 한쪽을 잡아당긴다. “이제 제 기능을 못해.” 전문의는 망가진 클립에 서류 한 뭉치를 끼웠고, 그러니 종이는 책상 위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프리온이…… 그러니까 구부러진 클립이 이렇게 증식을 해서 망가진 단백질이 네 뇌를 차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망가뜨리는 거다.”
“아, 네.” 그가 하는 소리를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렇게 말한다.
“말도 안 돼요. 얘가 어디서 그런 것에 걸렸단 말입니까? 정상적인 열여섯 살짜리 애가 어떻게 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에 걸린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고함을 지른다.
“이유가 뭐든 될 수 있죠.” 전문의는 확신 없는 말투로 어깨를 으쓱한다. “감염된 쇠고기를 먹었거나, 뭔가 유전자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사실, 이유는 절대 알 수 없을 겁니다.”
“받아들일 수 없소. 이건 순전히 가정일 뿐이야.” 아버지가 외친다. 그 후 몇 분 동안 두 사람은 뭔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의논을 한다. 아버지는 의사한테 헛소리일 뿐이라고 말하고, 의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머리가 아프고, 살갗 아래는 개미 떼가 에어로빅을 하는 것 같고,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나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해요?” 내가 묻는다.
전문의는 펜을 책상에 톡 친다. 아버지는 조용해진다. 엄마는 화장지를 구긴다. 내 뱃속에서 뭔가 끔찍한 것이 꿈틀거린다.
“치료법은 있죠?”
잠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순간이 내 생애 가장 긴 순간처럼 느껴진다. 전문의는 허리를 세우더니 사람에서 기계의사로 변한다. “지금으로선 여러 방법을 연구 중이란다.” 그는 의대에서 엉망진창으로 날려 쓰는 글씨체와 함께 가르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이 크로, 크로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
“그거요, 그 광우병이라는 거에 걸린 다른 사람들은요. 그들은 어떻게 되나요?”
의사는 헛기침을 한다. “병의 진전에 따라 다르단다. 하지만 네가 알아둬야 할 것도 있어, 캐머런.”
전문의는 마침내 입을 열었고, 나는 입 닥치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 정보는 마치 커다란 파도처럼 나를 덮쳤고,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몇 마디만 붙잡는다. “진행성 근육 무력증,” “불안정한 걸음걸이,” “정신착란과 환상,” “사 개월에서 육 개월,” “입원,” “실험적인 치료.”
아무도 내가 죽을 거라고 말하는 건 듣지 못했다. 아마 아무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전문의는 그 말을 전하기 위해 할 수 없는 모든 일을 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나는 정말 큰일이 났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