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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왜 바뀌었을까?

그 말은 왜 바뀌었을까?

(차별과 혐오를 지우는 50개의 단어 사전)

김청연 (지은이)
동녘
16,8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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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왜 바뀌었을까?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 말은 왜 바뀌었을까? (차별과 혐오를 지우는 50개의 단어 사전)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88972972167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6-07-30

책 소개

일상 속에서 사용되어온 말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왜 바뀌어야 하는지 탐구한다.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준비청년’으로, ‘자살골’이 ‘자책골’로 바뀌게 된 과정 등 이미 바뀐 단어들의 배경과 인식의 변화를 살피는 한편, 여전히 논의 중이거나 앞으로 바뀌어야 할 표현들까지 함께 다룬다.

목차

들어가는 글

가장
결식아동
경력단절여성
고아원
낙태
노숙자
노약자석
눈먼 돈
달동네
도련님
리벤지 포르노
미숙아
반팔
버진 로드
벙어리장갑
보호종료아동
불구자
블랙리스트
사생아
산부인과
살색
상경
성적 수치심
아랫사람
애완동물
영세민
용병
우범지역
유모차
일류대
임대 아파트
자매결연
자살골
정상 체중
정신분열증
조선족
중퇴생
청소부
출산율
치정 사건
코피노
터키
퇴물
파출부
폐경
학부형
학습 부진아
혐오시설
효자상품
후진국

나가는 글

저자소개

김청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읽고, 쓰고, 생각하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책을 통해 세상의 여러 독자와 만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말과 행동 뒤에 있는 사람과 그들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스스로 뱉은 말과 행동을 오래도록 붙잡고 후회하고 곱씹을 때가 있다. 정답이 아닌 열린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 말은 왜 바뀌었을까?》를 썼다. 지은 책으로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왜요, 그 뉴스가 어때서요?》 《기억해, 언젠가 너의 목소리가 될 거야》 《중등 처음 신문》 《무심코 했는데 혐오와 차별이라고요?》 《그런 사과 필요 없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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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벙어리장갑]
‘벙어리장갑’이라는 표현은 몰라도, 이 장갑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엄지만 따로 가르고, 나머지는 함께 모여 있는, 겨울철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장갑 말이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써 왔던 이 단어가 거센 퇴출 압박을 받은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거든. 그러니까 누군가의 신체적 특성을 결함으로 보고 업신여기는 듯한 표현을, 일상 사물을 뜻하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붙여 온 셈이지.
그동안 많은 사람이 ‘벙어리’라는 단어에 장애인을 낮춰 보는 의미가 있음을 어렴풋이 알았을지 몰라도, 정작 ‘벙어리장갑’이라는 이름 속의 차별성에는 무감각했어. 그저 친숙한 방한용품이자 패션 소품 이름처럼 여겨 왔으니까.
그러다 몇 년 전 사람들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 일어났어. 시민단체가 벙어리장갑의 대체 표현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인 게 계기였어. 그때 대체 표현으로 ‘손모아장갑’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선정됐어. 덕분에 사람들은 ‘벙어리장갑에 장애 차별적 의미가 있었구나!’ 알아차리게 됐고, 중립적인 표현을 고민하게 됐지.


[사생아]
‘사생아’가 아이를 부도덕의 결과로 바라보고, ‘혼외자’가 존재를 저 밖으로 밀어내는 언어라면, 대신 쓸 수 있는 표현인 ‘자녀’는 오직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만을 나타내는 표현이야. 이미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혼외자라는 구분 자체를 삭제하는 분위기야.
우리 삶에서 어떤 것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은 선택 밖의 영역에 놓여 있지. 내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는 선택 밖의 영역이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출생 조건을 근거로 존재에 낙인을 찍기보다는, 관계로 정의하는 것이 모두를 사회 안으로 포용할 수 있는 길 아닐까?
물론 ‘자녀’라는 단어 역시 완벽한 정답은 아닐지도 몰라. 그래도 ‘사생아’에서 ‘혼외자’를 거쳐 ‘자녀’라는 단어를 고민하게 된 이 흐름은 분명한 진보라 할 수 있어. 부모의 선택이 아이에게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싹텄다는 증거야.


[살색]
현재의 국가기술표준원은 1964년 당시, 한국 산업규격을 정하면서 일본의 공업규격에서 쓰는 색깔 명칭을 글자 그대로 번역해 동양인의 피부색과 유사한 특정 색깔을 ‘살색’이라 이름 붙였어. 크레파스, 물감 업체 등은 이에 따라 특정 색에 ‘살색’이라는 표시를 했지. 워낙 오래, 아무렇지 않게 쓰여 왔기에 당시 사람들은 이 명칭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을 갖지 않았어.
사실 ‘살색’은 말 그대로 ‘사람의 피부색’을 뜻하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야. 사전적 정의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실제 쓰일 때는 특정 집단의 피부색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표현이 되지. 때는 2001년, 우리나라 한 목사와 이주 배경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크레파스 특정 색을 ‘살색’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이라며 진정을 내면서 사람들은 깨닫게 돼. 우리가 쓰는 ‘살색’이라는 명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피부색 중 하나만을 지칭할 뿐이고, 특정 인종의 관점만 반영된 배타적인 표현임을 그제야 안 거지. 같은 인종끼리도 피부색이 다를 수 있는데, 하물며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특정 피부색을 기준으로 한 표현은 적절하지도 않고, 그 피부색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 “배제되었다”라는 기분이 들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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