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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인물
· ISBN : 9788973815517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_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추천의 말_차동엽 신부
들어가는 말
그 사람,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
*인터뷰*
강우일 주교
박신언 몬시뇰
송광섭 신부
김정남
김형태 변호사
두봉 주교
고찬근 신부
김병기
문정혁
윤공희 대주교
이단원
김영균 박사
김상진 신부
신명자 이사장
정하권 몬시뇰
장 익 주교
이해인 수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연보
리뷰
책속에서
*
언젠가 추기경님이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 이제 자네도 나이 먹어가잖아’ 그렇게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말씀하신 적도 있어요. 추기경님은 연세가 드실수록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웃기기도 잘하셨어요. 그전에 젊은 시절에는 안 그러셨거든요. 아, 연륜이 깊어 가는 게 저런 거구나,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잘 늙으신다’ 그런 생각했었어요. 전에는 노래도 그렇게 잘하시는 편 아니셨고 별로 안 하셨는데, 육십 대 중반 지나서부터는 가요도 열심히 배우셨어요. 지금도 가끔씩 추기경님 허허 하고 웃으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상을, 우리를 편하게 해주신 분이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_강우일 주교 인터뷰 중.
*
제가 마닐라에 잠깐 있었는데, 마닐라 수녀회의 청원자로 있었던 손 세실리아 자매가 있었어요. 그분이 마닐라에서 김수환 추기경님께 카드를 보냈는데, 아주 명랑한 투로 보냈어요. ‘저는 마닐라에 있는 손 세실리아입니다. 추기경님, 건강하시죠? 저도 추기경님 덕분에 건강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히 계세요.’ 그랬더니 완전히 모르는 사람인데 추기경님이 답장을 하셨어요. ‘세실리아가 누구냐? 그런데 마닐라 덥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 모르는 사람 편지에 답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얼마나 감동했는지요. 그 자매가 저한테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추기경님 답장이 왔다고요.
_송광섭 신부 인터뷰 중.
*
‘우리 어머니가 비록 다른 어머니보다 훌륭하진 않지만, 그러나 내 어머니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에게 내 조국은 바로 그렇다.’ 항상 추기경님은 그런 생각을 하신 거죠. 국수주의적인 게 아니고, 가장 민족적이고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신 거지요. 추기경님이 생각하신 인간화, 세계화라는 것은 한 가지 색깔로만 칠해진 꽃이 아니고, 여러 색깔로 된 아름다운 꽃들이 모여 한 민족, 한 공동체가 되는 것, 각기 가장 빛나는 색깔로 뭉쳐서 하나가 되는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_김정남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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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추기경님 말년에, 사형제도 폐지 활동 때문에 말씀드리러 갔다가 얘기 끝나고 나오는데 절 부르시더라고요. ‘김 변호사,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 그게 좀 이상한 거 아니냐?’ 추기경님이 은퇴하시고 연세 들고 그러면서 현장에서 물러나시고 구체적인 상황들에서 멀어지신 거예요. 그리고 주변에 굉장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신 분들이 계속 감싸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젊었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정보만 계속 들으시니까, 당신 생각에도 그 정보대로라면 좀 이상한데, 하는 그런 궁금증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래서 내 생각은 어떤지 물으시더라고요. 햇볕정책이 이솝우화에 나오는 따뜻하게 하면 옷 벗는 건데, 추기경님 다 아시는 얘기인데 왜 그러십니까, 하고 제가 여러 가지 얘기를 했더니 추기경님이 웃으셨어요. 그러면서 ‘듣고 보니까 그 말이 맞네’ 하셨지요.
_김형태 변호사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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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도 그 무서운 항암 치료란 걸 해?’ 그래서 제가 ‘추기경님, 제가 항암약 복용만 하는 줄 아세요? 방사선 치료도 겹쳐서 하는데’ 이랬어요. 잠시 침묵을 지키시더니 눈물까지 글썽이시는데, 사실 추기경님이 뭐라 하실까 참 궁금했거든요. 잘 참으라고 하시겠지, 예수님을 생각하라고 하시겠지. 근데 추기경님은 뜻밖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 참, 대단하다. 수녀.’ 거기서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눈물이 핑 돌았어요. ‘예수님 수난을, 고통을 생각하면서, 인류의 정화를 위해서 니가 잘 참아라.’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몇 배 더한 감동이 왔어요.
_이해인 수녀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