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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구기 > 축구
· ISBN : 9788975279300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12-11-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19년 동안 태극전사들을 전담마크한 의무팀장의 말 못할 축구전쟁 9
1장 월드컵 ‘붕대투혼’의 시작(1994 ~1998프랑스)
태극마크의 연봉은 대체 얼마기에? 19
내가 박지성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 29
적절한 거짓말은 선수를 춤추게 한다 38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의무팀장의 하루 45
도쿄 대첩, 텃세를 뚫고 일본심장부에 비수를 꽂다 54
잠시 날개를 접는 황새를 지켜보다 63
10대 11이 아닌, 6대 11로 싸우다 72
월드컵 ‘붕대투혼’의 시작 81
2장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1998~2002 한일)
시드니올림픽은 헛웃음올림픽 91
레슬링 선수들의 외박을 가로막은 축구대표팀 98
두 얼굴의 ‘초롱이’ 102
세계적인 ‘여우’ 히딩크의 한국축구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111
헤이, 인디! 127
히딩크와 인디, 한바탕 격전을 벌이다 134
당신이 총사령관입니다 143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150
붕대투혼의 명암 158
박지성을 뛰게 하라 164
왜 이렇게 테이프가 약한 거야! 175
타이거마스크의 탄생 184
혼자서도 잘해요 192
더 높은 비상을 위한 극약처방 198
최고의 플레이로 최악의 순간을 경험한 선수 205
3장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2002~2006 독일)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215
헤어스타일로 맺어진 아버지와 아들 223
중동국가를 이기려면 더위부터 이겨라 229
왠지 불안한 스코틀랜드 전지훈련 233
토너먼트 같았던 예선 첫 경기 241
“선생님, 저 뛸 수 있어요”의 진실 250
붕대를 두른 노장의 눈물 259
4장 절반의 환희와 절반의 아쉬움 사이(2006~2010 남아공)
대표팀 의무팀장이 복권 당첨보다 더 원하는 것 271
좌충우돌 남아공 베이스캠프 280
제 몸을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축구선수가 된다 289
16강 최대 난적은 피로 296
대표팀에는 ‘차미네이터’도, ‘뼈정우’도 필요하다 301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311
고통을 대처하는 자세 320
의무팀장을 외면한 대표팀 주장의 속사정 331
아듀, 월드컵 343
5장 나는 뼛속까지 선수트레이너
나는 뼛속까지 선수트레이너 355
선수트레이너의 ‘영업비밀’, 완벽한 재활이란? 363
축구는 ‘기본기’부터 충실해야 한다는 말의 진실 374
부상방지를 위한 4가지 원칙 380
‘충분’으로는 부족하다, ‘완벽’해야 한다 388
6장 자랑스러운 빵점짜리 아빠의 좌충우돌 분투기
선수트레이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개구쟁이 395
선수트레이너를 조기 은퇴할 뻔한 사연 402
자랑스러운 빵점짜리 아빠 408
‘축구의 신’과 함께했던 꿈같은 일주일 동안의 훈련 413
에필로그_2014년 브라질월드컵, 한국축구 축제의 장을 위하여 41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기 중 선수트레이너를 지능적으로 활용하는 영리한 선수들이 있다. 옐로카드를 받지 않기 위해 충돌하며 거친 반칙을 하고 나서 고통스러운 듯 잔디에 나뒹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경고를 유도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넘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선수의 의중을 파악하고 함께 분위기를 연출한다. 큰 부상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 전력을 다해 뛰어가서 확인하려고 하면 들 릴 듯 말 듯하게 “선생님, 저 괜찮아요” 하는 선수도 있고, 심판에게 보여주듯 아픈 부위를 짚으며 “여기요, 여기” 하며 큰 소리로 말하는 선수도 있다. 그러면 나도 평소보다 조금 더 소리를 높이고 동작을 크게 한다. “어디? 여기? 여기가 아파?” 하면서 손으로 만져주면 선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민성이는 정말 아픈 것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 다. 확실히 크게 다친 건 아닌데, 나에게 어떤 신호도 보내오지 않았다.
“잘한다, 영표. 나이스! 두 개만 더 해, 마지막 두 개!”
영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근육을 단련하면서 겪게 되는 육체적 고통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2회를 하고 난 영표는 운동복이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기구에 눕더니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를 보며 말을 했다.
“선생님…… 정말 너무 하세요. 선생님 얼굴도 보기 싫어요.”
영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웃는 얼굴로 농담하듯이 말을 꺼냈다면 아마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과 원망, 분노가 담긴 눈빛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세상에, 항상 예의 바르고 심성 착한 영표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뭐라고 대꾸할 수 없을 만큼 깜짝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했다. 영표도 축구선수 이전에 감정을 지닌 사람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그 반응은 당연한 일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훈련이 힘들긴 했다.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대상이 대성할 자질이 보이는 젊은 이영표라는 선수였기에 나는 단순히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축구선수의 몸을 만들어줄 작정이었다.
나는 아르노와 함께 히딩크 감독에게 다가갔다.
“인디, 천수 쟤 꾀병 아냐? 어떻게 저리도 빨리 회복될 수 있는 거요? 아무래도 꾀병인 것 같아.”
“아뇨, 부상 맞습니다. 근데 저도 놀랄 만큼 빨리 나았습니다.”
“아닌데……. 천수가 꾀를 부리지 않았다면 저렇게 빨리 나을 순 없어요.”
레이몬드의 얼굴 표정을 보고 나는 그 또한 히딩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히딩크 감독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노도 답답했는지 정색을 하며 내 말을 거들었다. 그 또한 천수의 통증과 부상 정도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천수는 분명히 다쳤습니다, 감독님. 저렇게 움직이는 건 꾀병이 아니라 회복이 빨라진 덕입니다.”
훈련이 한창이어서 실랑이는 거기서 끝났다. 조금은 개운치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천수의 훈련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찜찜함을 털어낼 수는 없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천수도 내 얼굴에서 어떤 감정을 읽었는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둘러댔다. 궁금증을 애써 감추고 있는 천수의 얼굴을 보았다. 내 눈앞의 축구선수는 훈련이 힘들어서 부상당한 척 꾀병을 부릴 선수도 아니었고,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꾀를 부릴 여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