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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 ISBN : 9788976821232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화보_사진으로 보는 막달레나 25년의 기록
책을 펴내며
1부 | 수녀와 아줌마, 수상한 집을 열다
냄비 혹은 기계로 불리는 여성들 | 문 열어 주는 수녀 |업주들과 치른 힘겨루기 싸움 | ‘콩알’에 취하는 엄마 | 새벽 귀신과의 해후 | 우리 집 박사 1호 |기술원으로 간 저금통장 | 큰 언니 포주 아니에요? | 담뱃불 붙여 주는 추기경 | 막달레나가 ‘성녀’야, ‘석녀’야?
2부 | 소금벼락 맞으며 떠난 아름다운 동행
벽제 화장터의 단골손님 | 이제 편안히 천당으로 | 하늘도 무심한 인태와 경희의 죽음 | 성매매집결지의 아이들과 이상한 이모 | 현숙이가 부른 소복행렬 | 수녀와 밴드 | 노름판돈이 되어 버린 나의 미국 출장비 | 용산역 깡패 금순이가 맺은 부부의 정 | 참기름과 아이스크림 | 포주 전 씨를 위한 기도
3부 | 어디에 있든, 어떤 삶을 살든 당신을 응원하리
나도 애기 낳을 거야 | 가두는 것이 능사? | 신문지 매타작 | 손님 맞는 혼례 한복 | 슬픈 대물림 | 하늘 길의 오이 마사지 | 노름 금지 각서 | 정신 장애인과 함께 살기: 국가 보안 위기 |켜는 버릇보다는 끄는 게 백 번 낫다 | 축복이 된 이름, 레나와 요한 | 꿈에 관한 보고서
4부 | 맛있는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나 반장과 손목 긋는 선아 | 보듬네 안달자의 기적 | 암이 아니라 똥, 떵, 어, 리! | 순옥이의 가출수난사 | “돈 많이 버세요, 딸꾹~”| ‘따락길’ 현미 다시 돌아오다 |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배신자가 된 막달레나 | 청파동 시스터즈 | 하늘 아래 우리 집 한 칸 | 어떤 죽음을 추모하기 | 판도라, 우리 동네 사진작가들 | 오, 신기한 밥상
부록_희망의편지
책속에서
사람들은 문요안나 수녀님과 나를 일컬어 ‘환상의 커플’이라고 불렀다. 내가 생각해도 문 수녀님과 내가 꼬박 15년 동안 함께 살며 언어, 문화, 생활방식의 차이를 뛰어넘어 처음의 바람처럼 막달레나의집을 여성들의 공동체로 꾸렸으니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좋은 파트너였던 것은 분명하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내가 미국인 수녀님과 가족을 이루어 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문 수녀님 덕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 수녀님은 세상 어디에 가서도 하하호호 웃을 수 있고, 또한 세상 모든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분이었다. 처음에는 문화가 다른 미국 수녀님과 살 생각에 한숨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들은 어느덧 눈빛만 보아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가 되었다. (1부 수녀와아줌마, 수상한집을열다 중에서)
다들 추기경님께 세배를 드렸는데, 어린아이처럼 세뱃돈 타령을 했다. 그런데 언제 준비를 하셨는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라는 덕담과 함께 오천 원씩 세뱃돈을 주었다. 누구에게건 똑같이 오천 원씩 주었다. 그러자 식구 한 명이 문제 제기를 했다.
“추기경님. 이건 좀 불공평해요. 애들도 오천 원, 어른도 오천 원. 어른은 좀더 주셔야지요.”
추기경님은 눈이 안 보일 정도로 껄껄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한테는 자네들이 다 어린아이라네.”
몇 명이 나가더니 세뱃돈으로 막걸리를 사와 판을 벌였다. 물론 추기경님은 술을 드시지 않았지만 꼼짝도 않고 같은 자리에 몇 시간이나 앉아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1부 수녀와아줌마, 수상한집을열다 중에서)
금순이가 살아 있을 때 자기가 장사 나가고 있는 용산 가족공원에서 막달레나의집도 장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집에서는 동네 건달이 갖다 준 기계로 참기름 짜는 일을 했다. 우리 일을 잘 아는 금순이는 가족공원에서 장사하는 것이 집에서 참기름을 짜 파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참기름 짜는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쟈니 때문이었다. 그는 동네 건달로 돌아다니면서도 기계를 유통하거나 깨 볶는 일을 했다.
“누나. 이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한번 해보시지 않을래요?”
어느 날 쟈니는 제가 하는 일이 어떻다는 둥 말하다가 우리에게 그런 제안을 던졌다. 자기가 기계도 주고, 깨도 볶아서 댈 테니 해보라고 했다. 지난 번 문 수녀님의 환갑 잔치 때는 밴드를 불러줘 우리를 한바탕 신나게 놀게 해 주더니 이제는 또 참기름을 짜 보라니, 하여간에 쟈니 덕분에 우리는 계획에 없던 일을 또 벌이게 되었다.
큰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집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있던 현자에게 좋은 일이 될 것 같았다. 현자는 공장에서 일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것저것을 외상으로 구입했다. 어느 날부터 집으로 날아오는 대금 지불 청구서를 보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늘은 이 회사에서, 내일은 또 다른 회사에서 독촉장을 보냈다. 그렇게 외상을 져서 돈을 갚지 못한 게 한두 건이 아니었다. (2부 소금벼락 맞으며 떠난 아름다운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