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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7661301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1-03-0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 자신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었다. 주로 어머니 이름, ‘레나’로 불렀다. 이렇게 부르는 게 늘 레나의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만의 문제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절대 볼 일이 없으며, 같은 이유에서 전혀 관심 없는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이 그녀에겐 너무나 이상해 보였다. 독일에서는 ‘당신의 어머님’이라는 정중한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에바는 이것 또한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끝마다 여기선 ‘당신의 사랑스런 엄마’, 저기선 ‘당신의 귀여운 엄마’라고 외쳐대는 건…….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자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지니므로 서로 합의해야 한다는, ‘엄마’라는 최소 공통분모를 기준으로 해서 사람들 사이의 화목을 강요하는 게 그녀는 의심스러웠다.
시간에게 시간을 줘야 해. 애도 기간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거야. 부모님을 잃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시련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원망하고 싶진 않았다. 사실 이 상황엔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벌써 그녀 자신은 절망적으로 위로의 말을 구하고 어리석은 말만 해 대는 자의 거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길러온 침묵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사이에 영구적으로 들어앉았다. 여하튼 에바의 생각으론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사실들에 비춰 보면 이 침묵은 이 사건들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된 것이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레나는 늘 이 침묵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에바가 알고 있던 과거, 레나의 것이던 그 과거가 과연 틀린 것일까? 현기증, 여전한 이 현기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