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걸

제1부 아마겟돈

제2부 삼문
- 벼랑
- 숲
- 빙글빙글 마인

제3부 점프스타트 마이 하트

난 죽는 거야. 내 몸이 실처럼 뽑혀 나가 죽는 거야. 내 몸은 안쪽 깊숙한 곳부터 서서히 녹아내려 마지막엔 한 올의 실이 된 채 죽는 거야. 나는 한 올의 길고 하얀 실이 된 자신을 상상했다. 하지만 제대로 상상할 수 없어 마음이 허전했다. 앞으로 무엇이 될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너무 슬퍼 눈물을 흘렸다. 전부 실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 눈물은 실이 된 나를 적시며 실로 스며들겠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 풀리는 부위가 목에서 머리로 옮겨 가자, 내 머릿 속에서 실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뇌가 서서히 실로 바뀌어 간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뭘 생각하지?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의 추억이겠지. 가네다 요지. 요지의 얼굴을 생각하는 뇌가 실이 된다면 새하얀 실에 요지의 얼굴이 새겨질지도 몰라. - 본문 6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