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말을 걸다

사랑의 맛
애탕국 -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진실
마파두부 - 평범함을 담은 특별한 사랑 한 접시
김밥 - 알알이 섞인 사랑 에너지
초콜릿 - 숨겨둔 첫사랑을 꺼내먹다

그리움의 맛
함박스텍 - 보드랍고 물컹한 유년의 맛
된장고등어찜 - 가난을 넘긴 어머니의 지혜
스끼야끼 - 추억 한 주먹 더 우려내기
카스텔라 - 노릇노릇한 그리움 한 조각

미움을 달래는 맛
소고기찹쌀말이 - 아삭아삭 씹으며 화를 대접하기
새우튀김 - 뻐센 위장의 가면을 멋고 마음의 속살로 만나기
달래두부된장찌개 - 아집과 독선을 걷어내는 맛
치즈퐁듀 - 젊은 날의 아픔과 화해하기

슬픔의 맛
묵잡채 - 달콤쌉싸름한 슬픔을 볶아
감잤마 - 날감자처럼 아린 슬픔의 맛
치킨따꼬 - 후끈한 정열로 슬픔을 이기고

시간을 음미하는 맛
갈치조림 - 안달 내지 않고 지켜보는 지혜
초계탕 - 느리게, 서늘하게, 삶의 보폭 맞추기
백김치 - 시간이라는 마술이 우려내는 맛

어우러짐의 맛
초코머핀 - 들쭉날쭉 제각각
만두 - 치대는 정, 나누는 즐거움
닭보쌈 - 애완과 가축 사이
가죽나물 - 낯선 것에 길들기
대구매운탕 - 서로의 영혼을 데우는 맛

나를 대접하는 맛
와인돼지갈비강정 - 나를 위한 축제 음식
한방족발 - 고단한 내 삶을 쓰다듬는 맛

깨달음의 맛
오곡밥과 나물 - 차진 밥 같은 복을 기원하며
더덕과 두릅 - 꾸밈없는 삶의 가치를 닮은 맛
돌나물무침 - 상큼하고 세련된 거절의 맛
아귀찜 - 팔 걷어붙인 치열한 삶의 맛

에필로그 : 하늘과 땅, 우주의 기운을 품은 밥

조금 힘들 때면 엄마의 고등어찜을 기억해냅니다. 또 촛불을 바라보던 엄마의 눈길을 기억해냅니다. 그럼 내 안에서 힘이 솟아납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는 더 어려운 일도 이겨 내셨어.' 내가 조금 오만해지려 할 때도, 분수를 모른다 싶을 때도 이 고등어찜을 생각합니다.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생의 절벽, 그 앞에 그때의 우리 엄마처럼 서 있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고등어찜이 환기시키는 가난한 날의 기억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이런 마음의 음식 하나쯤 가지고 있지요. 치열한 일상을 위로하는 숨표 같은 추억의 맛, 소중하게 대접 받던 시절 떠올리게 해 세상 속에서 치인 자존을 회복시키는 맛, 어려웠던 시절 다시 기억해내 힘든 시간 이기게도 하고 경우에 어긋난 마음들 바로잡아 주기도 하는 맛. 추억의 맛은 힘이 셉니다. - '된장고등어찜' 중에서

재료
고등어 2마리, 시래기, 풋고추, 쌀뜨물, 된장, 마늘, 파, 고춧가루

만드는 법
1. 파, 마늘, 된장을 쌀뜨물에 약간 되직하게 풉니다.
2. 냄비 바닥에 시래기를 깔고, 고등어를 올립니다.
3. 아까 푼 된장 물을 붓고 고춧가루, 송송 썬 풋고추를 올린 뒤, 뭉근한 불에 바글바글 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