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의 밭

강치두

아직도 두 순 들고
질경이
구두 한짝
괘종시계
소나타를 팔며
미꾸라지
주조개

김명숙

히피닭
그저 흘러갈 뿐
아버지, 나의 아버지
서랍 속에서
어머니의 바다
밤의 벚꽃
짧은 것에 대하여
이제 그는 네 안에 살아있다
나팔꽃
소소한 즐거움

김명아

4월의 눈
다시 팔을 올린다
늦닭이 울 때
거울 속을 오가며
납작한 집
동굴을 깨울 때
밤을 건너는 소금쟁이
녹아내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둠을 잠근다

김승희

장미가 있는 이유
그녀의 취향
관솔

김정자

생각 벗기
너를 떠나온 날
그, 아름다운 순환
그, 여자의 잠
그, 남자의 잠
바람의 말
시간의 강 건너뛰기
구수한 칭찬
구수한 거짓말
봄, 지금 통화중

김종만

겨울, 길을 만든다
로터리를 지나며
만두를 빚으면서
목련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시 한 줄 없다
신림동 고시촌 부근
아내의 등
춤추는 풍선인형
피자와 고양이

정은율

달팽이아재비
무죄
바람의 잠
초당에서
청호동에 가서
밤꽃이 필 때
손

조광자

달팽이의 기억
방앗간 집 그 남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간월암
가는 세월호는 사랑이 없네
슬픔의 뿌리
꿈꾸는 전단지
겨울 바다

주영란

거울 속에 익어가는 과일
허튼 소리 뒤집어쓰고
즐거운 몰락
종소리 건너가는
침대 밑 드로잉
그녀의 뒷켠
수상한 화첩
잠든 사이 도망치지 않는 풍경

하명순

가지치기
고무신장수 아부지
꽃 피는 6인 실
나는 동물원에 간다
나는 창을 닫는다
안산을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