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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동물과 식물 > 해양생물
· ISBN : 9788984288515
· 쪽수 : 356쪽
책 소개
목차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 130종
책속에서
톺아보기; 신기한 산란 방법을 가진 물고기들
민물고기들은 알을 낳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다. 대개는 제가 사는 곳에서 물풀과 돌에 알을 붙이거나, 바닥을 파고 알을 낳고 바닥에 그냥 낳는다. 그런데 남다르게 알을 낳는 물고기들이 있다.
납자루는 대칭이와 말조개, 두드럭조개 등 조개 몸속 아가미에 알을 낳는다. 암컷은 배에서 나온 긴 산란관을 조개 출수공에 꽂고 알을 낳는다. 알은 조개 몸속에서 새끼로 깨어나고, 그 속에서 자란다. 납자루가 조개를 ‘인큐베이터’로 삼는 셈이다. 납자루는 신세를 갚는데, 조개가 뿜어낸 유생을 지느러미와 비늘에 붙여 멀리 퍼뜨린다. 납자루와 조개는 육아와 번식을 서로 돕는 셈이다.
천연기념물로 유명한 어름치는, 자갈 바닥을 파서 알을 낳고는 잔돌을 입으로 물어다가 알자리를 쌓는다. 알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산란탑’이라고 한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 산란탑을 보고 그 해 여름에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 점쳤다. 어름치가 강 가운데에 산란탑을 쌓으면 가물고 강가에 쌓으면 비가 많이 온다고 믿었다.
꺽지는 돌 밑에 알을 거꾸로 붙이고 수컷이 지킨다. 우락부락 사나운 꺽지가 떡하니 지키고 있는 돌 밑에 감돌고기가 떼로 쳐들어와서 알을 낳고 도망친다. 감돌고기를 감당 못한 꺽지는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다. 감돌고기가 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꺽지는 다시 알을 지킨다. 제 알과 감돌고기 알이 섞여 있어서 함께 지키는 셈이다. 감돌고기 알은 꺽지 알보다 새끼가 먼저 깨어나 흩어진다. 감돌고기는 꺽지가 알을 보호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꺽지 알자리에 ‘탁란’을 하는 것이다.
잔가시고기는 새처럼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다. 수컷이 둥지를 짓는데, 물풀 조각과 검불을 모아 튼튼한 물풀 줄기에 짓는다. 둥지 근처에 암컷이 어슬렁대다가 둥지와 수컷이 마음에 들면 둥지로 들어가 알을 낳는다. 수컷은 암컷을 뒤쫓아 들어가 정액을 뿌려 수정시킨다. 수컷은 지극한 부성애로 둥지 곁에서 죽을 때까지 알과 새끼를 지킨다.
납자루와 조개의 공생, ‘산란탑’을 쌓으며 공을 들이는 어름치, 둥지를 짓고 알과 새끼를 지키는 잔가시고기의 지극한 부성애, 정성스레 알을 지키는 꺽지와 꺽지의 습성을 활용하는 지혜로운 감돌고기! 본능으로 가볍게 보아 넘기기에는 감동적인 물고기들의 삶과 슬기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