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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의학
· ISBN : 9788984319998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장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다 15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24
지강헌, 그의 마지막 4시간 37
환자 뱃속의 의사 손가락 47
선생님, 살고 싶어요 56
크레바스 66
2장 삶과 죽음의 갈림길
삶과 죽음의 갈림길 81
특별한 부탁 95
몇 년이나 살까요 107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120
3장 흉부외과 24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 131
아찔했던 순간들 152
가슴 아프게 167
부록 의료사고와 의료제도
가운 입은 의사의 1인 시위 175
메르스, 그 후 186
에필로그 204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처음에 아이가 살기만을 바랐다. 두 번째는 앞을 볼 수 있기를 바랐고, 세 번째는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다음엔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아들이 되기를 바랐다.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 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감사를 배웠다._(‘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온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한 사람의 생명이 아무런 권한도 없는 흉부외과 1년차 레지던트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자 곁을 지키며 혈액백을 짜고 점차 생명을 잃어가는 그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언론에서도 의료진이 가망 없음이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상당수의 카메라가 철수되고 응급실엔 고요가 찾아왔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쓸쓸하게 내 품에서 운명했다. _(‘지강헌, 그의 마지막 4시간’)
환자를 위한 배려는 결국 재앙으로 돌아왔다. 성탄절이 지난 어느 늦은 밤 신부님이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염증이 심장 주위로 퍼진 상태였다. 상처는 벌겋게 홍조를 띠고 있었고 신부님은 패혈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외출했던 며칠 사이 염증이 확 퍼진 것이다. 신부님은 성탄절에 감당해야 할 업무를 외면하지 못하고 발열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병원에 오지 않고 업무를 본 것이다. 패혈증에 빠진 신부님은 결국 2주 후에 돌아가셨다. 교수님과 나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들은 환자의 부탁을 들어준 것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아마도 신부님이 교수님과 지인인 VIP가 아니었다면 의료진들은 그의 외출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_(‘특별한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