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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70982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09-11-09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태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은 70세쯤에, 큰아버지 소수림왕은 65세쯤에, 아버지 고국양왕은 70세쯤에 죽었어. 그리고 아들 장수왕은 이름 그대로 무지하게 장수하다가 98세에 죽었지. …이상하지 않아? 앞뒤로 죄다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가운데에 박힌 광개토태왕만 39세에 죽었다는 게?"
“그야 전쟁을 많이 치른 왕이니까 전쟁통에 죽은 거 아냐?”
“아니야. 왕이 죽기 전 2년간은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어. 주변 오랑캐들을 다 쓸어버리고 더 싸울 적이 남아 있지 않았거든."
“그럼 병으로 죽은 거겠지?”
“그 장수하는 집안에 광개토태왕만? 네가 몰라서 하는 얘기지, 그 왕, 취미가 말 타고 짐승 잡는 사냥이고 전쟁 나면 직접 군사들을 끌고 나가는 장수 중의 장수야. 몸이 얼마나 강골이겠어? 그뿐이야? 늘 따라다니는 왕실 주치의는 또 얼마나 건강을 체크해 대겠어?"
“그럼 딱 한 가지네. 암살이나 독살. 어느 나라나 그렇게 죽은 왕들이 많잖아.”
친구가 피식 웃었다.
“태왕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3백이야. 왕 대신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무사들 말이야.”
-신비 1권 21p~22p
내 이름을 말했던가. …말하지 않은 것 같다.
내 이름은 두절頭切, ‘머리를 자른다’는 뜻이다.
아주 오랜 옛날, 그 거룩한 분에게 ‘머리를 잘라서라도 당신의 크신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하자, 그 위대한 분께서 나를 ‘두절’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 아직 살아 있으므로 왕께 드린 그 맹세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 비천한 종, 그저 왕의 발끝을 따르는 그림자이거나 그 그림자를 좇는 한 마리 개일 따름이었다. 언젠가 왕의 종숙이신 유주자사 고파진高巴鎭이 말한 적이 있다.
“두절은 강개한 무사요, 태왕을 천신처럼 떠받드는 충신이다.”
그 말에 왕은 웃으셨고 대신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왕도 대신도 모르고 있었다. 개는 주인의 발끝 아래에서 주인이 시키는 대로 개 노릇을 할 뿐, 개 스스로 주인을 위해 머리 자를 생각은 못한다는 것을.
-신비 1권 31~32p
그러자 아이는 한쪽 발을 들어 말 옆구리에 두 발을 모은 다음, 미끄럼 타듯 주르륵 땅 위로 내려섰다. 그리고 죽어 자빠진 시신들을 요리저리 피하며 앞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귀밑머리 장수가 말을 타고 따라갔고, 한 장수가 말에서 내려 바짝 아이를 뒤따랐다. 꽤 규모가 컸음직한 불타 허물어진 집, 그 집 앞의 마당인지 공터인지 모를 너른 땅에 아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데 엉킨 두 구의 시신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난도질이라도 당한 듯 처참하게 온몸이 찢긴 남자의 시신, 그 위로 등에 창구멍이 난 여자의 시신.
아이는 위에 덮인 여자의 시신을 걷어내려 소매 끝을 잡았으나 시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주어 팔을 걷어내려 했으나 시신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뒤에 있던 장수가 성큼 아이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아이가 만졌던 시신의 겨드랑이에 칼집을 꽂아 옆으로 시신을 뒤집었다.
또 하나의 시신이 그 속에 숨어 있었다.
-신비 1권 1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