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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문학사
· ISBN : 9788932045023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12-18
책 소개
목차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를 펴내며
기획의 말
우찬제 ‘나’와 ‘남’ 그리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광호 ‘나’는 쓸 수 있는가─‘일인칭 하기’의 역사적 몽타주
강동호 낭만적 무의식─진실한 ‘나’의 역사적 근원들
강계숙 한국 여성시의 시작(始作/詩作)을 돌아보다─‘탄실이’부터 ‘비리데기’까지
심진경 여성 자아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타자 되기의 미학─‘여성-나’의 서사 전략과 정치학
우찬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나를 위하여─탈존의 주름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국 근현대문학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축적해왔다. 근대 이후 문학의 역사를 기술하려는 노력은 ‘문학사의 불가능성’이라는 명제를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 한국문학의 집적물과 제도적 양상에 역사적 인과성을 부여하는 총체적 문학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거대한 동일성으로서의 보편적인 진보 이념으로는 개별 텍스트들이 생성하는 비동일적이고 비균질적인 사건들을 탐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사는 하나의 일관된 사건이 아니며 여러 층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장소들’이다. 문학사는 단일한 이념과 역사적 필연성의 무게를 덜어내고 각각의 시간들을 내포하며 역동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다층적인 문학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제, 문학사를 횡단하고 분절하면서 작은 계보학의 문학사를 재구축하려 한다. 이 작은 복수의 문학사는 지배적인 역사와는 다른 층위에서 불연속적으로 움직이는 문학사의 동인과 변이의 지점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문학사’ 대신 ‘동시대 문학사’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라는 시간적 구획은 중세와 근대를 넘어선 선조적인 시간대를 의미하지만 ‘동시대’는 과거적인 것이 잔존하는 채로 ‘현대적인 것’이 발생하는 비균질한 시간대를 의미한다. ‘동시대’ 안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교차하고 경쟁하며 뒤섞인다. 그곳에서 우리는 ‘현재가 개입된 과거’와 ‘과거가 잔존하는 현재’라는 시간의 혼융을 만나게 되며, ‘동시대’라는 이름 아래 비동시성을 사유할 수 있다. 동일성으로서의 현재와 기원으로서의 과거, 그리고 미래라는 발전의 형상에 의지하지 않고 현시대 속의 틈과 불확실성을 고찰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적 준거에도 의지하지 않고 미래의 약속에도 속박되지 않는 문학사의 잠재성을 찾아내는 작업이 된다. 이제 문학사적 실천은 ‘현대’ 혹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 속에서의 다층적인 동시대성을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어떤 기원도 특권화하지 않는 문학사적 실천은 도래할 문학사의 잠재성이다. 이러한 문학사적 수행은 문학사를 ‘열린 시제’로 쓸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문학사 기획이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시작된 것에 대해 작은 긍지를 가지며, 그 긍지를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동시대 문학사〉 기획위원 일동
‘나’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믿는 ‘나’는 이미 무지한 육체이다. ‘말하는-쓰는 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언어는 이데올로기적 호명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필연성과 인과관계를 우발적이고 우연한 ‘나’의 존재론으로 전환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원의 부재로서의 ‘나’는 우연이고 공백이며 그럴 때 ‘나와 세계’의 불안정하고 무질서한 잠재성이 열린다. [……] ‘나’의 비결정성은 ‘세계’의 비결정성이고, 그것이 ‘나’와 ‘세계’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문제는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미지의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미지의 ‘아이-노인’을 지금 껴안고, 그렇다면 ‘나’는, ‘너’는.
―이광호, 「‘나’는 쓸 수 있는가―‘일인칭 하기’의 역사적 몽타주」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진실한 나’를 지향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상적・이념적 내용과 언어적 표현 형식을 모색해왔던 근대문학의 역사를 낭만주의라는 틀로 다시 바라보는 작업은, 문학이라는 자기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을 시험해왔던 지난 시기의 수많은 분열과 실패의 국면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미완과 미결의 풍경들을 다시 포착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것은 과거의 역사적 분열과 실패를 동시대의 문화적 현실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균열과 연결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강동호, 「낭만적 무의식―진실한 ‘나’의 역사적 근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