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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586354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5-09-25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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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을 읽을 많은 장애인들이 혹시 책의 제목을 보고 불쾌해할지도 모르겠다.
장애인으로 살며 무슨 즐겁고 감사할 일들이 백한 가지씩이나 되겠느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장애 인생30년을 차근차근 돌이켜 보며 하나 하나 그 번호를 채워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장애인’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그나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긍정적인 대답은 ‘동정, 연민’일 것이다. 약간은 반어적인 의미로 장애인은 모두 비참하게만 살지도 않고 슬프게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억지스러운 표현도 있을 것이다. 넓은 마음으로 “그래. 이 글은 정말 맞아. 나도 그랬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어”, “이거 꽤 재미있는 걸?” 하며 가볍고 편안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터럭만큼의 거짓 없이 진정성을 갖고 이 글을 쓸 것이다.
이제는 불쌍하고 슬프고 고통 받는 장애인의 모습만이 아닌, 당당하고 밝고 희망찬 미래지향적 장애인의 모습도 보여주자.
…내가 부모 잘 만나 유학도 가고 고생도 안 하고 속 편하게 사는 배부른 장애인인데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장애인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느냐는 것이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격려나 위로는 못 해줄망정 상대방이 아파할 말들을 굳이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손가락 한 개도 내 의지대로는 꼼짝도 못하고 가슴 아래로는 전혀 감각도 못 느끼는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중증인지, 그리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는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 텐데 왜 비슷한 슬픔과 고통을 갖고 사는 장애인이 뒤틀린 마음으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때는 나도 “이 꼴로 살아 무엇 하나” 하는 비관으로 안 좋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고 사지마비 장애인으로써의 삶과 유학생활이 너무 힘들어 끝없이 좌절하기도 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소리 없이 통곡한 적도 얼마나 많았는데… 그렇게 힘들고 아파도 독하게 견디고 참아온 나인데 그저 보이는 외형의 배경만 보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들이 미웠다. 가끔은 비장애인 중에도 나의 가족 환경, 학벌, 인맥 등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웃기지 않는가? 어떠한 부와 명예와도 바꿀 수 없는 게 건강, 자신의 두 다리가 아닌지… 내가 가지고 있는 학벌, 배경, 부와 건강한 두 다리를 바꿀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사, 감사하며 그렇게 할 것이다. 건강한 육신만 있다면 피나는 노력을 해서 다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웃으며 밝게 긍정적으로 살자.
좋은 옷 입고 외출하자. 허리도 꼿꼿이 펴고 눈에 힘줘 당당해야 한다. 꼭 비싼 명품 옷 입자는 말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계절과 외출의 목적에 따라 잘 골라 깨끗하고 반듯하게 입고 다니자는 말이다. 머리도 단정하게 정리하고 향수라도 살짝 뿌려주면 된다. 깔끔하고 반듯한 장애인을 우습게 여기고 만만하게 대하는 비장애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행색부터 초라하고 지저분하고 냄새라도 난다면 동정은커녕 멸시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장애인으로 사는 게 물론 힘들고 어렵지만 그 삶이 아무 가치도 없고 항상 지루하고 무의미하기만 하고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장애인이다”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자.
“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고 조금 불편한 것이다” 라는 말을 기억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하며 자신 있게 살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린다. 그래서 장애인들도 밝게 웃으며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