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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7548005
· 쪽수 : 498쪽
· 출판일 : 2025-03-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 이야기
제1부 출생에서 초등학교시절
제2부 살기 위해 몸부림친 중·고 시절의 꿈
제3부 절망과 소망 사이의 청년 목회자의 불타는 열정
제4부 지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천국인 가정
제5부 교회개척 20여년
제6부 영월 생태수도원
제7부 선행학습
제8부 웰빙의 삶과 웰다잉의 삶
제9부 카이로스적 삶
제10부 기독교 진리의 핵심
나가는 이야기∥
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들어가는 이야기- 『Reverence for Life』(생명에의 경외)
“15 오늘 내가 너희를 위해 행한 일을 보라. 나는 너희 앞에 생명과 선, 사망과 악을 두었다. 16 그리고 나는 오늘 너희에게 명령한다. 너희의 하나님,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의 길을 걸으라. 그의 계명과 규례와 규칙을 지켜라. 그러면 너희는 살고, 진정으로 살고, 넘쳐나게 살고, 너희의 하나님, 하나님께 축복을 받아 너희가 들어가 차지할 땅에서 살 것이다.”(신명기 30:15-16. 메시지성경).
며칠 전 무척 건강하던 아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배꼽 아랫배가 싸르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설사를 몇 차례 하며 배가 터질 듯 아프다는 것이다. 나는 놀라서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아내는 좀 있으면 나을 거라며 스스로 몸을 달랬다. 이후로 아내는 3일간 많은 고생을 하며 힘든 시간을 참아 내었다. 늘 명랑하고 생기발랄한 작은 천사요, 우리 집에 오신 경희 예수님(라경희)이 아프다니 마음이 안쓰럽고 애틋했다.
지난 목양 43년의 현장 목회를 은퇴하고 산골 수도원에서 개척하여 노동 기도로 일상을 살아온 8년여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독서하고 글 쓰는 것 외엔 농사도 어떤 노동도 해 보지 못해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그런 무지한 사람이었다. 나는 인생 낙오자처럼 현실적인 삶의 적응력이 무척 모자라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자청해서 500여 평의 땅을 겨우 마련하여 8년 여간 비료 농약 없이 생태적으로 여러 가지 종합백화점식 농사(상추, 배추, 무, 부추, 호박, 가지, 파, 딸기, 양배추, 토마토, 참깨, 들깨, 아로니아, 복숭아, 땅콩, 더덕, 도라지, 감자, 잔대)를 시작했다.
이웃에서 얻어온 40여 종의 꽃들(채송화, 백일홍, 천일홍, 인디언 천인국, 금잔화, 으아리꽃, 톱풀, 홍화꽃, 버베나, 샤스타데이지, 안제로니아, 백두산 원추리, 금잔화, 금계국, 초롱꽃, 까치오줌통, 복사꽃, 개나리, 도라지꽃, 과꽃, 해바라기, 나리, 백합, 박하꽃, 각종 허브꽃, 꽃잔디, 코스모스. 멕시코 코스모스, 수국, 금화규, 영산홍, 접시꽃, 에키네시아, 채송화, 다알리아, 부용화 등)을 가꾸면서 초보 농군의 웃지 못할 수많은 일화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늘 연약한 체질로 평생 골골하며 병약한 모습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아무런 고통이나 특별한 이상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황홀할 정도로 감사할 뿐이었는데, 이번에 아내가 통증을 먼저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하니까 이 정도야 좀 있으면 회복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내는 40여 년 함께 살면서 한 고집하는 초이성주의자로서 한 번 선택하고 결심하면 더 이상의 융통성은 없다. 너무 착하고 순진하고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선하기 그지없는 단순한 사람이다. 자신의 틀(패러다임)이 워낙 분명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으로 생각된다. 자기 결정권이 분명하며 한번 정한 마음은 쉽게 결코 변하지 않으며 너무도 고지식하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특별하고도 경이로운 별종의 심성을 가진 독특한 여인이다.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나서부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아내의 복통과 설사 기운이 내게도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내에 대한 걱정은 고사하고 나 역시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배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며 더불어 한두 시간 만에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기를 계속했다. 쓰리고 아픈 모진 진통 속에 신음하면서 5분, 10분을 기다리면 시커먼 쑥물 같은 물변을 사정없이 쏟아내고 온몸이 갈기갈기 칼로 난도질하고 곳곳의 살점들을 찢어발기는 듯한 참기 어려운 진한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속탈이 자주 났었다. 명치 부근이 꽉 막혀 심할 때는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어머니가 처방한 굵은 천일염 소금 한 줌, 소다 한 숟갈, 엄지손가락 실로 감아 바늘로 사혈하기, 손가락 입에 넣어 구토하기, 배 주무르기 등으로 필요한 때마다 민간요법을 선택하여 응급조치를 하면서 살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참기로 했다.
한나절이 지나며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설사가 근 30초 ~ 1분 간격으로 계속되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금방이라도 온몸이 산산조각날 듯 괴로웠다. 아내가 운전하여 20여 분 거리인 읍내 S병원으로 가서 주사를 맞고 3일치 약을 타 와서 누웠다. 통증과 설사는 연일 계속되었다.
아아! 그로부터 3일 뒤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병원에 다녀와 잠시 주사 기운이 있던 1시간 가량 이후부터 속절없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다. 3일 후에 결국 영월 의료원 응급실에 다시 입원하여 진통제, 항생제, 수액을 달고 복부 CT 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했으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심각해졌다. 분초마다 온몸을 찢어 해체하는 듯한 진한 통증으로 계속 비명을 지르며 소리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시 고통이 너무도 심해서 죽는 것 외엔 다른 소망이 없을 지경이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며칠째 계속되었다.
고통이 극에 달하고 아무런 차도가 없이 계속될 때 죽음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6년전 심장 통증으로 잠시 심장이 멎을 때 드린 마지막 기도인 예수기도(호흡기도)를 하였다.이대로 가다가는 아마도 영월 의료원 응급실에서 오늘 밤 고비를 넘기기 어렵겠다는 직감을 했다. 고집을 피워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의료원에서는 금요일이라 1시간 반을 달려가도 원주 세브란스에서 의료대란으로 받아주기 어렵다고 이송을 거절하였다. 오히려 원주 갔다가 되돌아오게 되면 시간이 지체되어 더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의료대란으로 전공의가 전부 사퇴한 원주 세브란스 응급실에서 과연 받아줄까? 그곳에서는 과연 이렇게 순간 순간 계속되는 무시무시한 통증을 잡을 수 있을까? 고비 고비를 잘 넘기면서 의료진들과 담당 교수님이 적절하게 잘 처방하면서 치료 방향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방법밖에 없기에 결단을 내려 원주로 출발했다. 가면서도 휴게실에서 차 안에서 더욱 심해져 가는 극심한 통증으로 신음을 연발하며 예수기도로 겨우 심호흡하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할 뿐이었다. 이후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과 고통의 시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날 계속되었다.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님!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통증 때문에 예수기도의 들숨과 날숨이 잘 되지 않았다. 겨우 들숨으로 “예수님을!”, 날숨으로 “긍휼을!” 이렇게 호흡하고 부르짖으며 죽음을 맞닥뜨리며 원주 세브란스 응급실로 향했다.
원주 세브란스 응급실 앞에서 상당한 시간을 대기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는데 여러 환자를 되돌려 보내면서 순서가 뒤죽박죽되어 나는 미리 순서에 따라 접수하고 기다렸는데 자꾸만 순서가 뒤로 밀려 화가 났다. 순서대로, 위급한 사람을 입원시켜 달라고 여러 번 호소했으나 알았다면서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늦게 온 사람들을 자꾸 문진하면서 되돌려 보냈다. 나는 한동안 방치되었다. 그곳에서도 여러 차례 심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을 오갔다.
한참만에야 겨우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여전했고 고통의 낮과 밤은 여러 날 계속되었다. 6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19 응급조치 시 잠시 심장이 멎고, 온 전신이 새까맣게 굳어버려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면서 헬기를 타고 원주로 날아가 심장 시술을 한 이후, 극심한 두 번째 죽음의 강을 건너는 지금, 또다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죽음의 터널 속에 갇혀 버리게 되었다. 나로서는 두 번째 죽음의 강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웰빙과 웰다잉 사이에서 죽음과의 진한 고통과의 사투를 시작한 것이다. 그 생생한 체험적 여행에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Well- being(건강하게 잘 살기)을 원하고, Well-dying(잘 죽음 여행을 맞이하기)을 누구나 원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런 뜻밖의 불청객인 질병과 극심한 통증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든지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찾아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군 입대 전, 20대부터 평생 단독 목회를 하면서 40여 년간 수많은 성도들의 질병과 고통의 군상을 만나 보았다. 성도들 중의 거의 전부가 환자로 여겨졌고 자신 또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처럼 병고와 싸워 살아온 삶이었다. 물론 육체의 질병뿐만 아니라, 마음 상함의 고통, 영혼의 문제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숙명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래서 50대가 훨씬 지나면서부터 자신과 성도들을 통전적인 전인 치유의 길로 안내하기 위해서 수년간 양의학. 한의학. 경락, 발 마사지, 심신 치료, 통합의학, 심리학 공부(7년간), 중국 Y대학에서 의료진 교수들과의 1주일간 인체 해부학 공부와 인체해부 실습(디플로마 코스)을 해왔다. 웰빙과 웰다잉 사이의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경험한 여정을 생생하게 나누고자 한다.
인생 후반부인 60대, 70대, 이후 노령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전인 건강 문제이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 치우친 의료 상식이나 가짜 정보, 거짓 뉴스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시기에 건강한 삶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각 사람마다 개인적인 다양한 독특성이 있기에 각자 자기만의 건강법과 행복 누림법을 스스로 선택하고 집중하여 결단해야만 한다. 이 글을 통해 작은 체험적 사례를 통해 그나마 작은 지침이라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소풍 길에 초대한다.
건강한 삶은 단지 나 한 사람의 신체 건강만이 전부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한 사람의 가치는 너무도 존귀하여 이웃과 이 땅과 세계와 우주와 그물망처럼 함께 어우러져 연결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1948년에 제안되었으며, 건강을 단순히 질병의 부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적응력을 포함하여, 그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현장인 역사와 세계와 넓게는 우주와 하나님과의 종합적인 평화(히.샬롬. םולש. 헬.에이레네. εἰρήνη)를 의미한다.
자신의 인생 여정을 찬찬히 거억을 더듬어 기록하면서 이 모든 글의 한 마디 키워드는 무엇일까? “몸부림”이다. “참 몸부림”이다. 정직한 신앙인으로서의 몸부림이다. 이 땅 현실과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참 몸부림이다. 살아있는 날것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참(진리, 정직함, 바른 신앙. 바른 삶)에 대한 몸부림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성숙하게 변화시키는 동인이 되기를 기대한다.